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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금리인상은 미국과 병행해 완만하게 천천히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2017년 12월호



- 금리역전 상황 오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량으로 한국 채권시장에서 팔고 나갈 것이고 동시에 원화환율도 동반상승할 것
- 금리가 급등하면 서민들의 빚 상환부담 커지고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완만하게 이뤄질 전망



미국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 이하 기준금리)가 지난 3월과 6월 두 번에 걸쳐 각각 0.25%p 인상됨에 따라 1.00~1.25%까지 올라왔다. 올해 두 번을 포함해 2015년 12월 16일 0.25~0.50%로, 2016년 12월 14일 0.50~0.75%로 인상해 지금까지 네 번 인상된 셈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장이 비둘기파로 알려진 제롬 파월로 지명됐지만 금융시장은 12월에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오를 것이냐다. 지난 9월 FOMC 점도표(dot plot;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위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에 점을 찍는 분포도)를 보면 16명 중 11명이 올해 중 0.25%p(1명은 0.50%p) 인상을 점치고 있다. 그러면 올해 말 기준금리는 1.50~1.75%가 된다. 2018년에는 2.00~2.25%, 2019년에는 2.75~3.00%로 예상하고 있다.


1%p만 금리 올라도 연간 이자부담 14조원 늘어나

결국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세 차례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 3%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결원인 두 명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다소 변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중장기 금리정책은 확실히 인상기조로 전환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11월 초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으며, ‘돈 풀기’에 열중하던 유럽 중앙은행과 일본은행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되면 현재 1.25% 수준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그에 맞춰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금리를 올리기 힘든 요인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어려운 문제다. 1%p만 금리가 올라가도 연간 이자부담은 14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민간 부문의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은 너무 뻔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금융 금리부담까지 감안하면 민간소비 위축효과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다. 민간소비 위축은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시름하는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을 어렵게 하고 동시에 가계부채의 건전성, 즉 상환 가능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투자도 더욱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경제를 이끌어왔던 부동산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고 마냥 버틸 수도 없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틴다면 곧바로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금리역전 상황이 오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량으로 한국 채권시장에서 팔고 나갈 것이고 동시에 원화환율도 동반상승할 것이다. 환율상승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자본유출을 가속화해 ‘자본유출→환율상승→자본유출→환율상승’의 연쇄 반응적 악순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당국은 자본유출과 환율급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보유하고 있는 외환을 시장에 내다 팔거나 아니면 금리를 올리는 방법이다. 외환을 내다 팔지 않으면 금리는 더 많이 올려야 할 것이고 외환을 많이 내다 팔수록 금리를 올려야 하는 부담은 줄어든다. 외환보유액을 지키려 할수록 금리는 더 많이 올라가야 하고 반대로 금리를 지키려 할수록 외환보유액은 더 줄어들게 된다. 외환보유액도 지켜야 하고 금리도 지켜야 할 당국으로서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외환시장 거래액이 500억달러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 3,800억달러도 일주일 정도면 고갈될 수 있다. 물론 중국 등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있다지만 그것은 외환위기가 심각한 상태까지 불거진 다음의 문제이므로 사전적 예방에는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외환보유액 방출을 소극적으로 줄인다면 환율불안이 커질 것이고 환차익을 노린 자본유출압력은 높아질 것이며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금리를 잡아매 둘수록 외환보유액이 고갈될 것이고 외환보유액을 붙들고 있을수록 환율과 시장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난처한 딜레마다.


한미 간 금리역전 지속되면 금융안정에도 부담…‘금리상승’ 바람에 순응하는 정책을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취할 최악의 수는 마냥 버티면서 금리와 환율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바람을 거역하는(leaning against the wind)’ 일이 된다. 가계부채의 부담을 우려하거나 국내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만큼 외환시장에서의 원화매각/달러매입의 흐름이 높아질 것이고 환율은 상승(원화약세)압력을 받을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상승을 억제하는 만큼 외환보유액의 고갈은 심화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대응으로는 절대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정답은 미국에서 불어오는 ‘금리상승’의 바람을 거역하기보다는 그에 순응하는 길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같이 올리고 내려가면 같이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바람에 순응하는(leaning with the wind)’ 정책이라고 한다.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거대한 금리와 환율의 바람을 거역하는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권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17개월째 동결 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기 회복세와 물가 수준을 감안해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완곡하게 돌린 말이지만 ‘조만간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빠르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늦어도 내년 1월에는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고려하는 건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은 수출과 설비투자 호조로 올 경제성장률은 3년만에 3%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침체하던 소비도 견조하게 증가하고 물가도 안정적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시각이다. 미국이 한 번만 금리를 더 올려도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금융안정에 좋을 것이 없다. 다만 금리가 급등하면 서민들의 빚 상환부담이 커지고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천천히, 미국과 병행해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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