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부실기업 정리 차원을 넘어 사업 재편을 위한 기업의 새로운 영업전략과 중장기적 산업경쟁력 강화 위한 자원 재배치 필요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탈락되는 인력의 재배치 위해 실업보험과 직업훈련 등 사회안전망 확충돼야
KDI의 전망에 따르면, 2017년 우리 경제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성장률이 2.4%로 2016년(2.6%)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잠재성장률 3.0%를 상당 폭 하회하는 수준으로서, 우리 경제에 저성장, 저생산성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망에는 하방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국내 정치 불안정,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불확실성 가중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및 투자 위축과 함께 노동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이 불확실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세계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소득세 및 법인세에 대한 대규모 감세, 노후화된 SOC 투자 확대, 반이민정책 등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약속하였다. 확장적 재정정책(감세 및 재정지출규모; 매년 GDP 대비 3∼4%) 공약은 성장률 증가와 인플레율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형성시킴으로써 벌써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 현상이 시현되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오히려 확대시킬 우려가 있는바, 이에 트럼프 정부는 대미국 무역흑자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 및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금리상승은 글로벌 위기 이후 과도하게 신용이 팽창되고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는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중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중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수출과 성장 둔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negative feedback loop)이 우려된다면 트럼프의 팽창적인 재정정책과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제어될 수 있겠으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정책기조를 볼 때 세계경제에 대한 고려는 약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상과 같은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산업구조조정과 규제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체는 2014년 이후 매출액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영업력이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그 결과,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 비중이 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은 개별 부실기업 정리 차원을 넘어 사업 재편을 위한 기업의 새로운 영업전략과 중장기적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고도화를 위한 산업 차원의 자원 재배치가 필요하다. 조선업의 경우 부실조선사에 대한 실사와 향후 중장기 전망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경쟁력 상실 부문의 과감한 축소와 함께 R&D 등 기술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병행하여야 한다.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탈락되는 인력의 재배치를 위해서는 실업보험과 직업훈련 등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한국의 실업급여는 선진국에 비해 적용대상 범위가 좁고 보장수준도 낮아 실직자들에 대한 소득보조 역할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실업급여의 적용대상을 넓혀 사각지대를 좁히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보장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실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 대책으로서 직업훈련 내실화를 통해 실업자가 새로운 기술역량을 갖추어 새로운 직장에 취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최근 KDI가 실직자 대상으로 구직활동 시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중년층 이상은 연령, 청년층은 학벌을 채용차별요인으로 응답하였다. 실업자들의 연령과 기술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 강사의 자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해야 부실산업 등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묶여 있는 노동과 자본이 원활하게 재배치되기 위해서는 진입규제 완화 등 규제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경제가 IT 기술과 기존의 산업이 융합되는 선진국발 제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경쟁제한적 규제를 적극 개선함으로써 경쟁을 통한 신사업 창출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 예컨대, 빅데이터를 생산·활용하는 비즈니스가 발전하기 위해서 절차만 강조하는 현행 개인정보보호 규제체계를 개선하고, 안전한 보안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불식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 활용한 기업에 정보보호의 책임을 지우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업 차원의 자발적인 보안장치 투자가 유도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기업생태계 체제 아래 IBM은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에 수백만건의 진단서 및 환자의 진료기록과 함께 ‘의학도서관’이라 불리울 만큼 방대한 의학정보를 저장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환자들에게 가장 정확한 치료법을 조언하고 있다.
2015년부터 미 오바마 정부는 100만명 이상의 진료정보는 물론 유전자 등 생체정보, 식습관 등 식이정보, 운동량 등 생활정보까지 결합하는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연구자들에게 허용하는 정밀의료 프로젝트(PMI;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왓슨과 같은 새로운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PMI와 같은 첨단 치료법 개발 R&D 연구가 미국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개인정보 공유를 허용하되 철저히 보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는 개인정보 공유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진료정보와 개인의 건강정보 결합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상과 같이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1980년대 초 유사한 시기에 금융위기가 발생한 멕시코와 칠레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구조조정과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한 칠레는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성장률이 빠른 시일 내에 복원된 반면, 부실 문제 해소에 소극적이었던 멕시코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장기불황이 초래되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여러 원인 중 하나도 좀비기업에 대한 은행의 관용적 대출행태에 기인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하고 있다. 좀비기업이 증가할수록 다른 건강한 기업의 고용과 투자활동은 감소하고, 일본경제 전체의 평균생산성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되었다. KDI의 한국 기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부실기업 정리가 지연되면 고용과 투자의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슘페터(Schumpeter)가 설파한 ‘창조적 파괴’를 재음미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