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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감진단, 가상통화·법정통화 동시결제 서비스 등 인증 사례 나와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2019년 03월호



일본판 규제 샌드박스를 대표하는 ‘신기술 등 실증제도’는 사업자를 일본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기업에까지 개방했으며, 실증실험 사업 건수도 제한하지 않아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모래놀이에 착안한 규제 샌드박스는 시행착오나 실패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혁신기술 또는 비즈니스모델의 가능성을 검증한다. 규제의 특례를 부여하되 기간, 참가자 등을 사전적으로 제한하고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 핀테크 활성화를 목적으로 영국에서 시작한 이후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국가 간 연계 역시 강화되고 있다. 금융산업의 혁신을 목표로 한 다른 국가들과 달리 대상을 전 산업으로 확장한 일본의 규제 샌드박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아베정부가 재집권 이후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온 규제개혁 체계가 존재한다.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으로서 규제개혁을 강조하면서 전국 일률적 개혁을 기반으로 2013년 지역 단위의 국가전략특구, 2015년 기업 단위의 그레이존 해소 및 신사업 특례제도를 차례로 도입해 규제개혁의 3층 구조를 확립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및 국제 경쟁지형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고 규제개혁 체계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기존 규제개혁 3층 구조에 더해 지역한정형·프로젝트형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일본의 규제 샌드박스는 지역한정형과 프로젝트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국가전략특구의 미래기술에 대한 실증특례를 보다 신속하게 구현하기 위해 2018년 3월 「국가전략특구법」을 개정해 지역한정형 규제 샌드박스를 법제화했다. 자율주행과 소형무인기(드론) 사업의 실증실험에 대한 「도로운송차량법」, 「항공법」 등의 특례와 사업자 지원을 위한 미래기술 실증 원스톱센터의 설치를 명시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국가, 지자체, 사업자가 함께 지역계획을 작성하고 내각 총리의 승인으로 진행되는 총리주도적 방식으로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역혁신을 가속화하고자 했다. 10개의 국가전략특구 중 자율주행은 도쿄도와 아이치현, 소형무인기는 지바시에서 이미 실증실험이 진행 중이다.
지역을 제한하기보다 기업 단위로 개별사업에 실증특례를 부여하는 프로젝트형의 정식 명칭은 ‘신기술 등 실증제도’로 일본판 규제 샌드박스를 대표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술혁신 시대에 국제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2018년 6월부터 「생산성향상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경제재생본부에 설치된 일원화 종합창구는 신청과 상담을 전담하고 관련 내용을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업자는 신기술 등의 실증계획을 사업소관대신 및 규제소관대신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아 추진한다. 심사와 승인 과정에서 총리가 임명한 평가위원회의 의견과 권고를 받게 된다. 사업자를 일본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외국기업에까지 개방했으며 실증실험 사업의 건수도 제한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프로젝트형 규제 샌드박스로 인증받은 사업은 의료·IoT·금융 분야의 세 건이다. 먼저 디지털헬스 벤처기업인 마이신(MICIN)은 온라인 독감진단 사업을 검증하고 있다. 발열 등 독감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애플리케이션 ‘크론’의 영상통화 기능을 이용해 의사의 지도 아래 자택에서 검사키트를 사용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의사에게 대면진료 권장, 출근 자제 등의 조언을 받는다. 독감 진단이 가능한지, 환자에게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IoT 분야에서 파나소닉은 고속 전력선통신(PLC) 장치를 탑재한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정용 전자제품의 실용화를 실증 중이다. 시제품을 모델하우스에 설치해 방송 수신과 통신 기능의 잡음 수준,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홈네트워크의 인프라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크립토 가라지(Crypto Garage)는 아토믹 스왑(Atomic Swap;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서로 다른 코인을 직접 교환하는 것)과 사이드체인(sidechain;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 존재하는 자산, 즉 코인들을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이용해 가상통화·법정통화의 동시결제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용리스크 배제가 가능한 결제 플랫폼을 올 1월부터 검증하기 시작했다. 기간은 1년, 참가 사업자는 일본에 등록된 가상화폐 교환업체 3~5곳으로 제한했으며 거래 규모에도 한도를 설정해 위험을 최소화했다.


프로젝트 시행하는 기업의 사업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로 구현 범위 확장
일본판 규제 샌드박스에는 두 가지 의의가 존재한다. 첫째, 기존 규제개혁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의 개발이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이전에 사업자는 규제적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실증특례를 받기 위해 증명자료나 데이터를 구비해야 하지만 시험이나 시행착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규제완화의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반대로 규제당국도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면 규제개혁을 실시하지 않으므로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 아이디어가 기존 규제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닌 ‘먼저 해보는 것’을 허용해 합리적 규제를 추구하고 있다.
둘째, 단순히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기업의 사업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구현 범위를 확장하고자 했다. 검증에서 획득한 정보나 자료가 사회적으로 활용되도록 축적·분석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가 창출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사이어티 5.0(Society 5.0)의 청사진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5년간 아베정부는 규제개혁에 대한 정책적 의지와 전략적 일관성을 보여줬다. 수요자 니즈와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인 것만이 아니라 기존 이익향유 집단의 저항, 공공 집행기관의 규제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동력으로서 정부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재집권 직후 참석한 다보스포럼에서 암반규제를 혁파하는 드릴로 본인을 표현한 아베 총리의 규제개혁 행보는 앞으로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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