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산업은 벤츠의 내연기관 발명 이후 130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패러다임 변환을 맞이하고 있다.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서비스(Shared service), 전기동력(Electric) 등 이른바 케이스(C.A.S.E.)로 대변되는 대변혁기를 맞아 자동차는 탈 것을 넘어 달리는 스마트기기로 진화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게임체인저인 테슬라, 자율주행 세계 최장 실증기록을 보유한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적 발상으로 미래 자동차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는 현재의 45배로 급성장하고, 신차 10대 중 4대에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될 것이며, 연관 서비스시장도 50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미래차 시장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율주행차를 선정·지원하고 있으며, 중국은 내연차에서 뒤진 경쟁력을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 전기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일본도 수소차 분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자율주행 핵심부품 국산화 집중 지원 시각을 국내로 돌려보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몇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생산강국에 진입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1년 456만대에 달했던 국내생산 규모가 2017년에는 411만대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또다시 재도약이냐 쇠락이냐의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등 불확실한 통상환경, 중국·인도 등 신흥 경쟁국의 등장, 전기·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대한 대응과 같이 만만치 않은 과제가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준의 자동차산업과 전자·정보통신산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미래차로의 전환은 오히려 기회이며,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미래자동차 시대에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정부는 그간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의 혁신 노력을 지원해왔다. 전기차의 경우 주행거리·충전속도 향상과 전기트럭 등 다양한 전기차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소차도 부품 국산화 개발을 꾸준히 지원했다. 자율주행차 본격 상용화 시대에 대비해 카메라, 레이다, 라이다 등 자율주행 센서와 인공지능 기반의 컴퓨팅 모듈 등 자율주행 핵심부품 국산화 개발도 집중 지원 중이다. 산학연 공동의 미래차 분야 석·박사급 융복합 인력양성 규모도 2017년 56명, 2018년 140명에서 2019년에는 180명으로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성장 노력은 실제로 민간에서 다양하고 의미 있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전기차시장은 매년 2배 이상 성장해 올해 최초로 전기차 수요가 구매보조금 규모를 초과하는 등 본격 확산기로 접어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고속도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일반 시민들을 태우고 시속 100km의 속도로 안전하게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했고, SKT와 같은 통신업계도 5G 기반 자율협력주행 기술을 선보이는 등 자율주행 기술을 과시했다. 부품 분야에도 많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소차에 들어가는 300여개의 부품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LG·삼성과 같은 굴지의 전자업계는 자동차 전장부품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GM의 대표적 전기차 ‘볼트’에 채용된 부품의 60%가 이들 기업 제품일 정도다. 중소·중견기업의 성과도 눈부시다. 휴대폰 카메라 제작업체인 ‘엠씨넥스’는 스마트카용 카메라시장에 진출해 푸조·볼보·시트로엥과 같은 글로벌 업체에 납품하는 등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고, 벤처기업 ‘스마트온 커뮤니케이션’은 차량 데이터를 수집, 운전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엔진오일을 판매하는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서비스산업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버스, 초소형 전기차 등에서도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차 시대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만이 주인공이 아니며, 그동안 자동차와 관계없는 것처럼 보였던 IT, 통신기업, 중소·중견기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발견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테스트하는 K-City 올해 중 구축, 내년엔 대구 실도로에 자율주행 평가환경 조성 정부는 이 같은 민간의 성과를 더욱 가속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일 미래자동차 혁신성장 전략을 마련한 데 이어 6월에는 전기·수소차 확산을 위한 이행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전기·수소차 시장 확대를 위해 초기시장 창출에 주력한다. 올해 중 5개 시범도시를 선정해 2030년까지 대중교통을 모두 전기·수소차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공공 부문 친환경차 의무구매 비율도 50%에서 올해 70%, 2020년에는 100%로 점차 확대하는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배달용 이륜차 1만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1.5톤 이하 전기·수소 화물차는 총량제와 관계없이 사업용 신규증차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2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1만기, 수소 충전소 310기를 구축해 충전 불편을 해소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도 민간의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수 있는 K-City를 올해 중 구축하고, 내년까지 대구 실도로에 자율주행 평가환경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과 IT기업 등 비자동차 분야 기업의 자율주행 연구지원을 위해 차량제어 정보가 포함된 연구용 차량을 개발해 업계에 제공할 것이다. 한편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발전상을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부터 어린이대공원, 대학 캠퍼스 등에서 자율주행 셔틀과 같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20년에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서 채택되고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기술개발 이외에도 충전시설과 같은 인프라 확충 등 제도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둬 미래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