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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트랙’ 역할 기대…국민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2019년 03월호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포럼) 대표는 20여년 가까이 몸담은 인터넷산업을 떠나 스타트업계로 왔다. 1990년대 후반 느꼈던 벤처의 역동성을 지금의 스타트업계에서 발견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과 성장에 일조하겠다는 바람이다.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위촉돼 동분서주하는 그를 만났다.


포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2016년 정식 출범해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대표가 의장이고 토스, 마켓컬리 등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이 회원사로 있다. 포럼은 네트워킹, 교육, 투자, 법률상담 등 스타트업의 성장에 필요한 일은 뭐든지 하고 있다. 회원사는 가입 승인 대기 중인 기업을 포함하면 750여개사에 이르고, 올 연말까지 1,500개가 목표다.


단순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한국의 규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짧게는 10~20년 전, 길게는 50여년 전에 만든 법·제도를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법에 명시되지 않은 건 불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봐도 국가 전체 경쟁력은 140여개국 중 15위인데 정부의 규제 부담 항목에서는 79위에 그쳤다.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잘돼 있는 미국과 중국은 모두 20위권 내였다. 혁신 생태계가 활성화된 경쟁 국가들을 기준으로 하면 규제 측면에서는 많이 뒤처지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들에 규제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규제가 많으면 기회가 줄어든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혁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사회에 기여하고 그걸로 경제적 성장도 하는 게 정체성인데, 국내에서 허용하는 기회가 작으면 혁신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줄고 결국엔 상상력도 제한된다. 국내 창업자를 만나보면 규제이슈를 10년 넘게 다룬 저보다도 본인 사업 분야의 법을 더 잘 알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걸림돌 규제에는 어떤 게 있나.
너무 많아서…(웃음). 혁신 서비스들은 대체로 신기술·신산업이고 플랫폼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 앱과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가 이뤄지는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차별하는 규제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의약품, 주류 등은 온라인에서는 팔면 안 되고, 인터넷상의 서비스로 충분히 해결이 되는데도 오프라인 구비요건, 즉 창고 등의 시설을 갖추라고 한다. 밤 11시에 주문해도 아침 7시까지 배송해주는 스마트물류 시스템이 이미 보편화됐는데도 거래 품목에 따라서는 반드시 냉동차·냉장차로 배송해야 한다는 차별적인 부분들이 있다.


지난 1월 17일부터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됐다. 그간 규제혁신을 끊임없이 강조해온 입장에서 이번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대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쉽고 사소한 건 정부 재량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고 어렵고 중요한 건 대부분 법을 개정해야 되는 사안인데 그런 것들이 국회로 가면 지지부진해지거나 국회 임기가 끝나 폐기되곤 했다. 제도 개선 속도가 혁신 속도에 발을 못 맞추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가 일종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핀테크 분야에 한정된 해외와는 달리 관련 법이 4개씩이나 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처음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바도 있지만 기대가 크다.


어떤 부분이 걱정되는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고 다 통과되는 게 아니잖나. 통과되지 않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추후에 제도가 바뀔 수도 있고 해외에서는 충분히 해당 사업이 활성화되고 좋은 혁신 성과가 나올 수 있는데도 규제 샌드박스에서 한번 통과되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해선 안 되는 사업으로 비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정부가 실증특례·임시허가를 내주면서 부가조건들을 달 수 있도록 해놨는데 그게 과하면 오히려 규제를 창설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조건을 수용해 허가를 받았다가 막상 시장에서 해보니 조건이 성장을 막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끝으로, 기간의 제약 문제다. 법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실증특례·임시허가 모두 2년의 기간을 주고 필요 시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경험상 4년이 그렇게 충분한 기간이 아니더라. 그 기간 동안 관련 규제에 대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미 투자도 다 돼 있는데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는 지금 허용해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허용에 대한 책임, 제도 개선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져야 한다.


ICT 규제 샌드박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그러잖아도 오늘(2월 14일) 1차 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안건 3건을 심의했다. 이미 접수된 것들 중에 심의할 것들이 아직 남아 있고 지금 신청되는 건수도 많아 처리 속도가 좀 걱정되긴 한다. 실증특례·임시허가를 심의하기 이전에 신속확인 제도가 있는데, 신청하면 30일 이내에 규제가 있는지 확인해줘야 하고 30일이 넘으면 규제가 없는 걸로 간주돼 사업자가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혹여라도 기한 내에 회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규제혁신 부문에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2일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한 내용이 바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거다. 먼저 신산업·신기술은 일단 돕는다는 자세로 진행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적극적으로 임한 공무원들이 사후에 감사·징계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국민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규제혁신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정부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어렵다 보니 혁신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럴 경우 단순히 이해관계 조정 차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기준으로 어떤 게 이익이 되는지 봐야 할 것이다. 혁신을 일으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전체에 이익이 되기 마련이다.


포럼 차원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알리는 작업들도 중요할 것 같다.
이미 회원사에 여러 차례 공지를 하고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지난해에는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4개 부처와 함께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한 바 있다. 지금 신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규제개혁이 10년 넘게 계속 화두가 됐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그렇게 했으면 다 된 거 아니냐. 아직도 할 게 남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회 전체로 보면 여전히 뒤처진 상황이다. 디지털경제를 기반으로 한 혁신생태계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고, 미국·중국 등 그걸 잘하는 나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규제개혁이 단순히 규제를 완화해 혜택을 보는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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