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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고점 돌아 성장세 둔화될 세계경제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2018년 12월호



글로벌 통화긴축, 통상분쟁 심화,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 등 하방요인 가시화

미국, 일본 등에서 고용시장 호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임금 상승 폭은 제한적이라 소비증가세 지속 가능성은 의문


미국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이제 고점을 돌아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올해 성장률 예상치 3.7%보다 낮은 3.5%로 전망했다.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통상분쟁의 심화,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 등 하방요인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경기회복세를 이끌어오던 수요·생산·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약화되고 있다.


불확실성에 직면한 국제 금융·상품시장
내년 선진국에서는 올해보다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미국은 세제개편 효과의 점진적 감소 등으로, 유로지역은 수출증가세 둔화와 브렉시트에 의한 불확실성 확대로, 일본은 기업의 비용 상승과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하방압력을 받으며 성장률 둔화가 전망된다. 이들 국가에서 지난해와 올해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고용시장의 호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임금 상승 폭은 여전히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구매력 상승을 통한 소비증가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신흥국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신흥국이 미·중 통상분쟁과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중국은 내수 주도 성장모델로의 전환을 위한 구조개혁의 성장세 둔화와 대외여건의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누적된 지방정부 부채로 경기부양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인도는 모디 정부의 개혁정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고유가 덕분에 무역수지 흑자 폭이 증가해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나 경제제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 압력, 공공요금 인상 등 하방요인에 노출돼 있고, 브라질은 완만한 소비 증가와 원자재 수출 증가로 성장률을 회복할 전망이지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더해 정부부채의 누증을 해결하기 위한 연금개혁에 따른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 5개국은 민간소비의 호조에 맞물려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정부지출 증가 등 상방요인과 중국의 성장 둔화 및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하방요인이 작용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중간선거, EU의 이탈리아 예산안 평가, 브렉시트 협상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소 부각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나면서 주요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글로벌 무역 긴장 장기화로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가치의 약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미국 국채금리 상승압력이 심화되면서 유로지역과 일본의 국채금리가 동조화하며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원유수출국의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 반면, 일부 국가에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귀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공급불안 우려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지속이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셰일오일에 따른 원유공급 증가로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란·베네수엘라의 공급 감소는 다른 산유국의 공급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 등으로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시 원유 수요 또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국제금융시장에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는데, 지난 몇 년간 경기회복세가 나타나면서 통화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는 올해 한 차례와 내년 세 차례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그동안 매입했던 자산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말로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 양적완화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 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 등 신흥국에서는 통화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로 기본금리 상승을 고려하고 있어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가 시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통상분쟁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글로벌 교역량 감소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다른 큰 흐름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다. 올해는 미·중 통상분쟁이 본격화됐고,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25년 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중 통상분쟁은 경상수지 불균형의 조정을 넘어서 양국 장기 전략의 충돌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단기적으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러한 통상분쟁 및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따라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대외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초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나타난 위험선호 현상과 맞물려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있었다. 경기회복세의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앞서 지적한 통화긴축과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 등 글로벌 리스크의 가시화로 안전자산 선호가 시현되면서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하방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어 내년도 우리 경제가 직면한 대외여건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경기순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매해 성장률 등락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하락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혁신적인 기업이 살아남아 커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든든히 하는 한편, 경쟁에서 일시적으로 낙오된 구성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그들이 다시 경쟁의 무대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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