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와 제조업 혁신에 나섰다.
이번 대책은 주력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품목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전략적 핵심품목에 자체 기술력을 쌓아 선두주자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예산, 금융, 세제, 규제특례 등 전방위적으로 자원과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소재 등 핵심기술 조기 확보에 추경자금 2,732억원 즉시 투입
우선 정부는 일본 전략물자 1,194개와 소재·부품·장비 전체 품목 4,708개를 분석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선정했다. 그중 안보상 수급위험이 높고 전략적 중요성이 커 기술 확보가 시급한 품목 20개와 업종별 밸류체인상 취약품목이면서 자립화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품목 80개를 나눠 전략을 마련했다.
1년 내 공급 안정화 달성을 목표로 하는 20대 핵심 전략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국 다변화를 집중 추진해 품목별로 대체공급처를 조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소요자금 보증 등을 지원하고, 24시간 통관지원체제를 운영한다. 아울러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은 현행 15일에서 필요 기간까지 대폭 연장하며, 대체품목의 기존 관세를 40%p 이내에서 경감하는 등 할당관세도 적용한다. 불산,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통제품목의 국내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신·증설하는 경우 관련 인허가를 신속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소재, 이차전지 핵심소재 등 ‘20개+α’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추경자금 2,732억원을 즉시 투입한다. 기술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이차전지 관련 소재, 로봇 부품 등의 신뢰성평가 280건을 비롯해 양산평가 100여건을 집중 지원해 신속하게 생산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중장기 지원이 필요한 80개 품목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집중지원, 과감하고 혁신적인 R&D 지원방식의 도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공급 안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R&D 사업비를 투입하는 등 7년간 약 7조8천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32개 공공연구소의 연구역량을 총동원해 기업들의 핵심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해나가며 패스트트랙, 경쟁형 R&D, 개방형 R&D 방식 등 기술개발의 속도와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R&D 방식도 추진한다.
국내에서 단기간 내 기술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M&A, 해외기술 도입, 해외기업 국내 유치 등의 노력을 병행한다. 해외기업 M&A 인수를 위해 2조5천억원 이상의 M&A 금융이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M&A 시 법인세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을 신설하고 M&A 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해외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외국인투자 현금지원 비율을 현재 30%에서 40%로 확대하고, 해외 전문인력의 소득세 공제를 신설하는 등 우수기술인력 유치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관리, 노동시간 등에 따른 애로는 신속하게 해결해나간다.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과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조속한 연구개발을 위해 특별연장근로 인가와 재량근로제의 활성화도 적극적으로 도모해나간다.
소재·부품 관련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대출 만기연장과 함께 올해 하반기 29조원의 자금공급 여력을 신속 집행하고, 최대 6조원 규모의 특별운전자금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수요-공급기업, 수요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 위해 자금+입지+세제 등 패키지 지원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바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또는 수요기업 간 협력모델 구축이다. 정부는 4가지 협력모델을 제시하고 참여 기업들에는 ‘자금+입지+세제+규제특례’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을 하기로 했다.
나아가 공급기업의 기술개발과 수요기업의 생산 단계를 연결할 수 있도록 실증·양산 테스트베드를 대폭 확충한다. 화학연구원, 재료연구소, 세라믹기술원, 다이텍연구원 등 4대 소재연구소를 실증 테스트베드로 구축함과 동시에 수요기업이 보유한 양산 테스트베드가 현재의 반도체에서 자율차, 전기차 등으로 확대되도록 유도한다. 양산 테스트 후 신뢰성 하자 위험에 대비해 1천억원 규모의 신뢰성보증제도를 도입하며 공공기관과 소재·부품·기업을 연계해 실증 테스트베드 운영, 수요 연계 R&D 등도 추진한다.
한편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한 민관 공동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기금, 민간투자자, 나아가 일반 국민들도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민투자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아울러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에 투자 시 양도차익과 배당소득 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신설하고, 벤처캐피털 등 민간투자와 연계해 지원하는 투자연계형 R&D도 내년부터 대폭 확대한다. 원천기술 R&D 및 시설투자의 세액공제 확대 등 투자 인센티브도 강화해나간다.
다음으로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전문기업 100곳을 지정해 육성한다. 글로벌 전문기업에 대해서는 R&D, 신뢰성, 양산평가 등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여러 가지를 일괄 지원하고, 공공연구기관과 매칭해 신기술 확보를 돕는다. 또한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을 각각 100개씩 중점 육성하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협력도 강화해나간다.
끝으로 이번 대책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조속히 신설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추진단도 산업통상자원부에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 제정 후 20년 가까이 지난 현행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장비까지 확대하고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등 법적 제도도 정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