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정책방향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공정경제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올해 공정경제질서 확립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비전 아래 다음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과징금 부과기준율 2배로 상향…가맹·유통·대리점 분야 전속고발제 폐지
경제 각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해나갈 수 있도록 법집행체계의 변화와 분야별 종합대책을 실천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신속한 피해구제 및 반복되는 법 위반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현행 공정위 중심의 법집행체계를 분산·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과징금 부과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비해 낮고 법 위반으로 인한 기대이익을 상쇄할 만큼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한을 2배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전국에 걸쳐 행정수요가 많은 가맹 분야에서 공정위와 지자체 간 조사·처분권을 분담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법집행이 가능하도록 한다. 한편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간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전속고발제는 우선적으로 가맹, 유통, 대리점 분야에서 전면폐지하고 중소기업에 영향이 큰 하도급 분야는 기술유용행위에 한해 폐지를 추진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에도 폐지 요구가 있으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 공정거래 사건의 일반적 형사화 문제 등이 있어 보완하거나 일부 행위 유형에 한해 폐지하는 방향을 검토 중에 있다.
둘째,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 등 4대 분야 갑을관계 개혁 종합대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을 문제가 심각한 가맹·유통·기술유용·하도급 분야에 대해 차례로 불공정관행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발표했다. 해당 대책에는 법집행 강화, 제도 개선 등을 통한 ‘을’의 협상력 강화,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과제가 포함돼 있다. 올해도 대책 현실화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셋째,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행사 보호 및 피해구제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담합의 경우 기업은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소비자 1인당 피해액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유인이 부족하다. 미국, 영국 등 다수의 선진 국가에서는 집단소송제를 통해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왔다. 우리도 현재 증권 관련 거래 분야에 한정적으로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담합, 제조물책임, 표시광고 등 소액·다수의 피해 가능성이 큰 분야에 확대 도입해 피해구제 장치를 다양화한다.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행위에 엄정한 법집행
한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제고해나갈 것이다. 재벌은 우리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권한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 힘의 우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태 등 문제점도 여전하다. 따라서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 및 남용을 방지하고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기업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우선,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일감몰아주기 실태점검 결과를 토대로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추진해나간다. 또한 공익법인이나 지주회사가 본래 취지와 달리 기업의 사익편취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들이 있어,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공익법인 실태조사를 지난해 말에 착수했으며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분석도 2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시장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수단 외에 증여세 과세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상법상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재벌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되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을 통해 경영여건을 개선해나간다. 우선, 가맹점·대리점 사업자단체 구성권 및 교섭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형 가맹본부 및 대리점 본사와의 협상에서 힘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업자단체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한 공동행위에 대해선 소비자 이익저해 우려가 없는 한 담합규정 적용을 배제할 것이다. 또한 현행 가맹법에 가맹점 사업자들이 단체를 구성할 권리는 규정돼 있으나, 해당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가맹본부가 협의 요청에 성실히 응하지 않고 있어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제를 도입해 이들 단체의 지위를 향상하고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 특히 대리점법은 사업자단체 구성권도 명문화돼 있지 않은 실정이므로 사업자단체 구성권을 명문화하고 단체 구성·활동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
더불어 가맹본부 대리점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지난 12월 29일 가맹점주가 신고, 분쟁조정신청, 조사협조 등을 했다는 이유로 가맹본부가 보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3배 손해배상 적용대상에 추가하는 내용의 가맹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앞으로 대리점 본사의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도록 입법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지난해 실시한 대리점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관행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도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그 외 4차 산업혁명 기반 사업 분야의 규제혁신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유도 등 일자리·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에 좀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제들도 적극 추진해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