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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역사회, 기업, 돌봄종사자, 노인·가족을 포함한 ‘생태계 플랫폼 거버넌스’ 구축하자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 2019년 04월호



2025년 한국은 ‘1천만 노인인구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노인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1천만 노인인구시대에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이는 사회 전반적인 펀더멘탈의 변화여야 한다. 돌봄경제 활성화를 위한 돌봄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로서 고령화 이슈와 연결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아동 및 노인 등의 돌봄 수요 증가에 따른 일자리 수는 2015년 2억600만개에서 2030년 최대 4억7,500만개로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또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7개국과 브라질, 중국 등 신흥 6개국에서 GDP 2%를 돌봄경제에 투자할 경우 신규 일자리가 약 6,400만개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지난 2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9~2023년)’에서 돌봄경제 활성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과 돌봄 수요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꾀하고자 하는 계획은 최근의 국가전략 및 연구동향과 방향성을 같이하고 있다. 국가의 전반적인 책임 강화, 사회적 대화, 성인지와 인권 기반의 접근, 보편성·타당성·형평성 등의 돌봄정책을 변화시키고 지원하는 원칙에 대해서도 균형감을 갖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돌봄경제, ‘사람 중심 케어’와 ‘자립’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필연적으로 돌봄 수요 급증 문제를 동반한다. 이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상응하는 케어가 제공돼야 하지만 가능한 한 본인이 자신을 잘 관리해 개인적으로도 자율성과 삶의 질을 유지하며, 국가 재정적으로도 서비스 질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돌봄경제의 일자리 창출의 양적 효과는 근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고용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자동화·로봇화로 제조업 등 분야의 인력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돌봄·사회복지·헬스케어 등 돌봄경제 분야는 자동화로 대체되기 힘든 분야이며 오히려 인력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돌봄 분야 일자리의 양적 확장과 더불어 질적 개선도 고려할 부분이다. 이에 첨단·융합 돌봄기술은 기존 돌봄산업이 지닌 저임금·노동집약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ICT기기는 방문 사회복지사의 돌봄서비스 내용 기록을 표준화·정보화해 업무 피로도를 줄이고 직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돌봄로봇 등의 돌봄보조기술은 요양보호사 등 돌봄인력의 업무를 보조함으로써 신체적 부담 감소와 직무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1천만 노인인구시대는 다음과 같은 사회 전반적인 펀더멘탈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돌봄경제를 바라보는 핵심가치는
‘사람 중심의 케어(person-centered care)’, 수발 또는 케어를 넘어선 ‘자립(independent living)’, ‘자기결정적 삶(self-determined living)’의 관점이 중요하다. 수발 또는 케어를 넘어선 자활·자립의 개념으로 노인의 삶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인과 관련된 정책 및 서비스는 노인의 자율성(autonomy)과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을 존중하는 사람 중심 케어의 가치를 갖고 노인의 자립적 생활 유지 및 삶의 질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고령화사회를 경험한 선발 국가들도 고령자의 다양한 신체·심리적 욕구 충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정부의 이번 정책은 수요자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맞춤화된 돌봄서비스 수혜가 가능한 ‘사람 중심 돌봄’을 실현하는 노력일 것이다.
둘째, 돌봄경제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 책임은 더욱 강화돼야 하겠지만,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기업, 그리고 최종 이용자로서 당사자인 노인과 가족이 참여하는 전반적인 범위의 생태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노인이 자립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와 제품 개발 또한 돌봄경제의 중요한 분야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돌봄기술과의 발전적 연계 필요
셋째, 돌봄기술과의 발전적 연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돌봄서비스 분야에 헌신하는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종사인력의 부족 문제 등 새로운 미충족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접근이 중요하다. 이는 기존의 서비스 분야에서는 서비스 질을 제고하고, 미충족 수요에 해당하는 분야에서는 기술서비스 간 연계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 충족과 이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돌봄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돌봄기술은 인간의 자율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노인 돌봄기술은 노인들의 외로움 극복과 일상생활을 돕는 감성지원 및 일상생활능력(ADL) 지원 기술, 치매 예방 목적의 인지재활 기술, 인지·언어·심리치료 로봇 메로(Mero), 만성질환의 건강관리 및 이상을 감지하는 모니터링 기술로 구분된다. 노인 돌봄기술은 파워 휠체어, 커뮤니케이션 장치, 워커 등 사용하기 어렵지 않은 기술이면서도 실생활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기술은 최첨단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낮은 수준의 기술이라도 노인의 삶에 꼭 필요하고 기여할 수 있는 개발과 이용이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넷째, 제품 중심(goods-dominant logic)과 제품 서비스화(servitization)의 단계를 거쳐 서비스 중심(service-dominant logic) 단계로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된 형태인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제품과 서비스의 통합적인 제공은 발전된 과학기술에 의해 개별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서비스모델을 제공할 것이다.
다섯째, 고령자의 기술 활용도를 높이도록 전 주기적 관리가 돼야 한다. 돌봄기술이 노인들에게 잘,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용돼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돌봄로봇 등 돌봄기술의 활용과 관련 돌봄서비스의 필요성이 함께 증가하면서 (가칭)헬스네비게이터 등 오프라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경제의 안정적인 정착과 공고화를 위한 거버넌스로 국가, 지역사회, 기업, 돌봄종사자, 노인·가족을 포함한 ‘생태계 플랫폼(ecosystem platform)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한다. 플랫폼에서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돌봄서비스 이해관계자 간 활발한 소통과 공공·민간 부문 간 적정 역할분담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실생활을 기반으로 한 정책 및 연구개발에서 공적 급여 등의 제도로 연결된 전 주기적 생산자와 이용자 간 쌍방향 소통은 돌봄경제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돌봄서비스 질 제고로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정책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로 서비스 제공자와 돌봄기술 개발자 등 관련 종사자의 직업적 자긍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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