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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활용도 높이고 대·중기 협업 이끌 인센티브 체계 확립해야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장 2019년 05월호



올해 들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으로 특징지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전략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장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교역증가율이 둔화되고 보호주의 경향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인 여건 변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역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여건 악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내수 진작을 통해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출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은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된 이후 40여년 넘게 국내총생산(GDP)보다 약 2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14~2017년은 통계작성 이후 최초로 4년 연속 수출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2015년의 경우에는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 1%p였다. 지난해에는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1.2%p였지만, 국회예산처는 올해 0.4%p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WTO, 올해 세계교역 증가율 3.7%→2.6%
미중 간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경제가 본격적으로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미국도 경기둔화 가능성 때문에 금리인상을 유보하고 있다. 또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세계교역 증가율을 3.7%에서 2.6%로 낮춰 잡았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도 잇달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와 같은 대외 여건의 악화에 더해 대내적인 구조적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 수출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품목과 지역 편중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취약하다는 점과 신성장동력 산업의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18년 반도체 수출은 1,267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2.1%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글로벌 IT업체들이 클라우드서비스 등에 필요한 인터넷데이터센터 투자를 급격히 줄인 데다 스마트폰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수출도 23% 넘게 줄어들었다. 유가 하락과 에틸렌 등 핵심 수출품목 수요 둔화로 전체 수출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과 8.2%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 수출도 올해 들어 5%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경제상황 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수출비중이 증가하는 반면 고용비중이 큰 중소·중견기업들의 수출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생산방식이 자본집약적인 방식을 넘어 지식집약적인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낙수효과도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대기업의 수출 증가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의 수출구조가 중간재의 높은 대외의존도로 인해 수출 규모에 비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중간재의 해외조달 비중이 매우 크다. 대기업 중심 수출구조, 수출의 낮은 고용효과, 중간재의 높은 대외의존도 등은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4일 개최된 제9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수출구조와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수출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수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문화·콘텐츠, 한류·생활소비재, 농수산식품, 플랜트·해외건설 등 새로운 수출성장동력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무역금융 보강과 수출마케팅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관세청도 전자상거래 수출 활성화를 비롯해 중소기업형 보세공장 제도 신설, FTA 활용지원을 통한 수출 확대,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세정지원 확대, 수출기업의 해외통관애로 신속 해소 체제 구축, 수요자 맞춤형 무역통계 정보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관세행정 수출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나름 현장 밀착형 지원책을 마련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6년 수출실적이 극도로 부진했을 때 내놨던 대책과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당시 대책을 통해 특정 품목 의존도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중소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얼마나 제고됐는지 살펴보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디지털 트레이드 등 과거와 다른 교역형태 확산에 대한 준비 필요
수출을 한다는 것은 글로벌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 상대가 국내기업이 아닌 해외기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수출 활성화를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동시에 시행되는 모순은 없어야 한다. 최소한 정책의 정합성은 유지돼야 한다.
우리 경제에 수출은 여전히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출의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는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잘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가치사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역동적인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모든 부문을 다 끌고 가겠다는 것은 현상유지에 안주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커다란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제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고, 앞으로도 중요성이 유지되겠지만 산업 간 경계가 엷어지고 융합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디지털 트레이드와 같은 과거와는 다른 교역형태가 확산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FTA 활용도를 높이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통상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여부도 마냥 미루는 것이 답은 아니다.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이 분리될 수는 없지만, 경쟁력 강화를 보호적인 관점보다는 확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나가야 한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상생이 가능한 실질적인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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