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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규제영향평가제도 집행력 높일 정책 대안 마련을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7년 08월호



중소기업에 규제란 도로의 콘크리트 같아 굳어지기 전엔 영향에 대한 인식 어렵고 굳은 후엔 걷어낼 여력 없어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자체 규제심사위원회에도 중소기업 전문가 참여시켜야


‘헤이딜러’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신기술 혁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대표적 규제사례에서 자주 언급되는 헤이딜러는 모바일 기반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 출시 1년 만에 30만건 이상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300억원의 거래규모를 달성해 스타트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2016년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주차장, 경매실, 검사시설, 인력기준 등의 시설기준이 온라인 업체인 헤이딜러에도 적용되면서 헤이딜러는 폐업을 결정했다. 이후 정부의 단속유예 결정 등으로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이를 계기로 신산업 분야의 과도한 규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제기됐고, 정부는 자동차 경매의 정의에 온라인 중고차 매매정보 제공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으나 아직도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헤이딜러 사례는 기존 규제의 개선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규제완화 이행촉진 법제화…규제유연성분석 여부 사법적 심사 가능
그동안 정부는 강력한 규제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많은 성과를 올렸음에도 중소기업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과연 성공적인 중소기업 규제개혁을 위한 길은 무엇일까?


첫째,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제도의 집행력을 높여야 한다. 2009년 도입된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제도는 규제의 도입으로 인해 중소기업 경영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의 비용, 편익, 파급효과, 적합성 등을 고려해 최선의 규제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3년간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 결과 중소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국무조정실에 의견을 제출한 규제 중 상당수에서 중소기업 규제영향분석이 누락돼 있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의류·잡화와 같은 생활용품에도 인증을 받도록 해 다품종·소량 생산을 하는 소상공인들의 규제부담으로 문제가 됐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의 경우도 중소기업 규제영향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규제는 일단 생긴 이후에는 사회적 비용 문제뿐 아니라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폐지하거나 완화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미국의 중소기업 규제영향분석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제유연성분석(Regulatory Flexibility Analysis)은 1980년 제정된 「규제유연성법(Regulatory Flexibility Act)」(이하 RFA)이라는 별도의 연방 법률에 규정돼 있다. 미국은 1996년 「규제유연성법」의 수정법률인 「중소기업 규제완화 이행촉진법(Small Business Regulatory Enforcement Fairness Act)」(이하 SBREFA)을 제정해 정부기관이 RFA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법적 심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법은 사법적 심사에서 원고가 승소할 경우 관련 법률 비용을 보전해주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 규제영향분석에 대한 사법적 심사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 노동부의 H-2B 비자(비농업 임시노동직을 위한 비자) 프로그램 개정을 들 수 있다(Bayou Lawn & Landscape Services & Chamber of Commerce, et al. v. Perez, et al, 2014). 이 비자 프로그램은 주로 소규모사업자들이 활용했으며, 해당 사업자가 미국 노동자를 채용한 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노동자를 확보할 수 없을 경우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노동부는 사업자가 이 비자를 활용하는 데 있어 추가 요구사항과 비용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했으나, 원고는 해당 규제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하지 않은 채 도입됐기 때문에 이는 RFA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인용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규제를 신설·강화한 행정기관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법적 심사를 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제도의 집행력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부담 경감방안 마련 원칙 법률로 격상해 이행력 높여야
둘째, 규제 도입 초기에 중소기업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규제란 도로포장에서의 콘크리트와 같다. 콘크리트가 굳어지기 전에 중소기업은 그 존재와 영향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콘크리트가 굳어진 후 잘못 포장된 도로임을 인식하더라도 중소기업은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과는 달리 이를 걷어내고 다시 포장할 여력이 없다.


1996년부터 SBREFA는 미국 연방 직업안전·보건국과 연방환경청으로 하여금 다수의 중소기업에 상당한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마다 중소기업 규제영향검토패널을 소집해 이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규제개혁위원회에 중소기업 전문가가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은 규제심사 시 중소기업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 또한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자체 규제심사위원회에도 중소기업 전문가를 참여시켜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자체 규제심사 단계부터 차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소기업의 규제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차등화를 강화해야 한다. 규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규제준수 비용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경우 과도한 규제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에서 정부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소상공인의 경우 3년간 규제적용을 면제하고, 50인 미만의 소기업의 경우 규제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나 그 근거를 법률로 격상해 이행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혁파 및 신산업 분야의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규제개혁은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중소기업 규제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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