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제도를 비롯해 산업까지 그간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분야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해서 우리가 계획하는 정책들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곱씹어보며 추진하기엔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다. 중국은 압도적인 시장경쟁력을 바탕으로 취미·레저용 드론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미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드론시장의 주 무대가 될 사업용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치열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 드론산업이 반드시 가야 하는 길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애주기별 규제개선으로 제작·활용업계 지원하고 조종인력 양성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규제개선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규제 때문에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우리나라 규제는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유사하거나 오히려 완화된 수준이어서 업체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부터 간담회, 밤샘토론(해커톤) 등 수차례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며 느낀 점은 그간 일괄적·양적 규제완화를 추진했으나 국내 안보상황의 특수성 등으로 체감 수준이 다소 낮다는 것이었다. 업체들이 집중된 서울·대전은 군 비행금지구역, 원전 주변 비행금지구역 등으로 제한돼 비행테스트 등이 어렵고, 제작·운영 단계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제도는 소관 부처별로 이원화돼 있어 개별규정에 대한 제도개선과 별개로 불편함을 초래했다. 이에 드론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관련 제도와 애로사항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게 개선한다.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자유로운 테스트 공간을 확대·조성 중이다. 또한 드론 운영범위 확대 및 성능 고도화에 맞춰 기존 무게·용도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를 위험도·성능 기반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농업용 드론 비행에 필요한 안전성 인증(국토교통부), 농기계 검정(농림축산식품부) 제도의 민원창구를 일원화하고, 동일 장소·시간에서 검정,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현재 민관합동으로 양 제도 간 중복되는 검사항목이 있는지를 점검 중이며 필요시 기준 통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활용확산을 위해 항공·지상측량만 인정돼왔던 공공측량 분야에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작업지침, 측량성과 심사기준 등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 대비 약 30%가량 비용이 절감되고, 연 1,650억원 규모의 공공측량 시장 중 약 17%에 해당하는 283억원 규모의 항공·지상측량이 드론측량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까지 약 4천여대(현재 800여대 수준)의 공공 분야 드론 도입 수요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산불진화, 실종자 수색, 재해·재난 감시 등 공공 목적의 긴급한 상황에 한해 야간 및 가시권 밖 특별비행승인에 대한 적용특례를 도입했다. 올해는 비행금지구역 등에서 사전 비행승인이 필요해 드론의 제때 활용이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선통보 후 비행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 중에 있으며, 건축물 밀집지역 내 비행승인이 불필요한 수평범위(반경 150m)도 마련 중이다.
재해·재난, 치안·수색, 해양경비, 국토조사 등 공공임무를 수행할 조종인력 양성기반도 마련한다. 커리큘럼 개발, 전문교관 양성과정 등을 거쳐 올해에만 약 100여명이 양성될 예정이며, 지속적으로 조종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산드론 활용을 높이기 위해 올해 2월에는 드론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국가, 공공기관은 국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우선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노력과 지원의 결과로 지난해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는 국토조사, 지적재조사에 드론을 활용 중이며(연 50억원 시장창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올해 3월부터 전국 215개 공공건설 사업지구에서 계획·시공·유지 등 모든 단계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연 250억원 시장창출).
보은·고성·영월에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공사 착수 정부는 국내 업체들이 드론 개발 시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고도제한, 비가시권 운행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시험·실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며, 현재 전국 7개소에 운영 중인 시범공역을 업계 수요가 많은 수도권 지역 등에 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 격오지(도서지역 등) 배송, 사회기반시설 정밀점검 등 민간에서 현장적용이 어려운 분야를 선정해 ‘규제완화+재정지원’을 골자로 하는 규제샌드박스 사업도 6월부터 본격 추진 중에 있다. 또한 민간의 비행시험을 지원하기 위해 시험공간, 전문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공사도 착수했다. 보은·고성·영월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며, 2개소도 추가로 착수할 예정이다. 비행시험장은 전문화된 장비를 통해 기체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스타트업의 인증·시제품 지원, 관련 업체 간 융복합 환경 제공 등을 위해 드론 기업지원허브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ICT·빅데이터·AI 기술 기반 비행정보 공유, 드론 비행로 운영, 경로분석 및 자동관제 등 다수 드론을 운용하기 위한 교통관리체계를 개발(2017~2021년) 중이며, 공중교통망 운송수단으로 수직이착륙·자율비행 등이 가능한 자가용드론 및 인증체계 연구(2019~2023년)도 내년부터 착수한다. 유·무인항공기의 통합 운용을 위한 무인기 안전운항기술 연구(2015~2021년) 등 미래 무인항공시대 준비를 위한 R&D도 적극 추진 중이다. 드론은 과거 ‘군수용’에서 현재 ‘취미·레저용’으로, 향후 ‘사업용’으로 패러다임이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절대강자가 없는 사업용 시장도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강약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업계, 학계, 연구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사업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올해 추진하는 드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이 혁신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