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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트럼프, 경제계 압도적 반대에도 보호무역 드라이브
송용창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2018년 04월호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은 올해 초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맹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이 취임 1년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똑같은 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기간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 캠페인을 펼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에는 관료와 전문가, 경제단체들의 조언과 견제 속에서 미국의 전통적 노선을 수용할 것이란 게 기대 섞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년 차 들어 자신의 관점과 소신을 더 공세적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반대에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밀어붙인 게 대표적이다. 콘 위원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경질에서 보듯 자신의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는 측근 인사를 내세워 친정체제 구축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 수행에 점점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 1년 차에는 그나마 워싱턴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참모들의 조언과 견제에 주춤했지만 이젠 자신의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로만 그쳤던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보호무역 조치 미국경제에 해 끼칠 것”···

주류 경제학자, 경제단체, 언론 등 이구동성으로 ‘경고’
고삐 풀린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질주에 대해 미 경제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나 경제단체, 언론 등은 이구동성으로 보호무역 조치가 장기적으로 미국경제 전반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 무역전쟁이 불붙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에 “정말로 멍청하고 미친 보호무역주의”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대통령들이 도입한 경제정책 중 가장 비합리적”이라고 일갈했다.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자유무역 확대로 일시적으로 일부 계층이 타격을 입더라도 자유무역이 옳다는 명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경제학 이론들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그렇더라도 애덤 스미스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맨큐 교수는 자유시장의 가치를 옹호하는 보수진영 경제학자로 꼽힌다.
리버럴 진영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연신 칼럼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사라졌어야 할 아이디어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는 의미에서 보호무역 조치를 ‘좀비 아이디어’로 지칭하며 “정치인들의 뇌를 좀먹고 있다”고 개탄했다.
주류 언론 역시 리버럴·보수 가릴 것 없이 사설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를 비판하고 있고, 각종 경제인 연합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나 미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지만, 관세 부과 등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방식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美 민주당 후보들,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 겨냥해 트럼프 어젠다 채택
이 같은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보호무역 장벽이 경제 전체에는 해가 되지만, 보호를 받는 분야는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혜택을 보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세를 확보하는 데는 유리하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등 쇠락한 공업 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의 선거 지형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들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민주당 텃밭이 아니라 시대 조류에 따라 표심이 오가는 곳이어서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이 지역 노동자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 계층이 보호무역 조치를 선호하고 있다.
주류 경제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압도적이지만 정치권에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당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관세 부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재고를 요청하는 반면, 오하이오주 등 러스트벨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뒤늦었다면서 지지하는 입장이다.
3월 13일 치러진 펜실베이니아 연방하원 제18선거구 보궐선거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주의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준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급하게 밀어붙인 게 이 보궐선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 선거구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20%p 차로 눌렀던 곳이지만 결국 30대 정치 신예인 민주당의 코너 램 후보가 0.2%p라는 아슬아슬한 격차로 공화당 후보를 누르며 이변을 연출했다.

민주당 후보가 이겼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램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지지하며 총기 소유의 자유권을 강조하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민주당과 거리를 뒀다. 사실상 트럼프 지지층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접전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램 당선인의 성공에 자극 받아 그의 선거전략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골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조치를 더욱 서둘러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과의 통상전쟁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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