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를 돌이켜보면 ‘이중(二重)의 도전’이 중첩되면서 어려움이 컸던 한 해였다. 대외여건 측면에서는 글로벌 성장과 교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의 90%가 경기둔화에 직면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1인 가구 및 온라인 판매 증가 등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기와 민생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부는 경기 하방압력에 총력 대응하면서 혁신적 포용국가의 토대 마련에 정책역량을 총집중했고, 성과도 나타났다. 재정이 적극적 경기보완 역할을 수행했고, 제2 벤처붐 확산 과정에서 유니콘기업이 1년 만에 6개에서 11개로 늘어나는 등 혁신분위기도 확산됐다.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힘입어 고용과 분배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투자와 수출 중심의 민간활력 둔화와 구조혁신 지체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100조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 발굴·집행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긍정적인 기회요인과 리스크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글로벌 성장과 교역이 회복되고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업황도 지난해보다 개선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의 미중 간 1단계 합의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적극적 거시정책과 최근의 경제심리 개선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중 간 2단계 협상 및 중국 경기 향방 등 글로벌 불확실성과 국내 건설투자의 조정 등은 리스크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구조적 대전환이 올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응도 속도를 내야 한다.
2020년 경제정책방향은 이러한 엄중한 인식을 토대로 ‘1+4의 5가지 정책방향’에 역점을 두고 마련했다. 먼저 기회요인을 최대한 살려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경제상황 돌파’를 별도의 정책 카테고리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혁신동력 강화, 경제체질 개선, 포용기반 확충, 미래 선제대응 등 4가지 측면에서 정책과제들을 담았다.
최우선 돌파구는 투자다. 민간투자 25조원, 민자투자 15조원, 공공투자 60조원 등 3대 분야에서 총 100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집행하는 등 민간과 공공 부문 투자여력을 총동원하고자 한다. 또한 4조5천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촉진 금융프로그램 신설, 투자촉진세제 3종 세트 본격 가동 등을 통해 민간투자 촉진을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해나갈 것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민간 부문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공 부문의 마중물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안전투자 중심 23조2천억원 규모의 SOC 투자, 10조5천억원 규모의 생활SOC 투자, 도시재생사업 등을 신속히 추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주거복지로드맵상의 주택공급 계획도 최대한 앞당겨 추진하겠다.
국내소비·관광 중심의 내수 진작에도 역점을 뒀다. 10년 이상 된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할 경우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하고,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붐업을 위해 해당 기간 중 하루를 지정해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우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 ‘방한 관광객 2천만명 시대’를 열어나가고자 한다. 특히 해외에서 호응이 높은 K-콘텐츠, K-뷰티, K-푸드 등 소위 3K산업 육성과 함께 이들 3K를 연계한 K-컬처 페스티벌도 연 2회 개최할 예정이다. 비자 편의 및 항공·숙박 바우처 제공 등을 통해 방한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도 적극 유도한다.
수출은 지난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수출 규모 6위 국가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13대 주력 수출품목과 3대 수출시장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수출금융 지원 규모도 지난해보다 약 24조원 증가한 241조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바이오헬스 펀드 1천억원 신규 조성 등을 통해 서비스 수출을 보다 활성화하는 한편, 신남방정책의 고도화, 신북방정책에 대한 성과 확산 등 대외진출 전략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
민생과 직결되는 지역경제 활력 제고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지방 중소·벤처기업 전용펀드를 1천억원 추가 조성하고,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되도록 추진한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일부는 지역 도급을 의무화하는 등 지역의 혁신창업과 지역경제의 활력 제고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5대 리스크요인인 부동산, 가계부채, 외환·금융, 통상, 기업 구조조정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대응해나갈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신산업 빅3 투자 대폭 확대
미래 먹거리인 제2의 반도체산업 발굴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DNA(Data, Network, AI)와 신산업 빅3(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특히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과 연계해 데이터경제를 본격 확산하고,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5G 투자는 물론 5G와 산업과의 결합을 의미하는 5G+ 전략을 적극 촉진하는 한편 AI산업도 집중 육성해나간다.
