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혁)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경영혁신 활동으로,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성장 방식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전통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목표를 재수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일하는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비범한 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고,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비즈니스 환경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 복잡한 시스템적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선 리더십도 똑같이 비범해져야 한다. 이를 ‘디지털 리더십’이라 칭하자.
직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디지털 비전’을 수립하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려면 기업은 필히 디지털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크게 네 가지인데, 첫 번째는 직원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디지털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다. 디지털 비전은 어떻게 고객의 경험을 혁신할지, 내부 운영 프로세스의 비효율을 어떻게 최적화할지,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할지를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기술보다는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점진적 변화가 아닌 혁신적 변화를 목표로 해야 하며, 직원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의 목표를 재점검하고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전략과제를 도출한다. 다음으로 디지털 비전에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먼저 회사의 디지털 변혁을 담당할 ‘디지털혁신 전략팀’을 구성하라. 이 부서는 기업 전반에 걸쳐 시너지를 주도하며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실행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이 조직을 이끌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임명하라. CDO가 디지털 변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가 포함된 ‘DT(디지털 변혁) 추진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숙제를 검사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주요 어젠다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디지털 비전에 필수적인 핵심 과제들이 잘 진행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 즉 방침을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자원을 할당하는 역할이 주요 임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율과 공유를 바탕으로 디지털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 볼보는 이런 강력한 DT 추진위원회 활동을 통해 지난해 여름 자사의 라인업에서 전통 내연기관 차량을 없애고 2019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차종에 전기모터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볼보는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중단을 선언한 최초 메이저 자동차 제조회사가 됐다. 세 번째는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전사적 관점에서 통합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스페인 대표 금융회사인 BBVA는 지난 8년간 5조원을 투자해 은행업을 소프트웨어업으로 재정의하며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세계 11만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사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엔 음성 기반 챗봇시스템을 고객상담센터에 설치해 온라인 뱅킹 고객만족지수를 6.4%나 올렸다. 지난 1년간 모바일 고객은 44% 늘었고 디지털 관련 매출은 270%나 증가했다.
‘협업 시너지’를 높여라 마지막 열쇠는 바로 ‘협업 시너지’다. 창업 13년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넘버원이 된 기업이 있다. 구글이다. 구글은 협업 시너지를 위해 인력채용부터 성과관리 및 조직문화 구축에 이르기까지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채용 시 업무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반면 ‘구글다움’, 즉 구글에서 함께 일하기 적합한 사람인가를 주로 평가한다. 채용 원칙 중 하나가 ‘동료들에게 영감을 주며 일할 사람을 채용하고,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말라’다. 채용과정에서 어떤 지원자가 시키지 않아도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구글 직원들은 일년에 한 번씩 관리자뿐 아니라 동료에게도 평가받도록 돼 있다. 이때 자기를 평가할 동료 평가자 명단을 작성해 제출한다. 평가자는 동료가 잘하는 일,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피드백한다. 특히 구글 사무실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다 온 교수, 해커들 사이에 교과서처럼 쓰이는 책의 저자 등 해당 분야의 고수들로 가득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한다. 매일 일하다 보면 직장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기분이 드는데 이것이 구글러(Googler)들이 회사 건물을 캠퍼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즉 협업할 수밖에 없는 조직을 만들어 내부자원을 200% 활용하게 하는 구글만의 비법이다. 협업이 잘 되기 위해선 조직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는 투명성인데 구글은 신입 사원도 회사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사내 인트라넷에는 직원별 주간활동 현황이 다 나와 있다. 간혹 유출 사고가 있어도 모든 것을 공유할 때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구글은 공유 쪽을 택한 것이다. 둘째는 자유로운 발언권이다.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회사가 작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출장을 제외하곤 거의 매주 전 직원이 참석하는 TGIF(금요일 본사의 카페에 임직원이 모여 대화하는 시간) 미팅에 나와 회사 현안을 이야기하고 문답을 주고받는다. 어떤 질문이든 경청하고 답한다. 창업자가 자기 말을 직접 듣고 거기에 바탕을 둔 조치가 나오는 것은 직원들에겐 놀라운 경험이다. 정리하면 구글의 눈부신 성과는 뛰어난 인재들이 기꺼이 협업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에서 나온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부터 리더가 솔선수범해 구축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VR) 등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변혁에 성공하려면 업의 속성에 맞는 다양한 디지털 역량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디지털 기술들을 잘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리더십에 대한 실천이 그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