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비정규직이면 영원한 비정규직… 차별과 차등을 없애고 비정규직이라도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쌓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경로 열어줘야” “2025년 이후 초고령사회로 전환… 생산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고용구조 만들어야”
심각한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 상황이 만만치 않다. 올해 고용시장을 전망한다면?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고용률은 60.5%, 실업률은 3.9%이고 취업자 수는 약 28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은행의 다소 낙관적인 2.8% 성장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한국은행(2.5%)과 KDI(2.4%)가 연달아 전망치를 낮춤에 따라 28만명 고용 증가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실업률도 IMF 이후로 가장 높은 4.1%, 청년실업률도 10%가 넘는 등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는 어떻게 나타날까? 2015년까지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5만명 이상 증가해오던 제조업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이슈가 떠오르면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7월부터는 계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결국 올해 1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크게 떨어졌다. 실업자 수도 100만명이 넘어 7년 만에 최대치가 됐다. 구조조정 여파가 취업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채용 계획이 없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 ‘졸업이 곧 실업’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하다. 경기여건이 워낙 안 좋다. 거기에 국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적 상황들까지 여러 악재들이 맞물려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와 인재채용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 뽑는 인력들도 경력직 채용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경기상황이 나아질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두운 전망들 때문에 당분간 고용여건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청년일자리 창출이 시급해 보인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청년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실업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인턴제도들이 그나마 단기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인턴 기간 동안 수습과 훈련을 받으며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지금보다는 기간을 좀 더 늘리고, 조건도 더 좋아져야한다. 다른 하나는 청년-중소기업 취업매칭 패키지다. 강소기업이나 혁신 중소기업에 인력을 매칭시켜 일정 기간 고용하는 것이다. 기술도 익히고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비정규직이 IMF 외환위기 이후로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통계상으로 비정규직들은 정규직 임금의 60%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정규직 전환도 힘들다. 선진국의 경우엔 1년 이내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40% 이상이 이동한다. 독일, 프랑스, 심지어 일본만 해도 25%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우리나라는 한번 비정규직이면 영원히 비정규직이다. 차별과 차등을 없애고 비정규직이라도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쌓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줘야 한다. 아울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완화해야 한다.
근로 조건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열악하다. 고용구조 변화나 개혁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연간 2,100시간을 근무하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풀타임 위주의 매우 경직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률이 70%에 도달한 선진국들은 연간 근로시간이 1,400시간을 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생산성이 굉장히 낮다. 노동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진국처럼 시간제 일자리, 탄력근무, 재택근무 등 다양하고 유연한 일자리들이 많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직된 근무시스템과 장시간 근로 환경에서는 일·가정 양립이 정착되기 힘들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어떤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다. 보통 선진국들은 10% 정도로 주로 교육·복지·사회 서비스 등에 집중돼 있다. 우리도 이러한 부문의 일자리는 늘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갑자기 공공 부문의 공무원 정원을 늘리긴 어렵지 않겠나. 경직적인 공무원 정원을 늘리기보다는 정부와 민간 사이에 가교 역할을 담당할 퍼블릭 섹터(public sector), 즉 복지·간병 서비스나 의료·교육 서비스 등에서 공공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와 근로 조건들을 제공하면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이하 인구를 추월했다. 장년고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한데. 현재 3,700만명 수준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당장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때문에 향후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및 노동생산성의 저하 문제가 성장과 분배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현재 5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60세 이상이되는 약 10년 후, 즉 2025년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전환된다. 따라서 이들이 생산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고용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노사관계나 고용 관련 규제들을 지금보다 유연하게 한다면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올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일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지 일터를 혁신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소수만이 윈윈하는 노동시장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행복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고민, ‘일과 행복’ 프로젝트를 지금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현재 한국경제는 내수와 수출, 소비 등 여러 부문에서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인구고령화와 높은 가계부채 등 소비를 억누르는 구조적 요인들은 사실 단기간에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부동산 과잉공급 및 가계부채 관리 등으로 인해 그나마 경기활성화를 견인했던 건설투자도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성장-고용 -분배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계부채 해소와 소득안정을 통한 소비심리 회복,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유인을 위한 규제개혁과 원활한 노동공급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성장동력 창출과 기술혁신을 위한 과감한 R&D투자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