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자원으로 부상한 데이터.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퉈 데이터경제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나라경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수장인 문용식 원장을 만나 한국의 데이터경제 경쟁력과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수준은? 한국은 PC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고 성공한 국가였으나 불과 몇 년 사이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 선진국과 비교해 ICT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 미국, 심지어 중국과도 기술·데이터·지식·인공지능(AI) 격차가 자꾸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1세기 원유라 할 수 있는 데이터 관련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63개국 중 56위[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발표, 2017년 기준]이고,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다. 중국보다도 뒤처진다니 충격이다. 흔히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호두까기 신세’라고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AI 기술은 미국과 1.8년 차이가 나고 중국의 기술력에도 뒤처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데이터경제의 속성상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한국은 긴장하고 글로벌 경쟁자를 바짝 추격해야 한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해법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정부의 법·제도 정비다. 우선 가명정보(익명정보는 개인을 구분할 수 없는 데이터이고 가명정보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하는 것)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일본·중국·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개념으로 가명 처리된 데이터가 상용되고 있다. 클라우드 이용에 대한 규제 개선도 시급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간 유용한 데이터 공유를 장려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타 기관의 정보를 이용하려고 시도해보면 규제 때문에 결국 활용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 공공데이터 활용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4년 전부터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이 시행돼 현재 2만4천여건의 데이터가 공개될 정도로 양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다. 문제는 각 기관의 데이터들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사용자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융합·결합된 데이터는 기존의 개별적인 데이터보다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진다. 데이터의 양적 개방을 지속하면서 표준화를 통한 품질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낮다. 활용 정책보다 보호 대처가 우선 아닌가? 대다수의 국민은 자신의 금융정보, 정당 가입 여부 같은 정치적 성향, 범죄기록, 의료기록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다. 이런 민감 정보는 강력히 보호하고 산업에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활용하자는 게 바로 데이터 활용 정책이다. 데이터의 ‘활용’과 ‘침해’는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개인정보가 보호도 안 되고 활용도 어렵다. 보호 수준을 높이면서 안전하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어떻게 하면 될까?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맡은 거버넌스의 권한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개인정보 침해 시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업계에 인지시켜야 한다. 정보 활용 프로세스를 엄격화해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자국의 데이터를 타국이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배우려면 유럽의 사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자국 데이터의 해외이전을 제한하고 이전 허용 조건·절차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자국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 진출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국가가 규제하는 중국도 문제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데이터 개방만 내세우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개인데이터에 대한 주권 강화 동향은 어떤가? 개인데이터의 주권 강화는 유럽과 미국이 단연 앞서고 있다. 유럽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제정으로 개인이 데이터를 삭제하고 이동하는 등의 권리를 갖는다. 미국은 마이데이터를 소비자 권리로 규정하고 2011년부터 정부 주도로 ‘스마트 공시’라는 사업을 시행해 마이데이터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2012년부터는 개인이 병원 의료정보를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는 ‘블루버튼’ 프로젝트를 전 국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산업사회가 되면 사람이 배제될 위험은 없는지. 그동안 1, 2,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작용을 우려했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없었다. 일자리 문제만 해도 그렇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 맞는 전통적인 일자리는 줄었지만 그보다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발 사이즈가 260㎜인 사람이라도 볼 넓이는 제각각이다. 데이터산업이 발전하면 개개인의 정보를 반영해 개인 맞춤형 신발이 제작되는 게 일상이 된다. 맞춤형 서비스와 그에 따른 일자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은? 정부는 개인정보에 대한 안정성, 데이터 처리에 관한 신뢰성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최대한 개방해 벤처·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실질적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생성된 데이터를 적정한 가격으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아울러 데이터 생태계가 건전하게 만들어져 업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계획은? 진흥원은 최근 ‘지능데이터단’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앞으로 지능데이터단을 통해 데이터 정책 관련 기획, 데이터 이용 환경 조성으로 사회현안 해결과 시장창출에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특히 표준화, 신산업 발굴, 품질관리 등 데이터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