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란 모든 경제주체가 대등한 기회를 보장받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일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경제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혁신과 포용이 꽃피는 핵심 토대로서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이 된다. 2019년은 공정경제 구현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노력들이 시장에서 점진적인 변화로 나타난 한 해였다. 하도급, 가맹, 유통, 대리점 등 갑을관계 분야에서 순차적으로 종합대책을 추진한 결과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사업자가 증가했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도 2017년 282개에서 2019년 13개로 대부분 해소됐으며, 대기업 스스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바꿔나가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과 대외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영세사업자의 경영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정 4년 차를 맞아 2020년 공정위는 국민의 삶에서 확실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공정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상생협력 증진 및 거래관행 개선 대책’ 차질 없이 추진
첫째, 경제 전반에 공정의 가치가 확산되도록 공정경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 기반을 구축하고 자발적 상생협력 문화를 조성해 중소기업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난 12월 발표한 ‘상생협력 증진 및 거래관행 개선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 또한 갑을 간 협상력 격차를 발생시키는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을의 정보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가령 공정위의 가맹정보시스템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을 통합해 가맹 희망자가 필요로 하는 창업정보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경쟁력 있는 중소·독립기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부당내부거래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일감 나누기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특히 지난 12월 개정된 「국세기본법」에 따라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다.
둘째, 혁신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시장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디지털경제의 발전으로 거대 플랫폼 등 독과점 사업자가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불공정행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분야에서의 독과점 남용이나 특허권을 이용한 불공정행위 등과 같이 신규 경쟁사업자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시장혁신을 저해하는 반칙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또한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고착돼 경쟁 활력이 부족한 분야에 대해 시장분석을 추진하고, 혁신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경쟁제한적 규제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자 한다. 경미한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단순 실수에 따른 과태료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셋째, 소비자중심적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 디지털 거래환경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속속 출현하며 소비자 생활이 획기적으로 편리해지고 있으나 불충분한 정보제공, 불공정한 약관조항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SNS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를 중점 감시할 것이다. 안전한 소비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강, 환경 등 소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의 광고나 거래행태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소비자기본법」 제정 40주년을 기념해 학술대회, 정책아이디어 공모 등 다양한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소비자당국으로서 정부 정책수립과 기업 경영활동에 소비자중심적 가치가 반영되도록 소비자권익 증진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여러 활동을 추진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소비자중심 경영 실천하도록 유인체계 정비
넷째, 시장에서 자율적인 공정거래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부 주도의 법집행이나 제도개선 노력만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공정한 시장생태계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기업과 시장 모두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법규를 준수하고 소비자중심 경영을 실천하도록 유인체계를 정비하는 등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과 소비자중심경영인증제도(CCM; Consumer Center-
ed Management)를 활성화할 것이다. 또한 ICT 분야 등을 중심으로 신속한 피해구제, 시장질서 회복 등을 위해 사업자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는 동의의결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공정경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18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통과에 집중할 것이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재벌개혁, 갑질근절 등 공정경제에 대한 요구는 한층 높아졌으며,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기존 법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경제현상도 나타났다. 공정위는 변화된 경제환경에 발맞춰 시장규칙과 집행체계를 가다듬기 위해 전면개편안을 마련했다. 행정·민사·형사적 수단들 간 상호보완이 이뤄지도록 법집행체계를 개선하고, 대기업집단 규율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과제를 담았다. 혁신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법집행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피조사인·피심인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반영했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토대로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공정위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많다. 공정경제 추진의 주무부처로서 공정위는 혁신과 포용의 기반을 잘 다지고 공정경제의 온기가 우리 경제 곳곳에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