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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력·설비 줄이는 구조조정에 그쳐선 안 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역산업연구실장 2016년 09월호

- 우리 산업의 생존을 위해선 단순히 특정 기업을 없애고 인력과 설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도록 산업을 재구성하는 구조조정이어야

- ‘글로벌 밸류체인’의 관점에서 한국은 생산기지로서 제품수출을 확대하기보다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각종 제조관련 서비스의 수출을 강조할 필요 있어


우리 경제는 지난해 2.6%의 저성장을 기록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저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은 우리 경제가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제조업 부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 경제의 약 30%가 제조업으로 이뤄져 있고, 이 역시 내수시장의 한계로 인해 절대적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GDP 대비 재화수출 비중은 2014년 한국이 41%로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이 39%로 높긴 하지만 EU역외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17%에 불과하다. 제조업 강국이라고 하는 일본도 15%에 불과하다.


세계무역 위축과 중국의 도전에 고전 중인 우리 주력산업

리 수출은 지난해 8% 감소한 데 이어 지난 상반기에는 10%나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석유화학, 섬유, 정유, 가전,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음식료 등 주력산업(전체 수출의 79%)의 수출은 지난해 9.6%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는 12.1%나 떨어져 전체 수출보다 더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기기산업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 수출이 감소했고 철강, 석유화학, 정유, 섬유, 가전, 디스플레이 등은 10%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식음료산업을 제외한 자동차, 조선, 정유, 가전,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 모두 10% 이상 수출이 감소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은 세계적인 무역부진에 기인한다. 2000년부터 한국의 수출은 세계 수출증가율과 거의 동조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2년 이후 세계 수출증가율은 크게 둔화됐고, 지난해에는 12.3%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증가율도 세계 수출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져 지난해에 8%의 수출감소를 기록한 것이다.


세계무역이 위축되더라도 우리 주력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력산업은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가전, 휴대폰, 섬유 등은 우리 기업조차도 중국에서 생산해 세계시장에 판매하는 상황이고, 최근 들어 부품소재에도 중국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철강은 중국이 그동안 꾸준히 생산능력을 확대해 왔지만, 중국경제의 저성장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라 대규모 공급과잉에 직면하고 있다. 품질이나 기술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저가정책으로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가전이나 휴대폰 등의 핵심부품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주로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구조였지만 최근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생산이 늘어나고, 중국 로컬기업이 등장하면서 우리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중국시장에서 우리 가전 및 휴대폰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전자부품 수출도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도 중국 현지생산이 늘면서 수출이 크게 줄었고, 최근에는 현지생산 우리 기업의 자동차가 중국 로컬기업에 밀려 생산이 위축되면서 자동차부품 수출까지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과잉생산 문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해 전반적인 단가인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핵심부품이나 소재, 장비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들은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기술이나 브랜드이미지 등의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이들 핵심부품이나 소재, 장비 등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다양한 부문에서 소수의 선진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어 시장접근이 매우 힘들다. 물론 가전과 스마트폰 같은 분야는 일부 우리 기업이 프리미엄화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자동차와 같은 분야는 아직 선진업체와 차이가 크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주력산업 및 제조업의 수출부진, 이에 따르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고학력 인력구조에 맞는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우리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히 특정 기업을 없애고 인력이나 설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도록 산업을 재구성하는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기존 산업에서 중국이 추격해 온다면 비용절감이나 품질향상 등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며,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인력이나 설비를 줄이는 비용절감 차원의 행위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극적 전략에 불과하다.


미래 성장동력 육성도 우리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기술발전의 추이 및 사회적 수요에 기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미래 성장동력 19대 분야가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 미세먼지, 탄소자원화, 정밀의료, 바이오신약 등 9대 분야를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확정했다.


지만 신산업이나 핵심부품소재, 장비 등은 단기간에 우리 주력산업을 대체할 만큼 규모도 크지 않고, 선진국의 기술 및 시장장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기존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품질이나 비용경쟁력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요구된다. 차별화는 IT나 바이오, 신소재 등의 기술과 융합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산업의 강점과 결합해 우리만의 특화된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최근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제품 중 하나가 화장품인데 이는 우리의 한류문화와 적절히 결합돼 차별화된 이미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최근 강조되고 있는 개방적 혁신 개념도 외부의 자원을 적절히 결합해 다른 제품이나 기술과의 차별화를 추진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은 단순히 생산기지로서 제품수출을 확대하기보다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각종 제조관련 서비스의 수출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관광, 의료, 문화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학력의 우리 인력구조에 맞는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에 있어 재화수출뿐만 아니라 서비스수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서비스수출을 더 확대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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