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출국의 경상수지 개선, 인도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양호한 성장세로 신흥국 전반의 성장세 둔화 폭은 일부 축소 전망
주요 기관의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세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IMF는 2019년 세계 및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 7월 전망치 대비 각각 0.2%p 및 0.4%p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상대적 고성장세와 중국의 안정적인 성장세 유지로 세계경제 확장세가 당분간 지속되리라 전망했던 기존의 시각이 점차 성장세 둔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한 주요 기관의 이러한 기조 변화에는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신흥국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불확실성 확대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자본유출 압력에 무역갈등 가세···터키, 브라질 등 금융불안 심각한 수준
먼저 글로벌 교역량 감소에 따른 주요 수출주도형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7년 5.2%에 달했던 세계 교역 증가율이 내년에는 4%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발 무역갈등이 고율관세 부과 등 실질적 조치로 이어짐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특히 세계경제 생산과 수요의 양 축인 G2경제의 무역갈등이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신흥국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 또한 점증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수출국의 경상수지 개선 및 인도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 시현으로 신흥국 전반의 성장세 둔화 폭은 일부 축소될 전망이다. 또한 일부 신흥국의 경우 경기둔화에 대응한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 활용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폭은 제한적인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글로벌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신흥국경제 성장세 둔화와 더불어 대신흥국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 확대 양상이 심상치 않다. 이미 신흥국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미 달러화 강세 등 글로벌 금융시장 주요 변수의 기조적 변화에 따른 자본유출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최근 미·중 무역갈등 고조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가세하면서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불안 심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IMF 구제금융 지원체제에 돌입했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터키,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금융불안 상황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내년도 신흥국경제 전망과 관련해 가장 주시해야 할 부분은 신흥국 금융불안의 확산 여부일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여타 신흥국으로 전염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는 금융위기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을 주기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발발 이후 10년이 되는 시점인 만큼 일부에서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 가능성과 관련해 최근 국제금융시장 주요 변수에 기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를 주도해왔으나, 최근 이러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조의 추세적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는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내년 초 신규자산 매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에 글로벌 유동성 증가 추세는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축소 기조로 반전한 이후 내년 중 축소 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을 촉발하고 있는 미 금리, 달러, 유가의 3고(高) 현상 또한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연결되면서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미 연준은 내년 중에도 2~4차례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신흥국의 자본유출 압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신흥국 대외건전성 개선돼 금융불안 확산은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 그러나 일부 취약국의 금융불안이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주요 신흥국의 대외건전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신흥국은 외환보유고 비축 확대 및 단기외채 축소 등 대외건전성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외환 부문 거시건전성 정책 및 양호한 성장세 지속 등으로 대외 부문 건전성이 크게 제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외요인 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확산은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22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실물 및 대외 부문 건전성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터키, 아르헨티나에 이어 대외 부문 취약도가 높은 국가로는 이집트,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6개국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내년도 신흥국경제는 다소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흥국 금융불안의 확산 여부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경제의 기초체력 개선으로 인해 대규모 신흥국 위기발발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대외요인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신흥국 금융불안 전개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