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창업이 가장 손쉬운 나라 중 하나된 韓…3년 이상 생존하는 창업기업 비율은 38%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 진흥원은 스타트업의 신제품·서비스가 공공 부문에서 구매 가능한지 법적 요건이나 규제를 점검하고 연결하는 역할해야
최근 조선 등의 구조조정과 기업의 신규 채용 기피로 청년 고용여건은 악화되고 있으며 구조조정의 여파로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숙박, 음식업 등의 자영업자 창업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흐름의 불확실성 증대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고용여건과 자영업자의 사업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표된 일자리 대책에도 어김없이 각 부처별로 창업지원과 창업활성화 대책이 포함돼 있다. 제대로만 된다면 창업활성화는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최선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와 금리상승 부담으로 자영업자 어려움 가중, 좀비벤처도 심각 각종 창업지원과 창업활성화 정책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창업이 가장 손쉬운 나라 중 하나가 됐으나 자영업자의 경우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금리상승 부담으로 과도하게 높아져 있는 자영업자 대출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가계부채 문제의 숨은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지경이다.
정부 각 부처 산하의 진흥원을 비롯해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서는 예비창업자 교육부터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자금과 공간 지원, 멘토링 등 창업자별 맞춤형 지원 및 판로 지원까지 수많은 창업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창업자를 만나 보면 사무실 임대료 및 연구개발비 등의 온갖 지원으로 “단군 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창업지원 혜택을 받으려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걸림돌을 극복하고 넘어서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멘토링 교육, 관련 부처 주도의 발표회, 대표이사의 잦은 전시회 참여, 스타트업의 인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잦은 서류 작성 요구와 제출, 고위관료 방문을 위한 입주기업의 동원 전시행정, 단기간 매출·고용 성과 요구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과제 위주의 정부 지원방식은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창업자들이 정부 과제에 치여 본업에 전념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실질적인 기업경쟁력은 갖추지 못했으나 그럴듯한 아이디어 수준의 외관만 갖추고 정책이나 제도적인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각종 육성기관이나 지원금 등에 의존해 생존해가는 좀비벤처나 좀비창업기관의 문제도 심각하다.
공공 부문 역할, 기반 구축과 생태계 조성으로 재조정돼야 정부의 창업지원과 창업활성화는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창업자가 제대로 창업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창업생태계가 적절히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창업진흥원 등 수많은 진흥원들은 이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본연의 역할을 넘어 민간에서 수행하고 있던 다양한 사업모델을 진흥원이 받아 시행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진흥원에 의존하고 종속되고 있다. 국가의 성장동력을 견인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진흥원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민간에서 적절히 기능하고 있던 영역마저 결국 진흥원에 종속되면서 이제는 ‘진흥원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들려온다.
스타트업이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과 사람, 그리고 매출성과다. 매출성과는 벤처캐피털 투자와 기업성장을 이끌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결국 국가경제를 견인하게 된다. 실력 있는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제대로 된 신제품의 성과향상에 진흥원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신제품, 신사업에서의 매출성과 실적은 더 큰 성과를 위한 레퍼런스가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진흥원은 스타트업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공공 부문에서 구매가 가능한지 법적 요건이나 규제를 점검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는 고객니즈 변화에 따라 서비스산업에서 혁신을 통한 다양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소통·공유·창의 및 협업과 융합적 비즈니스 접근을 요구한다. 기존 사고체계에서의 규제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에 커다란 장애물이다.
2014년 청년창업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푸드트럭은 우여곡절 끝에 합법화됐으나 규격에 맞지 않는 등의 사유로 영업허가를 못 받으면서 건축물로 허가받아 멈춰 서서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생활용품과 전기용품을 함께 묶어 KC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규제가 사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신사업의 경우 규제로 인해 너무 빨리 시작하면 망하고 너무 늦으면 성장하기가 어려워 적절한 타이밍은 창업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드론산업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선도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드론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정부는 새로운 분야에서 혁신과 창조의 기업가정신을 규제하는 제도나 법규를 찾아 해소하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실물 부문을 쫓아갈 수 없다면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보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융합·협업 등을 저해하는 부처별 규제 해소를 위해선 전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의 조직을 둬 규제는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융합·협업 및 신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진흥원을 포함하는 공공 부문의 역할은 기반 구축과 생태계 조성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재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