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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행복은 균형이다
김진세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행복연구소 해피언스 소장 2018년 03월호



세상이 바뀌었어도,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그런데 막상 행복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우습게도 ‘행복이 도대체 뭘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의문을 풀고자 70여명의 각계 저명인사들에게 물었다. 행복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행복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공통점은 ‘즐거움’과 ‘의미’
세상에 같은 행복은 없었다.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행복의 색깔은 달랐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민수의 아내로 불리는 강주은 씨는 ‘불행마저도 껴안을 수 있는 것’을 행복이라고 했다. 구호전문가 한비야 씨는 ‘열정’을,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즐기는 것’을 행복이라고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인 이원복 교수는 ‘배고픈 시절에는 먹을 것 가득한 냉장고, 그리고 이제는 자유’가 행복이라고 했다. 70여명 모두 행복에 대해 다른 정의를 내렸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즐거움’과 ‘의미’다.
탈 벤 샤하르의 「해피어」에 따르면 행복학자들은 행복을 ‘즐거움과 의미가 공존하는 주관적 감정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행복은 즐거워야 한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면 그저 순간의 쾌락일 뿐이다. 쾌락은 결국에는 타락과 파멸의 길로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의미만을 강조한다면 이 역시 진정한 행복일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성공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성취지상주의다. ‘성취를 하려면 참아야 한다.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잘 버티고 노력하면 훗날에는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가정법이 과연 옳을까?
명문대를 졸업하고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도 불행하다며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단지 상담실에서만의 현상이었으면 좋겠으나, 현실은 더 비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는 불행한 나라에 속한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선 자살률이 1위다. 그것도 벌써 10년 넘게 1위를 하고 있는 데다 청소년부터 중년, 그리고 노년까지 전 연령층에서 1위를 하고 있다. 과연 자살을 많이 하는 국민들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강의 기적을 일군 성공한 국민들이지만 말이다.
행복은 즐거움이어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나를 위한 시간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에 눌려 산다. OECD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미국(1,783시간)이나 일본(1,713시간)에 비해 월등히 많으며, OECD 회원국 중 우리보다 일을 많이 하는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쉴 시간이 없다. 1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을 즐기며, 행복을 추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복잡하지만 무엇보다 생존본능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나라는 늘 살아남기를 걱정해야 했다. 수많은 외세의 침공을 겪어야 했던 한반도에는 자원마저 빈곤하니 먹고살아가는 문제는 늘 시급했다. 생존을 위해 일을 열심히 해야만 했다.


행복은 늘 ‘현재진행형’, 지금 당장 시작
그런데 이제는 다른 측면으로 봐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지금이 가장 부유한 시절 아닌가. 배고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오로지 일에만 매달릴까?
첫째, 우리 민족의 무의식에는 ‘일을 하지 않으면 위험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안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인간은 불안해지면 살아남기 위한 모든 시도를 하며 일은 가장 중요한 생존수단이다. 셋째, 우리의 가치관이 문제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여태껏 돈이나 성공이 우리 가치관의 최상단에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자. 사람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말이다.
우리는 일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맨날 놀고만 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눈을 감을 때 참 행복했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보면 희망이 보인다. 해마다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올 한 해 행복을 지향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볼 수 있다. 소확행, 플라시보 소비, 언택트, 케렌시아 등 알 듯 모를 듯한 신조어 중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약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것이 있다.
워라밸은 일과 내 자신, 일과 여가, 그리고 일과 발전의 균형을 잡는 삶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삶이 팍팍하더라도 내 자신을 먼저 위하며,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자기계발을 통해 풍성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일이 아니고 삶이 중심이 돼야 행복해진다.
하루 빨리 일과 삶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어쩌면 우리 모두는 불행을 넘어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 워라밸을 시도하려면 두려움과 걱정이 엄습하게 된다. 무의식을 바꾸고, 불안을 이겨내고, 가치관을 바꾼다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극복법은 ‘속도 조절’이다. 당장 일을 반으로 줄일 수는 없다. 천천히, 하기 쉬운 분야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주중 하루는 정시 퇴근을 해서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하자. 주말에는 한 달에 한 번 가까운 산이나 동네 골목으로 여행을 떠나자. 수요일 점심에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만 골라 먹자. 1년에 한 번은 전화기를 꺼놓고 늘어지게 쉬어보자.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새로운 시작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잘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삶의 방향성을 바라보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된다.
늦지 않았다. 우리는 가난을 극복한 민족이다. 불행도 극복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행복은 늘 ‘현재진행형’이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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