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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람 존중하는 기업문화로 바뀌어야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18년 06월호



미국 뉴욕주를 중심으로 북동부 지역의 슈퍼마켓 체인인 웨그먼스 푸드마켓(Wegmans Food Market)은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님이 왕이기에 앞서 직원을 먼저 왕으로 존중하며 교육으로 투자한 결과 경영성과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웨그먼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매년 발표하는 일하고 싶은 기업 Top 5에 랭크돼왔으며, 2017년에는 2위에 올랐다.


직원 존중하고 근무환경 좋은 웨그먼스 푸드마켓, 일반 슈퍼마켓 평균 성장률의 2배 넘어
그먼스 효과(Wegmans Effect)는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투자하면 직원의 만족감과 일에 대한 동기가 높아져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회사도 성장한다는 개념으로 웨그먼스 푸드마켓의 경영사례에서 유래한다.
그렇다면 웨그먼스 푸드마켓이 미국에서 최고의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직원을 존중하고 최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고객이 왕’이라고 하지만 웨그먼스는 고객이 왕이기에 앞서 ‘직원이 왕’이라고 한다. 직원을 최고로 대우해야 그 직원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직원을 존중하고 좋은 근무환경을 조성하니 생산성이 올라가고 성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웨그먼스의 연평균 성장률은 미국 일반 슈퍼마켓 평균 성장률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직원을 주주로 영입하는 웨그먼스 푸드마켓은 거의 모든 직원이 주주다. 직원들이 주인이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과 헌신, 그리고 일에 대한 몰입도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최근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의 갑질 행태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에 웨그먼스 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좋은 기업문화에 주목하지 못했다. 사람존중 기업문화의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평가가 부족했다. 또한 기업문화 변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존중 기업문화가 경영성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중소벤처기업 중 파주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기업 제니퍼소프트가 있다. 전원적인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구글 캠퍼스의 한국판으로 불린다. 그리고 판교 테크노파크에 위치한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웹 비즈니스 통합솔루션 서비스 기업 마이더스아이티도 사람존중의 기업문화를 실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기업의 경영목적은 세상의 행복에 기여하는 인재 육성이라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다. 또한 강원도 횡성 농공단지에 위치한 유가공 기업인 서울F&B도 좋은 사례다. 이 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사 어린이집이다.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의 규모나 시설 환경이 기업 규모에 비해 매우 크고 그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주목할 점은 앞서 소개한 기업들의 경영성과 또한 높다는 것이다. 매출 성장률이나 이익률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사람존중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경영성과 또한 높다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취업 선택 기준으로 급여 외에 근무환경, 기업문화, 기업의 미래비전 중요시
한국중소기업학회에서 지난해 10월 전국 14개 주요대학 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는 근무환경, 급여수준, 기업문화, 기업의 미래비전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청년들은 급여 외에 근무환경, 기업문화, 기업의 미래비전을 중요시 여기며 이를 취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에는 젊은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람존중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면 젊은 인재들도 중소벤처기업으로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된다면, 인재가 모이고 직원들의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고 결국에는 기업이 성장하며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과거 중소기업은 청년과 인재가 기피하는 일터였지만, 기업이 직원들과 함께하고 기업주와 직원들이 서로 신뢰를 쌓고 성과를 공유한다면, 청년과 인재가 모일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국가경제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은 먼저 중소기업인의 기업가정신 고취와 함께 직원이 일하고 싶도록 기업문화 혁신이 일어나고, 이어서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며 기업이 성장하면서 대·중소기업의 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존중의 기업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 시카고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넛지(Nudge)」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가짜 파리 한 마리가 성과를 거둔 것은 강압과 명령이 아닌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강압과 하달식 명령이 아닌 자율적으로 근무 의욕을 고취시키는 ‘넛지식 존중문화’가 필요한 때다. 넛지식 경영이 직원들의 동기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공정경제 확립,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도 결국 ‘사람’이 답이 될 것이다.
사람존중 기업문화를 위한 의식혁신과 동기혁신은 결국 생산성 증대와 함께 경영성과로 나타난다는 공감이 확산되면, 우리가 안고 있는 노사갈등이나 대·중소기업 간 갈등도 줄어들고 성장도 이루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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