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의 고용보험을 통한 지원 외에도 추가로 유럽의 세계화조정기금과 같은 산업고용안정기금 조성을
- 직영 정규직과 사내하청 근로자 간 고용보호 불공정 현실 개선돼야. 중기적으로 하청규모 대폭 축소, 원하청 간 임금 및 복지의 차별개선, 고용안정 조치 필요
지난 6월 8일 정부가 국책은행 및 조선3사를 포함한 조선업체들로 하여금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8년 말까지 2015년 말 대비 인력을 30% 이상 대폭 감원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중순까지 조선산업에서의 구조조정은 주로 사내하청(사내하청의 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근로자들과 물량팀이라는 단기외주팀 근로자들을 상대로 이뤄져 왔다. 조선업종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2015년 말 18만8천여명에서 2016년 5월 말 기준 17만8천여명으로 감소했다.
<그림>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조선소가 밀집한 경남지역과 울산에서는 최근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데, 경남의 경우 2016년 실업률이 2014년과 2015년 평균과 비교해 각각 0.7%p, 1.0%p씩 상승했으며, 울산은 각각 0.3%p, 1.2%p씩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만여명, 2017년 상반기 2만~2만5천명 구조조정 예상
조선산업은 주문생산·맞춤형생산으로 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에 주문이 없으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건조해도 팔 곳이 없다. 따라서 조선산업에서는 일반 건설업과 같이 개별 프로젝트별로 건조공사가 진행되며,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건조에 필요한 인력을 상시 고용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건설업과 마찬가지로 하청관계가 발달해 있다. 조선산업의 하청구조는 3층으로 돼 있다. 가장 위에 조선원청사가 있고, 그 아래에 사내하청업체, 사외하청업체(주로 블록제조업체, 기자재업체)가 있으며, 하청업체 밑에 물량팀과 돌관팀 등 2차 하청팀이 있다.
조선회사 직영 근로자들의 고용은 「근로기준법」과 강력한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의해 보호를 받는 반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요즘과 같이 수주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에는 고용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조선산업에서 인력조정은 대체로 저기량 물량·인력팀이 우선 타깃이 되고, 다음으로 협력업체 저·중숙련공, 고연령층 고숙련공 및 고숙련공 물량팀으로 넘어갈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원청 저·중숙련공 및 고연령층 고숙련공도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상반기에 3개 조선회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의 사내하청이나 물량팀 근로자 가운데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만 해도 약 1만1,700명에 달한다. 그런데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상 올해 7월 실업자 수는 2015년 7월과 비교해 경남은 약 1만9천명, 울산은 7천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조선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내하청 근로자만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지난 5~6월 기준 조선회사에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인력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 수는 그만큼 늘지 않은 이유는, 삼성중공업에서 대형 해양플랜트 건조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력이 일시적으로 물량팀 등의 형태로 삼성중공업에 투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조선3사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수주물량이 줄어들고, 신규수주가 없거나 적은 상태에서는 2016년 9월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STX에서는 현 경영진이 직영 정규직 인력 2천명 가운데 약 720명의 구조조용지원업종으로 정과 임금 20% 삭감안을 내놓고 노조와 협상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에서는 현재 9개 프로젝트에 사내하청 인력 1만명이 일하고 있으나 2017년 2월 3개, 2018년 4월 1개만 남게 돼 이들 인력이 불필요하게 된다. 직영 정규직 인력은 2015년 말 2만4,847명에서 2016년 말 2만명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사내하청 인력은 2015년 말 3만4,600명에서 2016년 말에는 1만8,841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선박은 2018년 초까지 수주잔량이 남아 있으나 해양플랜트 물량은 감소해 사내하청업체 144개를 올해 말까지 120개로 줄일 예정이며, 인력도 이미 6천명 감축했으나 연말까지 9천여명을 추가로 줄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직영 정규직 1만4천명 가운데 2016년 말까지 1,500명을 줄이고, 2017년까지 4천명의 인력을 추가로 감축할 계획에 있다. 또한 151개 사내하청업체 2만6천여명과 사외하청회사 직원 4천명 가운데 2016년 말까지 약 6천명이 떠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17년 상반기까지 추가로 약 9천여명을 감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2016년 하반기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를 합해 대략 3만명가량이 구조조정으로 조선업체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상반기에도 조선산업에서 2만~2만5천명가량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도 수주잔량 최저, 신규수주 불투명 등으로 2015년 말 대비 2017년 말까지 약 5만6천명에서 6만3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용안정기금·일자리 나누기로 재취업과 고용안정 지원해야
이처럼 조선산업에서 예상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6월 서둘러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산업을 2016년 7월 1일부터 1년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될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대책은 기업의 고용유지노력 지원과 실직한 근로자 생계안정 및 재취업을 지원하되, 구조조정의 규모, 재취업 상황에 맞춰 범위와 내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울산, 거제, 영암 등 조선업 밀집지역에 ‘조선업 희망센터’를 설치하는 등 실직근로자, 나아가 기업, 소상공인 등 대상별 맞춤형으로 지원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나, 이 외에도 정부가 조선업종에서 예상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조치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럽의 세계화조정기금(European Globalization Adjustment Fund)과 같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업종, 지역 등에 기존의 고용보험을 통한 지원 외에도 추가로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경감과 재취업을 위해 산업고용안정기금 등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
조선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조선해양플랜트 위기에는 경기순환적 요인이 적지 않으므로 기술경쟁력 보존을 위해 직영 정규직뿐 아니라 사내하청의 일정 비율까지 포함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조선의 직영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은 잘 보호되는 반면,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아무런 보호막이 없어 쉽게 일자리를 잃는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하청규모의 대폭 축소, 원하청 간의 임금 및 복지에서의 차별개선과 더불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맞바꿔 직영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쉽게 하자는 주장보다도 임금삭감, 휴직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토록 하는 방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