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방문했던 곳이 있다. 바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재단)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2010년 설립된 오송재단은 대표적인 국가주도형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이자 재단이 위치한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의 핵심 연구개발(R&D) 지원 플랫폼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재단을 이끌고 있는 박구선 이사장을 만나 현장의 분위기를 들어봤다.
재단은 어떤 곳인가. 우리 재단은 바이오신약과 인체삽입형 의료기기 분야에 특성화돼 있다. 누구나 관련 아이디어만 있다면 도전해 창업을 하거나 기업 가치를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적 가치 실현, 의료서비스 향상을 통한 국민 보건의료비 절감, 지역공공기관으로서의 동반성장, 재단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핵심가치로 하고 있다.
재단 설립 10년이다. 그간 어떤 변화를 겪었나. 굉장한 변화가 있었다. 2009년 7억원에 불과하던 오송바이오밸리 생산액이 2018년 1조5,506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 전체 생산액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도 같은 기간 14명에서 4,058명으로 증가했다.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를 포함한 1단지는 분양이 모두 끝났고 2단지도 거의 마무리됐다.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속도다. 지금 충청북도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3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완공되면 오송바이오밸리는 1,639만㎡로 확대되고, 이는 세계적 규모다. 우리 재단도 성장을 거듭해 2014년 110명이던 R&D 인력이 현재 281명으로 늘었고, 44억원이었던 예산은 84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체수입도 2015년 0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늘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생태계를 어떻게 보나? 우리가 후발주자라는 점은 명백하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Roche), 릴리(Lilly), BMS 같은 기업들을 보라.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머크(Merck)는 350년이 넘는다. 오랜 기간 기술을 축적해 지금 글로벌시장에서 우뚝 선 거다. 애브비(AbbVie)의 경우 단일 품목(휴미라) 매출만 연간 20조원이 넘는다. 우리 바이오산업의 1년 매출이 20조원인데 말이다. 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서비스 플랫폼이 취약하고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회요인도 크다.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보급률(92%)이 세계 1위로 대규모 의료데이터가 축적돼 있고 우수한 인재와 IT 환경, 의료 한류 등 양호한 여건도 갖추고 있다. 지난 20년간 투자한 바이오헬스산업 인력들이 성과를 낼 시점에 도달해 있기도 하다.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 중인 걸로 안다. 재단은 바이오헬스 분야의 R&D 성과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응용연구를 통한 제품화, 실증, 인허가와 사업화까지 전 주기적 지원을 하고 있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바이오의약생산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지원한다. 특히 올해에는 새로 시작한 사업들이 좀 있는데, ‘첨단의료복합단지 미래의료산업 원스톱 지원사업’은 2개 이상 센터들 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스톱 R&D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까지 연계해 실용화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실증지원사업’은 혁신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의 사업화 전 주기를 3년간 지원해 창업기업이 시장에서 안착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그간의 사업성과 중 소개해줄 만한 게 있다면. 좀 많다(웃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재단 설립 초기부터 계속돼온 4개 센터의 독립적 운영시스템을 통합운영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간 소관부처, 예산지원 방식이 다 달랐던 것을 통합해 일괄 묶음형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또 한 가지,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당자가 직접 나와 어떤 규제가 있고 승인받으려면 실험 등을 할 때 어디에 역점을 둬야 하는지 사전에 상담해준다. 인허가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고 더 빨리 성장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에는 재단의 연구원 창업 1호 기업도 탄생했다. 우리 재단의 특징인 공공투자와 민간투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제3섹터 사업의 일환으로 생겨난 거다. 이 기업은 창업 6개월 만에 매출 5억원을 달성하고 비정규직 연구원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런 사업에 역점을 둬서 정부예산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스스로 기업을 키우고 상생할 수 있는 윈윈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현장에서 기업들의 고충도 많이 들을 텐데, 어떤가. 기업 애로사항, 정말 많다. 우선 젊은 인재들이 판교, 송도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정주여건 때문이다. 인재를 유치하려면 육아 등 돌봄여건, 학교 등 교육여건, 젊은 층의 놀이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미국의 보스턴 클러스터를 보라. 후발주자였음에도 엄청나게 성장하지 않았나. 그 배경엔 최고의 교육환경을 포함한 정주여건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엔 기업들과 함께 공동 돌보미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그 밖에도 현장탐방 등을 통해 기업의 실질적인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을 지원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개방형 연구실 운영, 재단 복리후생 시설의 공동 활용, 정부기업의 가교 역할 강화 등을 해나가고 있다.
해외 바이오산업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다.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의 당면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좁은 땅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너무 많다. 국가 주도형의 오송·대구, 지자체 주도형의 서울·송도·구미·원주, 민 주도형의 판교 등 20여개가 넘는다. 클러스터들 간의 연계와 협업은 부족하고 비슷비슷한 사업과 시설에 중복투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추격을 시작해야 할 우리 바이오헬스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클러스터들의 정보를 개방하고 중복은 지양하면서 연계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빠른 시일 내 클러스터의 클러스터화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 중 바이오 분야는 2조9천억원으로 계획돼 있는데 그중 84%가 기초 R&D에 집중돼 산업화를 이끌기엔 한정적이다. 혁신자금의 대부분이 대학과 병원에 편중돼 기업지원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바이오 혁신전략에 포함된 바이오헬스펀드 조성은 반드시 실천돼야 할 핵심과제다. 과거 정보통신진흥기금의 활용이 IT산업의 성장에 일조했던 것처럼 바이오헬스펀드도 현재의 바이오산업을 빠른 시일 내에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바이오헬스산업은 혁신성장과 풀뿌리성장을 함께 이끌 수 있는 사업이자 일자리,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사업이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효익까지 책임지는 분야인 거다. 유럽의 IMI(Innovative Medicine Initiative), 일본의 AMED(Japan Agency for Medical R&D)의 경우처럼 해외에선 민관협력기구가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서포팅 타워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통합지원시스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