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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답을 찾는 소통 플랫폼 절실…10년 후를 내다보며 설계해야
임은선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장 2019년 06월호



‘생활SOC 3개년 계획’은 ‘누구나 어디서나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선진형 복지국가로 한걸음 내딛으려는 비전을 담았다. 집에서부터 10분 내에 각종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동네를 조성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매력적이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도우며, 생활SOC가 부족한 지역부터 우선순위를 찾아 범부처가 칸막이를 열어 손잡고 총력을 기울인다는 짜임새 있는 추진방식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융합정책의 묘수도 담겨 있어 다행스럽다. 계획에서 제시한 바가 충실히 이행돼 국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지역에 일자리도 풍성해지면 좋겠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오락가락한다. 이 글에서는 생활SOC 3개년 계획이 목표에 따라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 발굴되고 적정한 재원이 적재적소에 투입돼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삶터와 일터가 공존하는 포용적 혁신공간으로
일반적으로 공공정책은 여건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투자해 생산과 소비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혁신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왔다. 성장시대에는 지식경제가 발달하면서 혁신적 활동을 특정지역에 집적시켜 첨단산업지구, 혁신클러스터 등 생산공간(일터) 조성에 역점을 뒀다면,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생산SOC를 생활공간(삶터)으로 확장한 생활SOC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생활SOC 사업의 당초 목적이 효과적으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지향점을 설정해야 한다.
〈그림〉은 경제학자 마틴 안데르손(Martin Andersson)과 찰리 칼손(Charlie Karlsson)의 지역혁신체계의 생산공간 혁신구조를 생활 부문의 혁신으로 확장해서 SOC의 역할을 개념화한 것이다.




생활SOC는 구체적으로, 국민이 태어나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생존 인프라(주택, 상업·보건·보육시설 등)’, 경제활동과 혁신의 주체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성장 인프라(교육·복지·문화·체육시설 등)’, 재난재해로부터 보호받고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인프라(교통·통신·방재·에너지시설 등)’로 분류해볼 수 있다. 인프라의 유형과 기능의 다양성을 감안해 시설별 공급 우선순위와 함께 적정한 입지가 선정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게 접근해야 한다. 이때 일터와 삶터를 오가는 국민활동의 다양성을 반영해 생산SOC와 생활SOC가 별개의 영역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계된 공간체계로 기획·운영돼야 한다. 생활SOC라는 시설에만 초점을 두면 점적 시설의 파편화와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으며, 계산적으로 수요·공급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각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주력적 생산활동과 주민의 일상적인 생활공간 등 도시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해 생활SOC 확충계획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활SOC 확충과 관련한 롤모델로는 영국 정원도시(Garden City) 운동의 정신적 고향으로 묘사되는 포트 선라이트(Port Sunlight)를 추천한다. 이 아름다운 마을은 19세기 말 선라이트 비누 제조기업인 유니레버가 건설한 사택단지로 3,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800채의 주택과 함께 사원이자 주민인 거주자들이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풍부한 녹지와 교회, 병원, 학교, 미술관, 콘서트홀 등 공공시설이 조화롭게 조성돼 있다. 유니레버 창업주인 레버 형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직장이 성공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사내 복지뿐만 아니라 사원들의 삶터에 대한 복지까지도 생각했다. 직주근접으로 삶터와 일터가 공존하는 이 마을은 빅토리아 왕조시대의 기업가들이 가졌던 사회적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사업 발굴과정에서 꼼꼼한 진단 필요
생활SOC 3개년 계획이 발표된 후 지방정부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활SOC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발굴돼 국민 삶터와 일터가 혁신공간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업 발굴과정에서 이미 공급돼 있는 시설의 운영상태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 결국 생활SOC도 지역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이용수요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다. 다변화하는 사회 여건을 감안하면 이용자의 사회적 이동, 고령화, 저출산, 외국인 유입 등 인구변화를 고려한 정확한 수요추정도 필요하다. 실수요에 비해 시설이 부족한 곳을 파악하거나 이용자가 없어 운영방식을 바꾸거나 인근 시설을 공유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표준화된 플랫폼이 없다. 적정한 자원 배분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플랫폼을 구축해 지자체로 확산하고, 지자체는 이 플랫폼을 이용해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생활SOC를 확충한 후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 플랫폼을 통해 운영상태나 현장의 수요 변화, 국민의 체감도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둘째, 지역 주도의 자생력과 경쟁력 있는 생활SOC 사업이 발굴될 수 있도록 유연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주민의 고유한 자산을 중심으로 개성에서 경쟁력을 찾아내도록 유도하되 개별 시설물의 난개발로 전락하지 않도록 일터와 삶터를 연계하는 공간구조계획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 과정에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이나 스마트시티 정책도 협업을 이뤄야 한다. 단편적으로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시설 확충이 어려워 기초생활SOC 이용이 불편하고, 혁신도시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기초생활SOC 조성이 미흡하거나 지연돼 불편하다. 원도심은 기초생활SOC가 노후화돼 불편하나
‘인구유출’로 신규시설 확충이 어렵다. 기존에 설치된 시설은 충진적 재활용이나 기능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수요에 따라 운영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충하되 생활SOC의 공유모델, 복합화모델, 스마트모델 등 다양한 유형을 발굴해야 한다.
끝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설계하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 양적으로 시설을 채우기보다는 수요가 없어 저이용돼 유지관리가 어려운 시설은 비우거나 용도를 전환하는 등 재생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또한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성 이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유지하는 것이다. 성장시대를 살아온 우리 사회는 일터에 주력하는 데 익숙해 재충전과 자기개발 등 새로운 성장을 위한 복지의 필요성에 눈을 뜬 지 오래되지 않았다. 바쁜 중에라도 건강을 챙겨 생활체육센터를 찾거나 문화시설에 방문하는 여유와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생활SOC 확충 후 지속적으로 국민들이 일과 생활에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과 가치관을 복지국가형으로 바꾸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생활SOC 3개년 계획이 3년짜리 계획이 되지 않고 대한민국이 포용적 혁신국가로 성장하는 데 초석의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지금 투자되는 시설들이 10년 후에도 잘 운영돼 전국이 고르게 살기 좋은 동네, 살고 싶은 동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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