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경제에 대응해 파급효과가 크고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혁신기술 개발 시 기술개발의 개념 설정부터 신제품 개발, 그리고 공공수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관된 지원체계 갖출 필요 있어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은 2019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7%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1,5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개선이 더딘 청년실업 등 한국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하는 거대한 전환의 파도 한가운데서 과학·기술 혁신 역량 제고를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박하다. 그리고 이런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이 중소·벤처기업에서 창출되고 있음을 여러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정책금융은 좀 더 모험적으로…KOSBIR(중소기업기술혁신지원제도)는 혁신기술에 초점 맞춰 장기적 지원을 중소벤처기업 부문의 혁신을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제언하면 우선, 과학·기술 창업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제조업과 ICT 융합, 나노기술,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에 기반한 기업들이 창업하고 또 육성되는 기반의 강화가 시급하다. 혁신기술은 연구개발(R&D)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성공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영역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시장에서의 성공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중소기업기술혁신제도 (SBIR)라는 지원제도를 통해 혁신기업의 창업을 촉진하고 있다. 이 제도를 바탕으로 창업 후 초기단계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공공 부문에서 신기술 제품을 구매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혁신을 위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시리(Siri) 등 아이폰에 상용화돼 있는 주요 기술의 상당 부분이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된 기초 요소기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도 요소·융합기술 등 개발된 기술의 파급성을 키우고 혁신창업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창업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협회(GERA)의 ‘2017년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환경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초기 창업활동은 주요 창업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격차가 크고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회추구형(opportunity-motivated) 창업이 주요국보다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업은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정책금융에 대한 연대보증제도를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창업의 질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에 취해진 조치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고급 기술인력의 혁신형 창업이 부족한 한국의 창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연대보증제 폐지 사례처럼 정책금융은 좀 더 모험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미국의 SBIR 제도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SBIR, 즉 중소기업기술혁신지원제도(KOSBIR)를 시행하고 있는데, KOSBIR 지원 규모는 시행기관의 전체 R&D 예산 대비 평균 12.8%(2017년)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이 중에서 순수하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분은 50%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일부에서는 KOSBIR의 사업화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KOSBIR는 좀 더 모험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혁신경제에 대응해 파급효과가 크고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기술 개발 시 기술개발의 개념 설정부터 신제품 개발, 그리고 정부 공공수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관된 지원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KOSBIR 제도의 혁신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면 첫째, 지원 대상을 기업의 점진적 개량기술보다는 혁신적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가능성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장기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철저히 혁신기술 개발에 초점을 두고 제품 출시 전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만 지원하고, 수행 기관의 수요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공공구매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구자 중심의 고급기술 개발을 목표로 중소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투자의 지역 불균형 해소, 지역 중소기업과 대학·연구소의 협력체계 구축 도와야 지역의 혁신역량 강화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지역의 경제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올 4월 시행 예정인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의 전부개정안을 통해 지역의 자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학 또는 연구소와 긴밀한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울권을 제외한 지역의 벤처기업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수준임에도 벤처캐피털 투자는 수도권에 75%(2017년 신규)가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혁신기업의 성장 기반 확대를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먼저 이 같은 불균형 해소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창업·벤처 정책은 와해적 혁신을 창출하는 선도적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기술 기반 창업가가 감당하기 힘든 초기단계의 혁신형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조속히 전환될 필요가 있다. 창업국가로 일컬어지는 이스라엘에서는 종래의 수석과학관실(OCS)을 혁신청(IIA)으로 확대 개편했고, 미국은 최근 SBIR 프로그램을 국방수권법(NDAA)에서 재승인할 정도로 국가 단위에서 혁신 창업기업의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혁신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혁신이 이뤄져 한국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