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정부는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I)’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4월 결성된 범정부 ‘인구정책TF’ 논의 결과로, 원래 인구정책TF의 첫 구성은 외국인정책반(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이 참여하지 않은 9개 반이었지만 1차와 2차 회의를 거치면서 이민정책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3차 회의부터는 외국인정책반이 정식으로 추가돼 총 10개 반으로 구성됐다.
외국인정책반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 과제 중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외국인정책 개편’이라는 표제하에 5개 세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10년 이상에 걸친 종래의 외국인력정책의 아쉬운 점을 되돌아보고, 우리 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유능한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제반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새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는 구체적인 비전도 제시했다.
‘우수인재 비자’ 신설하고 한국어 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1년 140만명에서 2018년 237만명(국민의 4.6%)으로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우수한 전문 외국인의 유입은 2011년 4만8천명에서 2018년 4만7천명으로 정체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7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인재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순위는 39위로 스위스(1위), 홍콩(12위), 싱가포르(13위), 중국(40위)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상황이다.
현재 전문·비전문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고학력·고임금의 전문·숙련 외국인력 유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7월 주요 취업자격(E1~E7, E9, E10, H2, F4) 외국인 107만명 중 비전문인력(E9, H2)은 약 52만명으로 전체 취업자격의 48.6%를 차지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전문인력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해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외국인력의 유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미 주변국인 일본, 중국 등은 전문 외국인력을 도입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먼저, 우수 외국인재 유치·적응을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외국인의 임금·학력·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수인재 비자’를 신설하고, 장기체류와 가족 동반·취업 허용 등 선별적 혜택을 부여하는 등 우수 외국인재의 유입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재외공관 비자신청센터 및 KOTRA 해외무역관의 기능을 연계해 해외에서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의 입국·체류·적응 상담서비스를 다국어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우수 외국인재와 그 자녀에 대한 고용·거주 상담, 한국어 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적응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취업 알선, 출입국 및 체류절차, 자녀교육, 의료 등 생활정보에 대한 실시간 상담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웹·모바일 플랫폼을 개설하며, 입국 초기에 우수 외국인재의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육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초등학교 내 한국어학급 수를 기존 217교 327학급에서 228교 343학급으로 확대하고 국제학교 입학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방거주 인센티브제 도입하고 통합적 이민관리법 체계 구축
이민정책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외국인 적정 유입 규모’를 추산하고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편익을 분석할 계획이다. 외국인의 국적·성별·연령, 지역별 분포, 임금수준 등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사회·경제 및 고용시장에 끼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고, 그 분석결과를 매년 외국인정책위원회에 보고해 외국인정책 결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정책의제를 발굴해 연구를 수행하고 통계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 인적교류 연구센터’를 이민정책연구원 내에 설치하려 한다.
인구감소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하는 우수 외국인에게 장기비자의 혜택을 부여하는 ‘지방거주 인센티브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방대(폴리텍, 기능대 등), 뿌리산업체 및 인구과소 지역의 제조업체에서 숙련기능공 등 외국인을 선별해 그 지역사회에서 기여가 인정되는 경우 영주권 등 장기체류의 허용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수도권·대도시 외 인구감소 지역에서 출입국·외국인청 및 지자체가 협업해 수요조사, 외국인 초청, 정착지원 등 ‘외국인 유치·적응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외국인은 경미한 국내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더라도 체류 연장이 불허될 수 있어 과도한 제재라는 지적이 있어 왔다. 국내에 생활기반이 형성됐거나 고려해야 할 인도적 사유가 있는 등 부득이 체류 허가가 필요한 경우 체류 허가의 조건으로 ‘질서유지 부담금’ 부과를 검토할 예정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질서유지 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연간 587억원에서 1,957억원에 이르는 신규재원이 조성될 수 있다. 징수된 질서유지 부담금은 외국인의 체류관리 비용 및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역사·문화와 제도를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하는 교육, 홍보, 불합리한 제도 시정 등 국민·외국인 간 이해증진 사업 등에 투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재·동포 활용을 위한 법령 재편을 추진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동포의 증가, 우수 외국인재·동포의 활용 등 이민정책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적 이민관리법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출입국관리법」, 「국적법」,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난민법」,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등 외국인·동포 관련 법률을 전면 재편해 통합적 이민관리법 체계에서 하나의 법률체계로 통합하고자 한다.
새로운 법률체계에서는 기존의 출입국관리 외에도 불법체류와 범죄 등 안전 관리 강화, 외국인 적정 유입 규모 관리, 국적과 사회통합 등 거주 관리,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신국경 관리 등을 포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0년 초부터 외국의 이민법령 및 국내 관련 법령체계를 조사해 효과 등 장점을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형 이민관리 통합법 모델 정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