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 변동 시에도 납품단가 조정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조정 신청·협의 대상을 확대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주 손해엔 배상책임 도입, 대형유통업체 중대한 불공정행위엔 징벌적 손해배상소송 가능토록 법 개선
정부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 상실의 원인이 경제적 양극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중시하고 경제적 양극화 극복을 위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일대 전환했다. 그간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서 얻어지는 성장과실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인한 분수효과(fountain effect)의 상호작용, 즉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고리를 다시 돌림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우선 시장 내에서 공정한 1차 분배를 이뤄 성장과실의 확산 고리를 다시 연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한 고리의 연결기능을 수행하는 시장경제 파수꾼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는 전속거래 구속행위 금지 공정위는 새 정부 국정전략의 하나인 ‘활력 넘치는 공정경제 구현’을 위해 무엇보다 그 기본전제가 되는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5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공정한 경쟁기회 보장,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 방지, 혁신경쟁 촉진, 소비자 권익 증진, 「공정거래법」 집행체계의 혁신 등이 그것이다. 이들 과제 중 공정한 경제 실현을 위해 국민들의 기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2가지 핵심과제에 대해 소개한다.
먼저 갑을관계 개혁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의 공정한 경쟁기회를 보장해 나가려고 한다. 소위 ‘9988’이라는 수치(2016년 3월 기준 중소기업 비중 99%, 종사자 비중 88%)로 나타나듯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생산·고용 등의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간 수요독점적 대기업과의 거래에 종속돼 자생적 성장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또한 퇴직자 등 소상공인들의 주된 생업수단이 되고 있는 가맹점 분야는 단기간 급성장했으나 최근 미스터피자 사례 등에서 보듯 프랜차이즈 산업에서의 불공정거래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거래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추진과제로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이 고착화된 4대 갑을관계(하도급, 가맹, 대규모 유통, 대리점) 분야에 대해 거래공정화 시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첫째,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구조를 개선하고, 기술유용행위 등을 철저히 근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사하고만 거래하도록 하는 전속거래 구속행위를 금지하고,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 간 거래뿐만 아니라 2차, 3차 협력사와의 거래까지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 변동 시에도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조정 신청·협의 대상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기술유용행위 근절을 위해 과도한 경영정보 요구 금지, 기술유출행위 금지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추진해나갈 것이다.
둘째, 가맹·유통·대리점 분야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해나갈 것이다. 우선 가맹 분야에선 필수품목의 전년도 공급가격, 유통과정의 리베이트나 특수관계인 참여 여부 등 정보공개서 의무기재사항을 확대하고, 필수품목의 상세내역과 마진규모 등을 분석해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가맹본부의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주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도입하고 유통 분야에선 판매수수료 공개대상을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하며, 대형유통업체의 중대한 불공정행위(납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제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의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비용 상승이 발생할 경우 가맹금이나 납품가격 조정이 가능하도록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종업원을 사용할 경우 인건비를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셋째, 정당한 활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도록 협상력 격차를 해소해나가는 데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수많은 가맹점주, 대리점주들은 가맹본부나 본사가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하더라도 그에 응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개별적 문제제기는 또 다른 불이익, 즉 거래단절이나 보복출점 등 다양한 형태의 제재가 뒤따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거래과정에서의 협상력을 높여 구조적 지위의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가맹점 사업자단체에 대해선 행정기관이 신고증을 교부해 공식적 협상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리점 사업자들의 단체구성권도 법정화할 계획이다. 또한 가맹본부가 제휴할인 등 판촉행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가맹점주나 단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중기조합의 공동사업이나 중소기업의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소비자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담합 금지규정 적용을 배제할 방침이다.
대기업집단 내부 일감몰아주기 근절…신고포상금제 도입 추진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근절하고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 등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해나갈 것이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구조가 장기화되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력 집중 폐해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경영권이 총수 3, 4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을 이용한 편법적 승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는 부와 경영권의 부당한 승계수단이기도 하지만 물류, SI(시스템통합), 광고, 도소매 등 주로 중소업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밀집된 서비스업종에서 발생해 서민들의 생존기반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을 통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우선적으로 근절시켜나갈 것이다. 현재 실시 중에 있는 45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실태를 토대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선 규모와 관계없이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익편취행위에 내부고발을 유도하고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한편 순환출자 문제, 지주회사 규율강화 등 소유구조 개선과 금산분리 강화 등 구조적 재벌개혁 수단들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재벌개혁이 이러한 경직적 사전규제를 강화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시장에 충격을 주고, 투자위축을 초래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 공정위는 사전규제 위주의 몰아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일관된 원칙과 의지를 가지고 개혁을 추진하되, 「공정거래법」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수단들이 함께 작동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금지 규제 회피를 방지하는 방안, 순환출자·자사주·공익법인·지주회사 규제체계 등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 및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법·제도적 접근과 함께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거래관행, 지배구조 등에 있어 긍정적 변화사례가 기업집단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포지티브 캠페인(positive campaign) 방식도 적극 활용해 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