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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규제체계의 대전환, 규제 샌드박스
임홍기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제도팀장 2019년 03월호



역대 모든 정부가 신기술·신산업과 관련한 규제혁신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기업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가 항상 미흡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규제가 지니는 보수성 때문일 것이다. 규제는 과거의 확립된 기술 수준, 국민의 인식 및 공감대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급변하는 기술 발달 속도를 따라잡거나 결코 앞서나갈 수 없다. 문제는 간극의 수준일 것이다. 두 번째는 신기술·신산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있다. 정말 소비자에게 편익을 가져다주는 혁신적인 기술일까? 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까?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이해와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 초래될 경우 지금까지의 공공 부문 의사결정 구조로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경로의존적인 규제 고수냐, 아니면 규제 철폐냐 하는 양자택일식(all or nothing) 선택지만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의 보수성과 신기술·신산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제도다. 그간 양자택일식 선택지에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안전성과 효과성, 시장성을 확인하고 시험하는 절차를 거쳐 규제의 필요성 여부를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규제 당국의 보수적인 의사결정 행태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신기술·신산업의 미래에 대해 논란만 반복하면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던 많은 규제 이슈에 대해 제한적인 실행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 2월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1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통해 수년간 논란만 지속해오던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분석, 손목시계형 심전도계,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 등이 기존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게 됐다.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는 주로 금융혁신 분야에 국한해서 시행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실물경제에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도라 할 수 있다. 올해 1월 17일부터 정보통신 분야와 산업융합 분야에 규제 샌드박스가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고, 4월에는 금융혁신 분야와 지역혁신 분야에서 시행된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의 기본법적 성격을 지닌 「행정규제기본법」은 여야 합의로 지난해 12월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최종 확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올 연말에는 100여건 이상의 혁신적인 과제들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샌드박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 공익적인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또한 규제가 없거나 모호할 경우에는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적극 행정이 정부 업무의 새로운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지팡이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법체계가 미래의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섭할 수 있도록 입법 방식을 유연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포괄적 개념정의, 유연한 분류체계, 네거티브 리스트 등)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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