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제조업은 서비스업적 성격, 서비스업은 제조업적 성격을 가져야 글로벌 경쟁력 유지
- 서비스활동을 재화로 만들고, 무형재화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
올해 하반기 시작과 함께 정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이슈는 일자리 문제이고, 제조업 위기 극복도 중요하다. 모두 서비스산업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제조업에서의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으므로, 일자리는 서비스산업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고, 제조업 위기 극복은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통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제조업·서비스업 경계 해제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의 서비스업 생산지표를 보면 1분기에 2.8% 성장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것이다. 4월에 1.9%, 5월에 3.4%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니 1분기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서비스업의 저성장 및 저부가가치화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2005년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65.7%였고, 이들이 생산하는 GDP 비중이 59.4%였는데, 2015년엔 고용 비중이 70.1%로 증가했으나 GDP 비중은 거의 변화 없는 59.7%로 서비스업이 더욱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선진국의 대다수가 서비스산업의 고용 비중과 GDP 비중이 거의 같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우리의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가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반전시키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서비스는 산업 측면과 활동 측면으로 나눠봐야 한다. 서비스활동은 고객에 대한 용역만이 아니라 연구개발,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사후관리를 비롯해 제조업에서도 많이 수행되고 있는 활동이며, 서비스산업에서는 주력활동으로서 더욱 비중이 높게 수행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서비스를 활동 차원에서는 잘 수행해 왔지만, 서비스의 산업화에는 매우 취약했다. 이 산업화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서비스산업 발전의 지름길이다.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유형 및 무형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유형 인프라의 경우 과거에는 건물, 설비, 매장 등이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ICT를 이용한 서비스플랫폼구축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숙박업서비스나 운송서비스를 위해 과거에는 호텔을 짓고 차량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ICT 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해 호텔 하나 없이 숙박업을 하고, 차량 한 대 없이 운송서비스업을 하는 것이다. 각종 서비스플랫폼 구축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서비스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무형 인프라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즉 서비스활동을 재화로 만들고, 무형재화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강국 코리아’가 추진하고 있는 활동처럼 서비스가치 인식제고 활동, 서비스를 재화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자본 구축 활동 등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에서 유형 및 무형 인프라를 잘 구축해줘야 민간기업들이 그 위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용이하게 구현할 수 있다. 넓은 도로가 있어야 자동차가 잘 달릴 수 있듯이 현재와 같이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는 서비스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하반기에 정부의 서비스인프라 구축 촉진 대책을 기대해 본다.
지금은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경계가 해체된 시대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하나의 산업이 있을 뿐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콜린 클라크(Colin Clark)가 1940년 제시했던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 개념을 아직도 산업계에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분의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기업들이 현대경제를 리드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서비스산업 위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 육성을 제조업 내에서 생각하면 해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업 간 경계가 해체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제조업이 서비스업적 성격을 가져야 하고, 서비스업은 또 제조업적 성격을 가져야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된다. 제품은 고객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서비스는 눈에 보이게 팔아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제조와 서비스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산업정책으로 제조업은 더욱 번영시키고 서비스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
서비스R&D 강화·산업구조 변화 필요
내수만으로 생각하면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 해법이 쉽지 않다. 내수와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높여야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하다. 서비스R&D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고급 서비스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국가R&D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서비스R&D라는 별도의 항목으로 정부R&D 예산의 0.5∼3% 정도를 투자해 왔는데, 산업 육성에 별 효과가 없었다. 정부R&D 전체를 서비스적 관점에서 수행해야 한다.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되는 영역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산업 간 경계가 해체된 경제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솔루션을 도출하려면 융합적이고 창조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민간의 서비스 관련 R&D가 활성화돼야 한다. 대체로 서비스산업의 민간기업의 경우 규모가 작아서 자체 연구개발 활동이 쉽지 않다. 정부에서 민간 서비스R&D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고, 서비스산업의 특성에 맞는 연구개발 지원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는 일자리 문제와 연계돼 있으므로 그랜드디자인을 하고 점진적인 산업구조개선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와 일경쟁력자리구조는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지식노동이 기계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U자형 구조의 왼쪽은 상호작용이 많은 인간 고유역량 중심의 산업과 일자리이고, U자의 오른쪽은 창조성과 협동력이 요구되는 고차원의 산업영역이다. 창조형·협동형 산업이 발전돼야 고학력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고, 해외로 유출되는 서비스소비를 내수화할 수 있다. 지난봄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에서 확인했듯이 현재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양질의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교육시스템과 사회보상시스템이 동시에 연계된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모방형 추격경제로 성장해온 한국경제와 이 성장을 이끈 주역들에게는 스스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파괴적 혁신을 리드하는 전략을 개발해야 하고, 눈에 잘 안 보이는 서비스경제, 즉 무형경제 운용시스템을 잘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창조성과 무형적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와 교육 혁신을 해야 하고, 혁신형 경제를 위한 각종 계약제도 개선과 동시에 갑질이 없는 수평사회 구현 등이 시급한데, 현실은 공동체의식이 부족하고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 자기주도적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의 각종 정책실행 결과를 분석해 올 하반기엔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 틀이 혁신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