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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 이뤄 의료와 돌봄 통합서비스 제공
허지윤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기자 2019년 04월호



지금도 어떤 노인은 퇴원을 앞두고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지역사회 통합 돌봄서비스인 커뮤니티케어를 단계적으로 구축, 실현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노인 돌봄을 가족 단위의 문제로 여겨온 한국 사회에서 이는 아직 낯선 의제다. 하지만 영국, 덴마크,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방문한 영국 런던 서덕(Southwark) 지구의 경우 의료와 돌봄체계가 통합돼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서덕 지구 내 노인 환자들에 대한 통합 돌봄(요양)을 맡는 건 ‘가이스&세인트 토마스 영국국가보건서비스(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GSTT; Guy’s and St. Thomas’ NHS Foundation Trust)’ 소속 ‘서덕지구통합돌봄지원팀(Intermediate Care Southwark, 이하 ICS팀)’이다. ICS팀의 통합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의 평균 연령대는 75~85세다. ICS팀은 환자의 집을 매일 방문해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110명으로 구성돼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 환자 개개인에 대해 팀제로 운영된다. 고령 환자들이 스스로 거동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화장실, 거실, 계단, 주방 등 주거공간 곳곳에 필요한 시설과 도구를 지원·설치해주고, 건강상태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준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병원이나 민간 요양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 내 자신의 주거공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물론 노인들이 내야 하는 비용은 없다.
종합병원에서 노인의 입·퇴원 경과를 주치의에게 이메일로 알리고 노인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도 통보한다. 이를 전달받은 ICS팀은 퇴원한 노인 개개인의 병력과 가족관계, 이웃, 취미활동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해 돌봄계획을 짠다.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요양보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전문인력이 함께 투입돼 연속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통합 돌봄서비스가 종료되면 노인은 자신이 살던 주거공간에서 스스로 생활하게 되고, 노인의 건강과 의료는 다시 기존 주치의가 맡는다.
이처럼 영국 런던지역에서 의료와 돌봄을 통합·연계한 지는 이제 1년째로 초기 단계다. ICS팀의 지난 1년간 서비스 운영을 분석하니, 제법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매일 요양사들이 집으로 방문했던 노인의 60%가 서비스 종료 후 더 이상 돌봄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퇴원한 뒤 당장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웠던 노인 10명 중 6명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다른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살던 곳에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인력이 상당수 투입되는 데다 오랜 기간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비경제적인 것 아니냐”는 물음에 “노인이 초기에 치료받고 처음부터 제대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국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노인의 경우 의료 및 돌봄 비용을 NHS에서 모두 지불하는 게 원칙이다. 노인이 아예 거동을 못하는 상태에 이르거나 건강상태가 악화될수록 국가와 사회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영국 정부는 2001년 의료와 돌봄서비스를 통합하는 내용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최근 커뮤니티케어를 강화하는 식의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돌봄 현장을 취재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커뮤니티케어가 필요하다는 공감과 함께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지역사회의 공감과 실천의지를 이끌어내야 하고, 양질의 통합 돌봄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직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직역 간에 존재하는 복잡한 이해관계, 취약한 협력기반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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