주력산업의 경우에는 지난해 마련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토대로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융복합화를 본격적으로 실행해나간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핵심 기술개발에 대해 3년간 5조원을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의 중요한 한 축인 서비스산업도 본격적으로 육성·발전시킨다. 범정부 서비스산업 추진체계를 구축해 올 상반기 중 서비스산업 중장기 혁신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뷰티 혁신전략’ 수립, 산림휴양관광 시범사례 추진, 의료접근성의 제고 등과 같이 유망서비스 분야별 육성대책도 적극 강구해나간다.
벤처·창업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이미 조성된 제2 벤처붐 확산의 연장선상에서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 수 20개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스케일업 펀드 3조2천억원을 조성하고, 예비 유니콘기업 특별보증도 2천억원을 집중 지원한다. 아울러 혁신 분야의 정책금융 공급 규모도 지난해보다 43조원 늘려 479조원까지 대폭 확충하고, 성장성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기업 여신심사체계도 전면 혁신해 모험자본 공급도 최대한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체감성과를 반드시 창출하겠다. 먼저, 현장의 개선 요구가 큰 5개 영역, 10대 규제집중 산업 분야를 선정해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규제 샌드박스 사례도 올해 200건 이상 추가 창출토록 하고,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의 사업화 지원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성장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 모델(가칭)’을 구축해 맞춤형으로 상생형 해법을 모색해 나가겠다.
경제구조 전반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총론적인 접근과 함께 각론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산업혁신 노력과 함께 노동혁신, 재정혁신, 공공혁신 등 분야별 구조혁신도 본격 추진하겠다.
노동 분야는 고용안정성을 바탕으로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지속 추진하고, 재정 분야는 누수방지 노력과 함께 관행적인 민간 보조사업에 대한 제로베이스 검토 등 지출효율화 노력도 대폭 강화할 것이다. 공공혁신과 관련해서는 임금피크제 인력을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소위 ‘셰르파 프로그램’을 신설·운영하는 등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효율성 중심으로 관리시스템을 개편해나간다.
포용기반 촘촘히 강화하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 본격화
정책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포용기반 강화는 성과 확산에 역점을 둔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취약계층 지원과 함께, 구조혁신 과정에서 포용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포용기반을 더욱 촘촘히 강화하겠다. 먼저, 청년·중년·신중년·노인·여성 등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지속 강화해나간다. 특히 우리 경제의 중추이나 최근 일자리 어려움이 가장 큰 40대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현장의견 수렴을 거쳐 4분기 중 ‘40대 맞춤형 고용대책’을 별도로 마련해 발표·시행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소득 1분위 계층, 빈곤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성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소득 하위 40%까지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최소지급액을 인상하는 한편, 74만개의 노인일자리를 지원할 것이다.
서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서민들의 소득기반 확충을 위해 통신, 의료, 교육, 주거 등 필수 생계비 경감 노력을 지속해나가면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영세 소상공인은 특례보증 5조원 추가 공급, 특별 금리대출 2조7천억원 공급 등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또한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3곳 이상 추가 창출해 노사상생의 협력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나갈 것이다.
한편 공정 이슈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공기와도 같다.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거래관행 개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 소비자 권익 보호 등 공정과 상생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체화되도록 지속 노력한다.
무엇보다 가속화되고 있는 인구구조와 가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고자 한다. 특히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임을 감안해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재점검하고, 상반기 중 주거·복지·산업 측면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솔로이코노미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 심화되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서는 주거·출산·보육 등 전 단계에 걸친 종합지원과 함께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지원,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 고령화 대응 정책노력도 강화한다. 국민 안전과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교통사고, 산업재해 사망자, 자살률 등 소위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력히 추진한다.
올해 우리 경제여건을 보면 불확실성과 리스크요인도 있지만 기회요인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부는 세계경제의 업턴(upturn) 등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반드시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올해 말에는 확실한 변화와 성과 창출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