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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권한배분과 성과 공유로 종업원이 춤추게 만들어야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2017년 08월호



혁신의 역설…중소기업 혁신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돌아오지 않고 대기업, 기업가, 주주에게만 귀속되고 있어
종업원과 성과를 공유하고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겠다는 기업가의 의식변화 필요


중소기업경제의 출발과 성과는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칭이 심화되고 있고, 청년들의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사회의 어려움은 미래의 희망인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실패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왜 이럴까? 혁신의 역설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혁신의 성과는 중소기업 성과로 돌아오지 않고 대기업에 귀속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성과는 기업가와 주주에게만 귀속되고 종업원의 임금인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종업원 임금은 대기업의 60%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비즈니스모델을 대기업 모델에서 중소기업 모델로, 사업 중심에서 사람 중심 모델로 바꾸는 작업에서 시작해야 한다.


미래성과공유제, 헌신과 혁신의 선순환 모델 만들어
지난 50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의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열심히 일했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성공했다. 이른바 대기업 기반 요소투입형, 투자주도형 경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50년의 효율성 기반, 대기업 기반 모델은 이제 늙어가고 국민경제 모델로 잘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3가지 경제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1990년대 7%대에 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5년마다 1%p씩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2%대 후반이지만 머지않아 1%대로 떨어질 것이고, 이때쯤 한국경제에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기업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 늘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지만 국제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이 몰락했고, 군산의 GM자동차 생산물량은 독일 오펠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저원가 조립을 통한 대기업 중심 경제는 성장한계에 이르렀다. 셋째, 대한민국 청년들의 대기업 일자리는 사라지고, 청년들의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다.


다음의 사례들은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 정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일본에서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사카모토 호세이(법정)대 교수는 지난 40년간 7천여개의 중소기업을 방문하면서 어떤 중소기업에 희망이 있을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관계없이 매년 영업이익률을 5% 이상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은 ‘주주, 고객’ 우선이 아니라 ‘직원과 협력업체’에 진심을 다하는 기업, 즉 ‘사업 중심’의 기업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기업이었다. 사람 중심 기업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의 만족도는 훨씬 높고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되고 있다.


미국의 식료품체인점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고객보다 직원을 우선시하는 경영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웨그먼스는 업계 평균보다 25% 많은 급여를 줄 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는다. 이것이 종업원들의 몰입과 헌신을 이끌어내고, 이들의 주인의식이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그 결과 미국에서 존경받는 회사가 됐다.


한국은 여의시스템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1991년 설립된 여의시스템은 2001년 격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매출은 30% 이상 격감했고, 임원들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직원 30%의 해고를 건의했다. 고심하던 성명기 회장은 미래성과공유를 제안했다. 앞으로 함께 노력해서 성과가 나면 25%는 종업원에게, 25%는 주주에게, 50%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이후 여의시스템에는 변화가 일어났다. 직원들의 업무몰입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회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2004년 이후 매출은 연평균 20%, 수익은 60%씩 늘어났고, 2016년에도 매출이 70% 성장해 매출 250억원의 회사가 됐다. 미래성과공유제가 헌신과 혁신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여의시스템은 소량다품종, 고객맞춤형 비즈니스모델을 정착시켰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장비·시스템 토털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미래성과공유에서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은 직원들의 임금 증대로 연결됐다. ‘종업원을 춤추게 하라. 그러면 회사가 춤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업혁신, 돈과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기업의 3대 혁신자원은 돈(투자), 기술, 사람이다. 지금까지 우리 중소기업의 기업혁신은 설비투자에 집중한 혁신이었다. 이른바 돈 중심의 혁신 모델이고 사람들은 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이제 돈과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사람이야말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아이디어로 미래 기업환경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핵심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중소기업들은 가장 중요한 자원인 종업원을 보는 인식이 너무 비용 관점이었다. 비용절약을 위해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종업원들도 기업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는 주인의식이 약하다. 이래서는 중소기업이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종업원과 성과를 공유하고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겠다는 기업가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직원은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가장 소중하다’는 사람 중심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란 사람을 혁신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구조조정경영이 아니라 사람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경영을 실천하는 정신이며, 머슴형 종업원 모델에서 종업원에게 권한이 배분되는 주인형(Empowering) 모델로, 단기대응 수익중시(Doing Well) 모델에서 시장창조형 지속가능성장(Doing Good) 모델로 바꿔가는 정신이다.


한국에선 종업원들이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지만, 질적으로 그들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2013년 갤럽의 전 세계 조사에 의하면, 한국기업 내 종업원들의 업무몰입도는 세계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일본이나 독일에서 현장체험을 해본 한국의 근로자들은 그들의 높은 업무몰입도에 힘들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은 아직도 장시간 근로 해결에만 매달려 있고, 질적인 업무몰입도를 높이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도 후진국형 장시간 근로가 아니라 종업원들의 몰입과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경영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의 헌신을 통한 혁신’을 끌어낼 수 있어야 선진국들과 차별화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이란 종업원들에게 꿈을 주고, 종업원들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회와 권한을 가지고 혁신이 일어나는 기업이다. 그러면 종업원들은 기꺼이 헌신할 것이고, 기업가는 혁신의 성과를 종업원들과 공유함으로써 현재의 낮은 수준의 임금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이렇게 헌신과 혁신의 선순환으로 종업원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중소기업의 성과는 커지며, 대한민국 경제도 건강해질 수 있으면 한다. 50년 만에 우리 경제의 모델을 사람 중심 중소기업 모델로 바꿔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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