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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금융서비스 실험 근거 마련… 금융권의 경쟁·혁신 촉진될 것
구자현 KDI 연구위원 2019년 03월호



금융규제에 대한 걱정 없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실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시범서비스의 정식 시장출시를 위해 관련법령 제개정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경우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입법조치를 권고하는 등 혁신 친화적 규제 틀 마련


최근 ICT 기술의 발전과 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금융도 기술과 융합돼 패러다임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는 ICT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과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영국 등 금융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금융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 핀테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월 1일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시행… 광범위한 규제특례 부여로 혁신금융서비스 시장 테스트 촉진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핀테크가 금융규제에 대한 걱정 없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실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금융혁신을 촉진하는 제도다. 마치 신약을 개발할 때 임상실험을 실시하는 것과 같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금융사업 모델이 테스트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테스트베드(safe experimentation)인 것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2016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도입된 이래 2018년 8월 기준 세계 16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7월부터 1년에 두 차례 기수별(cohort)로 선발해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7월 4기까지 총 276개사가 신청해 89개사가 테스트를 실시했으며, 2018년 11월 30일까지 5기 선발을 위한 신청을 접수했다.
우리 정부도 금융소비자 편익과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촉진제로서 핀테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적극 추진해왔다. 국내 금융규제 샌드박스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은 2018년 12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2019년 4월 1일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ICT 기술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핀테크 기업 및 금융회사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내용, 방식 및 행태 등에서 차별성 있는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주도록 금융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접수된 서비스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여부를 심사한다.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서비스의 혁신성, 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적용의 불가피성, 사업자의 업무영위 능력, 금융소비자 보호방안의 충분성, 금융시장 및 금융질서 안정성에 대한 영향 등의 기준을 토대로 심사하며, 심사를 바탕으로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핀테크 기업 또는 금융회사는 일정 기간 동안 지정된 금융서비스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특례를 부여받아 혁신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다. 또한 지배구조, 업무범위, 건전성, 영업행위 및 감독·검사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특례로 인정될 수 있다. 테스트 기간은 최대 2년 이내에서 지정 시 결정되며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1회에 한해 최대 2년간 연장이 가능하다. 정부는 혁신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사업자가 테스트 기간 중 인허가 또는 등록 요건의 일부를 충족한 경우 나머지 요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인허가 또는 등록과 관련한 심사 절차를 지원한다. 또한 시범서비스의 정식 시장출시를 위해 관련 법령 제개정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경우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입법조치를 권고함으로써 혁신금융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촉진한다. 정부는 혁신금융사업자가 인허가가 완료된 후 최대 2년 이내에서 다른 사업자가 동일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도록 요구할 수 있는 배타적 운영권도 부여한다.


소비자보호 및 위험관리 방안 충분해야만 허용, 테스트 비용의 최대 75% 지원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은 금융안정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금융서비스 제공 현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금융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을 혼란시킬 우려가 있을 경우 지도하고 시정을 명령한다. 또한 사업자에게 소비자보호 및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토록 하고 방안이 충분한 경우에만 테스트를 허용한다. 혁신금융사업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시 이용자의 범위, 거래위험 고지, 분쟁처리 절차 마련 등 소비자보호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핀테크를 지원하기 위해 2019년도 신규예산으로 79억원을 마련했다. 테스트베드 참여 기업에 테스트 비용의 최대 75%를 1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할 예정이며, 업무공간 및 멘토링을 제공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과 해외진출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혁신이 촉발되기 위해서는 금융혁신으로 유발될 수 있는 위험을 우려해 사전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금융혁신이 사업화되고 스케일업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후적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과 위험에 대한 균형적 시각에서 금융규제를 혁신 친화적으로 전면 개선한 유연한 규제 틀로서 금융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과 같이 법에서 원칙만을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 및 인허가 요건 적용 여부는 감독당국이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원칙 중심 법체계 국가에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그러나 규정 중심의 국내법 체계에서는 새롭게 법을 제정해야 했는데 정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조기 도입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간편송금, 간편결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 금융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핀테크업계 또한 국내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조속한 도입을 희망해왔다.
이번에 도입된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신금융서비스의 실험 근거를 마련해 핀테크 활성화와 금융권의 경쟁과 혁신을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와 역량을 갖춘 혁신가들이 규제에 대한 부담 없이 더욱 열정적으로 금융혁신에 도전해 변화의 물결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 전 사전신청을 받아 예비심사를 진행하는 등 금융규제 샌드박스 조기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월 21~31일간 샌드박스 사전신청을 접수한 결과 88개 회사가 105개 서비스를 제출하는 등 핀테크업계와 금융기관도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활성화를 통해 국내 금융소비자에게는 편리하고 빠르고 저렴하며 사용자 친근성이 높은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더 많이 제공되고, 내수시장 중심의 국내 금융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