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타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2018년 11월 16일 우리 무역이 최단 기간에 1조달러를 달성했다. 2011년에 처음으로 1조달러를 달성한 게 12월 5일이었으니 20일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그간 최단 기록인 2014년 11월 28일보다도 13일이나 짧다. 무역 1조달러의 배경에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이 있다. 2018년 우리 수출은 역사상 최초로 6천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수출 순위 6위를 기록했다. 미국, 독일, 중국,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7번째다. 네덜란드는 유럽의 관문인 로테르담(Rotterdam)항을 기반으로 중계무역 비중이 53.7%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국 수출은 세계 5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수출 6천억달러는 미·중 통상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발 금리인상,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 험난한 외부환경 속에서 이룩한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2019년 수출 6,250억달러로 전망, 반도체는 단일품목 최초로 1,300억달러 돌파 기대 지난해 6천억달러를 달성한 수출이 올해에도 호조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2019년 우리의 수출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3.7%를 기록해 2018년(3.9%)에 비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가 하락한 원인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 등이 있다. 2019년 세계경제는 교역·투자·생산·소비의 회복세가 지속되긴 하겠지만, 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2%p 하향 조정한 3.7%로 전망했다. 다른 국제기구들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기의 둔화 조짐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도 세계 교역을 제한할 전망이다.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생산 구조는 분업화되고 생산 가치사슬은 복잡해졌다. 한 국가가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쳐 부정적 영향이 배가된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기업이 투자를 연기하거나 꺼려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세계 교역 증가의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라질, 터키 등의 국가들은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불안한 금융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에도 몇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들의 금융이 불안해지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에도 파급될 경우 세계 교역에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도 세계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rning point; 개발도상국에서 농촌의 잉여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에 도달해 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고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을 지나면서 무역 중심의 성장전략을 소비 중심으로 전환했다. 중국이 교역 성장세를 이끌었던 가공무역 비중을 낮추고 내수를 위한 자급률을 높임에 따라 중간재 수입이 감소하면서 세계 교역을 제한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수출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교역환경을 감안하면 2019년 수출은 6,250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만한 세계경제 성장세와 글로벌 IT 수요가 지속되면서 2018년보다는 수출이 증가하겠지만 증가세는 둔화되는 셈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5.0% 증가하면서 단일품목 최초로 1,300억달러 돌파가 기대된다. 선박은 지난 2년간의 수주 물량 인도와 기저효과로 10.0% 증가가 예상되고, 석유화학과 일반기계 수출은 각각 5.2%, 2.2%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자동차는 세단 수요가 감소하고 신흥국 불안이 계속되면서 수출이 다소 부진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가전도 해외생산이 확대되고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 R&D 투자 확대하고 서비스산업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오늘날은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첨단기술 경쟁의 시대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미래 첨단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도적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수출의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제조업은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되면 생산성을 극대화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에서는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고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자동차에서는 친환경·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각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대응하면서도 향후 확대될 FTA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시장 확대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초일류 기업들은 전통 산업에 최첨단 정보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개념의 산업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수출도 선진국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시장에서 앞선 경쟁자를 추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해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를 더 많이 만들어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는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벤처기업 및 수출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마음껏 도전과 모험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타 기업과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정부는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힘든 도전 비용과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문화콘텐츠와 관광·물류, MICE(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의 서비스산업도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면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를 촉진하면서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