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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노동, 소비, 사회보장제도 등 영역별 대응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정책학과 교수 2020년 01월호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수록 인구변화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먼저 신생아 수가 감소하면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의료 인프라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육아지원 인프라의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학령기에 진입하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순차적으로 학생 소수화와 학교 공급과잉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징집 대상 인구의 감소는 병력 부족을 야기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연령기에 도달하면 노동력 부족 현상과 더불어 노동력 고령화가 유발될 것이다. 구매력이 가장 높은 인구집단인 노동인구의 감소는 소비절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평균수명의 지속적인 상승과 더불어 다출생세대들(예로 베이비부머 등)의 계속적인 노년층 진입으로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사회보장 부담이 커질 것이다. 지방에서는 청년층 유출과 저출산 현상의 중첩적 효과로 인구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종합적인 영향 메커니즘에 의거한 근본적인 개혁 필요
이와 같은 인구변화의 경제·사회적인 영향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년)에도 반영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약 1.0~1.3명 사이에서 지속됐음에도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초기부터 정부가 노력하면 출산율이 어느 정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그에 따라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응하기보다 출산율 회복에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미래 문제에 대한 대응보다 당면한 정책과제에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이다.
실로 인구변화의 경제·사회적인 영향에 대한 대응은 기존 사회질서와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쳐 거센 항의에 직면하고 심각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변화의 영향력은 시간경과에 따라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대응이 늦을수록 미래에 국민이 감당해야 할 희생과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인구변화의 경제·사회적인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영향 메커니즘에 의거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근시안적인 재정 방식에 의존할 경우에는 미래 인구변화의 영향력이 더욱 악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해 현재 학교공급을 유지하고 줄어드는 학생 수를 유학생이나 평생교육 등으로 채워 넣겠다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유학생, 평생교육 등의 수요가 한정돼 있어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계속 보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증가시키는 방법과 양적 구조조정 방법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대한 미래 수요, 기술발전 등에 따른 교육형태 변화, 지역균형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학교공급의 패러다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징집대상 인구의 감소추세에 맞춰 일정시기까지 현역병 규모를 줄여나가는 방식은 국가를 항구적으로 수호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국가방위 수단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병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병력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고, 노동력은 2030년대 초부터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 노동력 부족은 여성, 고령자, 외국인노동자 및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 어떠한 산업 및 직종에, 어떠한 인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미래 노동시장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일하는 방식 개선, 일·생활 균형 사회시스템 구축, 임금체계 개편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미래 노동시장의 청사진 토대로 종합 전략 수립해야
소비절벽 해소를 위해서는 미래의 주된 소비계층을 기존 노동인구집단에만 한정하지 않고 거대화되고 있는 인구집단인 고령층을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고령층의 구매력을 증진시키고, 복지가 소비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층이 고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장점을 고려해 설계된 기존의 사회보장시스템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는 개혁을 요구받고 있으며, 그러한 요구는 미래에 더욱 증가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연금제도의 경우 연기금 고갈시기를 2~3년 늦추기 위한 개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그로 인해 개혁이 자주 이뤄져야 하는 이른바 ‘개혁 피로’가 쌓일 것이다. 
지방소멸 등 지역의 인구공동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지역에 일정한 수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접근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의 공간적 분포와 연령구조의 변화에 맞춰 삶의 질 제고, 토지활용의 효율화, 자연환경 보호 등 국토의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인구공동화 지역에 남아 있는 고령층 등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들 영역별 대응은 유기적으로 연계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인구변화에 따른 다양한 경제·사회적 문제들은 상호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부처별로 분리해 대응할 경우 비효율적이고 상호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부담 등을 우려해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이 개괄적인 검토나 미시적인 수준에 그치고,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개혁들을 이후 정부들에 폭탄 돌리기로 미뤄서는 안된다. 그 경우 국민, 특히 후세대의 희생과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대응방안들을 과감히 제시해 다각적인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모든 정권은 대한민국 발전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인구변화의 사회구조적인 영향에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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