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휘게(Hygge),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 등의 신조어는 우리 삶의 모습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저녁과 주말도 없이 일만 하는 과로사회 증후군에서 벗어나 개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을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점차 ‘개인’의 삶에 중요한 가치를 두면서 ‘내’가 스스로 체험하고 체감하는 삶이 중요하고 그 속에서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나타난 개념들이다.
노동시간 관리, 국민 휴식권 보장 등 기본적 사회환경 개선 필요 그러나 우리 삶의 조건이 갑자기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 1,766시간(2015년 기준)과 비교해 한국(2,113시간)은 여전히 장시간 일하고 있으며, 과도한 노동시간은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줘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5.8점/10점 기준,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 더욱이 경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글로벌 경제위기와 높은 실업률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균형적인 삶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게 됐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여가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간부족(51.5%)이다(「2016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 일과 여가 시간을 균형 있게 하고 싶지만,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TV 보는 것이 고작이고, 주말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기보다는 미뤄둔 잠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연차휴가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초과근무 등 노동시간 관리, 개개인의 휴가권 보장, 공휴일제도 개선을 통한 국민 휴식권 보장 등 기본적 사회환경의 개선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근로자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 중에서 약 61%(평균 사용일수 8.6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일수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직장 분위기를 바꾸고 휴가를 권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 여가생활 불만족의 두 번째 이유로 나타난 것은 경제적 부담(33.4%)이다.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부담을 느끼지 않더라도 ‘재정 악화 시 문화여가비 지출을 감소할 계획’이라는 사람이 30.3%로 나타났다. 여가활동을 위해선 반드시 비용을 치러야 하므로 여가생활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넉넉한 사람들만이 누리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를 통해 여가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여가라고 착각하는 것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계층에 대해선 일정부분 비용을 지원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실제 생활권 내에서 저렴하게 제공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적지 않다. 개인이 갖고 있는 자원에 맞게, 그리고 스스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요자 맞춤형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경험 나이테’ 쌓는 것이 중요…‘1인 1기’ 경력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많은 사람들이 청년기나 중장년기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은퇴 후, 또는 노년기에 여유 있는 삶이 보장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이나 여가생활을 하고 싶다고 희망하지만, 나이가 들어 새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한마디로 여가도 경력(leisure career)이 필요하다. 생애주기 후반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과거 자신이 했던 역할과 비슷한 형태의 역할을 대체하려 하며, 노화과정에 따른 여러 가지 변화들을 자신의 과거 성격이나 경험과 연관시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노년기에 사회봉사 조직에 가입된 사람이나 사람들과의 교제 범위가 넓은 사람, 지적·예술적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었을 때 그러한 활동들을 해왔다. 반대로 은퇴 이후 여가활동이 감소하는 사람들은 젊었을 때 여가 관심의 범위가 한정돼 있었다. 따라서 여가참여의 활성화는 생애주기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가 진전되는 현시점에서 모든 개인들이 생애주기 후반까지 ‘1인 1기’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가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같이할 사람을 만드는 방법이 제안된다. 동호회나 클럽,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활동 모델이 제안되는 이유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2002)의 저서 「진정한 행복」에 의하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생활 속의 3가지 경험, 즉 규칙적으로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the pleasant life), 만족스런 활동에 고도로 몰입하는 경험을 하는 것(the engaged life), 보다 큰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을 경험하는 것(the meaningful life)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일으키는 여가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재미를 동반한 여가나 놀이활동에 정신을 빼앗겨 열중하며,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 사회구성원과 함께함으로써 관계 속에서 즐거워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의 유익성과 사회공헌적 가치를 구현하는 사회성 여가에 참여하게 된다면 여가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발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국민들이 체감하는 문화, 국민의 삶을 바꾸는 여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현재 국민 개개인이 여가생활에서 갖는 불만족과 제약조건을 해결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면서 여가경력을 키우기 위한 경험 나이테를 쌓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몰입하게 되고, 나 혼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그리고 더 나아가 주변 사회에서 행복감과 기쁨을 나누게 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경제가 어려우니까’ 문화적 경험과 여가생활은 조금 미뤄두자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균형적인 워라밸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다. 무엇보다 균형과 행복을 꿈꾸지만 말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