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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협동조합형은 돌봄생태계 변화시킬 좋은 방식…활성화 위해 설립비용 지원 필요”
사회적협동조합 서로돌봄센터 2019년 04월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만큼 공동의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뜻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서로돌봄센터(이하 서로돌봄)는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개념의 공동체 육아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실천하는 협동조합이다. 공동체 육아는 돌봄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서로돌봄의 정윤정 이사장과 구명숙 이사를 만났다.


서로돌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정윤정 2016년 11월 ‘마을이 함께 키우는 서로돌봄사업’이라는 모토 아래 서울 관악구에 있는 지역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공동육아 사업체인 ‘서봄어린이집’과 시간제돌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부모들이 공동육아를 준비하는 공간인 ‘공간서봄’도 운영한다.
구명숙 2015년 지역의제로 아이돌봄이 제기됐다. 관악구에 공동육아가 없어서 아이돌봄 네트워크를 만들어 활동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는데 마침 서울시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을 시작했다. 특구사업에 참여하면서 서로돌봄을 시작할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어린이집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윤정 서봄어린이집은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이다. 서봄부모협동조합이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한다. 서봄어린이집을 이용하고자 하는 부모는 우선 상담을 하고 일정 교육을 받은 다음 출자금과 월 조합비를 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 교사와 지역사회단체들도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협동조합의 예산으로 교사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 1명당 아이 수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적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윤정 프로그램은 일반 어린이집과 비슷하지만, 생태적인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동네 산에 매일 나들이를 가서 숫자놀이와 언어놀이, 신체놀이가 함께 진행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구도 외부에서 산 것보다는 체험 활동이나 만들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교구를 이용한다.


아이들은 보통 몇 시까지 어린이집에 머무는지.
정윤정 오후 7~8시까지 남는 것 같다. 교사가 먼저 퇴근하게 되면 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마지막 정리까지 맡는다. 인원이 100명 넘는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청결이나 안전 문제 때문에 부모가 교사 대신 마무리하고 가는 일은 불가능한데, 우리는 소규모라 가능하다.


협동조합 방식이 장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고충도 있겠다.
정윤정 우리의 교육방식이나 운영방식을 설명하면 부모들은 다 보내고 싶어한다. 다만 출자금과 매달 30만원의 사업비를 내야 하는 점은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회의에 참석하는 등 조합 활동을 해야 하고 아이 등·하원을 직접 시켜야 하는 문제 때문에 부부간에 협조가 되지 않는다면 어려울 수 있다.
구명숙 부모들이 균등하게 사업비를 내고 운영에 참여한 경험이 없어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정윤정 부모들이 참여할 기회가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많다. 예를 들어 나들이를 갈 때 차량지원을 하거나 보조교사로 참여한다든지. 또 본인이 원하면 모든 교육과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부담 없이 참여하지만 회의에서 논쟁이 발생했을 때는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만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적다.


공동체 육아는 지역사회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정윤정 젊은 세대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더라. 주말에 회의를 하다 보면 함께 식사하고 술도 한잔씩 하면서 친해진다. 도배 같은 활동을 함께하기도 하는데, 한 아빠가 아이들을 보고 나머지 아빠들이 도배 작업을 하는, 한국 사회에선 보기 힘든 재밌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된다.
구명숙 공동체의 신뢰자본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이를 저녁 8시까지 이웃집 엄마, 아빠가 돌봐주기 때문에 안심하고 늦게까지 일할 수 있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부모가 있으면 어린이집에서 일찍 봐주기도 한다. 내가 아이를 케어할 수 없는 그 시기를 공동체가 함께 돌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돌봄에서 지향하는 방식의 공동체 육아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윤정 공동체 육아가 널리 전파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설립에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비싸다. 국가에서 이 돌봄체계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파급시키고자 한다면 지역의제로 만들어 설립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 초기에 조합원을 모집하고 어린이집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관악구의 모든 지역을 돌아봤는데, 구에서 보유한 저렴하고도 좋은 터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조를 받기 어려웠다.
구명숙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으로 분류돼 있다 보니 모든 비용을 당사자가 부담한다. 무상임대, 공간지원 등을 정책적으로 설계해놓으면 어린이집 운영 실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잘 어울려서 사는 아이들로 키우려면 자연 속에서, 동네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키워야 된다는 것을 정답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기존 시스템에서만 키우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실험적인 대안을 내놨을 때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장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윤정 구청에서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만 상대하다 보니 우리와는 소통이 잘 안 된다. 그리고 설립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다른 법인의 경우는 창업과정부터 지원해주는 체계가 있는데 보육기관과 관련해서는 설립되고 나서의 지원만 있지 과정에 대한 지원이 없다.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은 일단 자리를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의 지원방식은 보육비로만 들어가니 지역에 남지 않고 그냥 사라지는 돈이다. 그런 부분에 비해 협동조합형은 초기 사업을 지원한다면 지금의 돌봄생태계를 변화시킬 좋은 방식이라는 확신이 든다.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정윤정 이 사업을 시작한 진짜 목적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돌봄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집의 조합원이 나가고 들어와도 지속 가능한 지역의 돌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남고 싶다. 궁극적으로 이런 조직을 만드는 컨설팅사업을 통해 사업모델을 전파하고 싶다.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어린이집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것이다. 또 공동육아 모임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만드는 것이 올해 사업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