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시장경제적 요소가 확산되면서 탈사회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장(場)마당의 활성화와 종합시장의 제도화, 돈주(錢主)의 등장, 평양의 초고층 건물들, 공유자전거, 휴대전화 및 스마트폰 확대, 기업의 자율권 확대 및 인센티브 등에 따른 사경제의 확대와 같이 경제활동에 나타난 모습들은 북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반도의 변화 또한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있었는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북핵 폐기와 한반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을 위한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었다.
대북제재 완화 수반돼야 하지만 소비재·유통, 관광 등에서 비즈니스 기대 그러나 여전히 대북제재는 유효하고, 북미 간의 핵폐기와 체제보장을 위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대북 압박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남북경협의 재개와 대북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는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최신호 “Your North Korea Investment Guide”를 통해 대북투자 전망을 다뤘다. 그렇다면 미지의 미개척 시장으로서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가져다줄 것인가? 단, 대내적으로는 5·24조치의 해제,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수반돼야 북한과 경협을 진행할 수 있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의 현황과 니즈를 고려했을 때 인프라·건설, 소비재·유통, ICT, 에너지, 자원, 자동차, 관광산업, 지속가능발전 분야 등에서 비즈니스를 예상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인프라는 국민생활과 산업 및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시설로 개발 초기에 최우선적으로 정비되고 건설되는 분야다. 북한과의 경협을 위해서도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다른 산업으로의 확대가 어렵다. 인프라는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교통시설과 정보통신시설, 상하수도시설, 전력 및 가스 등의 공급시설을 포함한다. 인프라건설산업은 북한 재건과 남북경협의 시작이 되는 사업이며, 이와 함께 에너지산업 또한 타 산업의 기반산업으로 반드시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북한은 전력 및 에너지, 주택, 산업시설 등이 노후되고 양적·질적 측면에서 대규모 확충 및 개선이 필요하므로 인프라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 이에 인프라건설산업의 역할과 투자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고, 북한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현재 북한경제를 추동하고 있는 유통·소비재산업이다. 유통·소비재산업은 김정은 정권의 경공업 육성정책과 종합시장이라는 민간 영역의 확대가 맞물려 가장 활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비재산업은 유통시장의 핵심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시장화의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북한 주민들은 종합시장에서 일반 생활용품부터 고가의 가방,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조달하고 있다. 북한 자체생산이나 중국에서의 수입을 통해 공급받는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소비재업은 북한의 수요에 대한 공급을 염두에 두고 북한 주요 도시의 인구분포 및 도시별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북한 주요 입지별 여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구체적인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섬유의류업의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 섬유의류업은 개성공단에서의 사례와 같이 일정 수준의 경험이 축적된 상태이므로 타 산업 대비 진출이 용이하고,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인접국의 수출을 고려해 생산기지로서 활용도가 높은 산업이라 평가된다.
자동차 생산기지와 미래자동차 테스트베드로 활용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산업에서도 기회를 고려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외국모델 승용차를 조립·생산하는 수준으로, 산업경쟁력에서 남한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인건비와 지대 등 생산비용 면에서 남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생산기지로 활용할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남한의 자동차산업은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등의 스마트자동차 개발에서 고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만약 북한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이러한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자동차산업의 기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은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소되기만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될 경협사업 중 하나다. 현재 북한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하고 관련 자료를 배포하는 등 금강산관광이 진행됐던 10여년 전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중국 등 대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잇는 지정학적 입지와 풍부한 자연문화자원으로 개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기본적으로 자연문화유산 등 보유 관광자원의 매력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북한의 관광개발이 본격화되면 주요 관광자원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초기에 입지를 선점해 향후 관광시장 확대 시 폭발하는 관광수요를 우선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경협이 실현되기까지는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 과정이 생각보다 빠를 수도, 느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불가능이 가능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실현 가능한 미래에 대한 준비는 지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