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은 기업은 대상 제품·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건강·안전·환경 등에 위해가 없도록 스스로 철저히 관리하고 안전장치로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의 도입은 기존의 산업과 융복합된 다양한 신제품·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이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30%에 육박한다. 기존 제조업을 기반으로 신기술을 접목한 융합 신제품·서비스가 발현되고 시험할 여건이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포지티브(positive) 규제체계를 가진 국내의 법·제도에서는 융복합을 통한 신제품 및 서비스 모델을 기존의 법으로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규격·요건 등이 아예 없거나 법령에서 제시하는 기준 등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세계 투자 상위 스타트업 100개 중 우버, 에어비앤비 등 약 70%의 기업이 국내에서는 규제로 사업 출시가 불가능하다는 조사결과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문구가 됐다.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는 이러한 국내 법체계 환경에 매우 유용한 제도다. 혁신적 시도에 대해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혁신의 실험장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기업들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신속확인 통해 관련 규제 먼저 확인을… 타 법령에서 금지 시 임시허가 불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중 어떤 제도를 신청할지 결정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크게 ‘규제 신속확인’,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이하 실증특례), ‘임시허가’의 세 가지 제도로 구성된다.
규제 신속확인은 신청하려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허가가 필요한지, 규제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관련 부처 담당자들이 직접 확인을 해주는 제도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관련되는 규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규제를 뒤늦게 확인하고 전체 일정이 지연되거나 기껏 개발한 제품의 사업화에 애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모두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는 제도지만, 신속확인을 통해 규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실증특례는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사업화하기에 앞서 안전성 등에 대한 시험·검증이 필요한 경우,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구역·기간·규모 안에서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선 시험·검증 제도’다. 시험·검증 목적이기 때문에 법령에 규정된 허가기준, 규격, 요건이 모호하거나 기존의 기준, 요건을 적용하기 곤란한 경우뿐 아니라 타 법령에서 금지하는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를 작성할 때에는 실증을 위한 구체적인 구역, 기간, 규모 등을 명시해야 하며, 관련 지자체나 유관기관과의 협력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임시허가는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신제품·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임시로 허가를 부여하는 ‘선출시허용, 후정식허가 제도’다. 실증특례와 달리 임시허가는 타 법령에서 금지하는 경우에는 신청이 불가능하다. 임시허가는 말 그대로 허가를 얻는 것이므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보다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다. 유사한 제품의 시험·인증 확인서가 있거나 안전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철저히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해외에서 출시된 사례나 관련 법 개정 또는 규제해소 사례가 있다면 첨부하는 것이 좋다.
실증특례와 임시허가 중 어떤 제도를 신청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규제 샌드박스 업무를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일대일 밀착상담회를 이용할 수 있다. 월 1회 이상, 신청한 기업당 1시간 동안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들어보고 어떤 제도를 신청하는 것이 좋을지, 신청서 작성 시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작성을 위해 필요한 근거 자료나 어떤 해외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상담을 원하는 기업들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홈페이지(sandbox.kiat.or.kr)를 통해 상담일정을 확인한 후 전화 또는 이메일로 신청할 수 있다. * 신청: 02-6009-4092, sandbox@kiat.or.kr
중소기업에 실증예산의 50%, 책임보험의 50% 지원
규제 신속확인은 ①신청 ②관계부처 검토 ③회신의 절차로 진행된다. 사업자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진흥원 담당자가 신청서를 검토한 후 전 부처 규제담당관실로 공문을 발송한다. 전 부처는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되는 규제를 직접 작성해 회신해야 한다. 관계 부처가 진흥원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후 30일 이내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사업자는 바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실증특례 및 임시허가는 ①신청 ②신청서 및 법률 검토 ③관계부처 협의 ④전문위원회 검토 ⑤심의위원회 의결의 순서로 진행된다. 사업자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진흥원 담당자가 직접 신청자에게 연락해 신청내용에 대해 확인을 한다. 이를 기초로 위원회에 올리기 위한 안건보고서가 작성된다. 관련 규제 부처에서 안건보고서를 검토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 때때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현장방문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이렇게 전문위원회에서 검토된 안건을 마지막으로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허가를 받은 기업은 대상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생명·건강·안전·환경 등에 위해가 없도록 스스로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안전장치로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실증예산의 50%(1억2천만원 이내), 책임보험의 50%(1,500만원 이내)를 지원받을 수 있다.
2년 이내의 허가기간 동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규제 담당부서에서 사업 진행현황을 점검한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규제특례 취소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지난 1월 17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고 한 달이 채 안 된 2월 11일 제1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개최돼 첫 사례로 4개 안건에 대해 실증특례와 임시허가가 부여됐다. 이처럼 신속한 결과는 그간 기업의 규제혁신에 대한 열망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기인한 것이다. 향후 더 많은 기업인들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한두 건의 사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규제혁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