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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데이터 기반 신산업 육성에 청신호 켜졌다
김정민 법무법인 로베이스 변호사 2020년 03월호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가 발견되고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 데이터 이야기다. 2000년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고 정보화,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디지털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산해왔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석유경제보다 데이터경제의 부가가치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비식별화된 타사 정보까지 활용 가능
원유를 석유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듯 데이터가 유용한 서비스가 되려면 크게 1단계(생성, 수집, 저장), 2단계(정제, 융합), 3단계(분석, 활용) 과정을 거친다. 대량으로 생산된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일은 자동화가 가능하고 어렵지 않다. 저장된 데이터를 정제하고 융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데이터 전처리’라 한다. 여기에는 IT 기술,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야 하고, 전처리가 완료된 데이터만이 분석과 활용을 통해 유용한 서비스로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개정된 데이터 3법 [「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핵심내용은 비식별화 처리(익명 또는 가명 처리)된 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산업 영역에서 비식별화된 정보가 공개되고 이를 AI에 학습시킬 수 있게 된다.
사실 정보주체의 동의에 기반한 데이터경제는 지금도 주위에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의 추천 알고리즘이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서비스하고 있고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은 머신러닝을 통해 특수한 소비패턴을 분석, 상품 추천에 활용하고 있다. 의료정보플랫폼은 10초 만에 의료정보를 모아 보험사에 실손보험을 청구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이런 서비스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은 자사의 정보만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기업은 비식별화된 타사의 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게 돼 활용 가능 정보가 수십 배에서 수천 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데이터 3법은 ICT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데이터 3법의 개정으로 4차 산업혁명의 토대인 데이터 기반 신산업 육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과거 국내 IT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놓고도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비식별화 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미래에 어떠한 서비스가 탄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새로운 먹거리가 탄생하고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그중에서 IT 장비 분야의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가 매초 발생하고 있고 이를 저장·정제하는 것 또한 ICT업계의 큰 도전과제다. 저장장치(스토리지)와 서버(프로세싱)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클라우드 장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고도화도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빅데이터는 제조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제조업은 생산라인에서 결함이 없는 제품을 제조해야 한다. 결함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많게는 수개월이 소요되고, 이 기간 피해는 누적된다. 과거에는 결함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아 자사의 데이터만으로 결함 원인을 찾아야 했고, 원인규명이 어려웠다. 이제 비식별화된 타사의 결함정보와 운영 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원인규명이 쉬워지고 생산라인의 효율성도 더 높일 수 있다. 이를 넘어 방대한 데이터까지 학습한 AI가 신제품 개발, 마케팅, 유통 등 기업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가능…시작은 늦었지만 데이터 질은 세계 최고
금융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케팅, 상품개발, 신용평가 등에 빅데이터를 활용해왔다. 특히 카드사는 개별 구매이력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과 위치정보를 통해 마케팅하고 상품을 개발해왔다.
이제 데이터 3법의 통과로 금융 데이터의 유통이 가능해져 모든 금융정보와 관련 정보를 거래하고 결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금융데이터융합센터(금융결제원)가 신설됐고, 데이터거래소(금융보안원)는 3월부터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이렇게 데이터 유통생태계가 조성되면, 공급자는 데이터를 등록·판매하고 수요자는 원하는 데이터를 검색·구매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통신·유통 업체도 공급자로 참여해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함께 거래될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빅 투 스몰(big to small)’인데, 빅데이터를 통해 모든 영역에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즉 개인별 맞춤형 마케팅·상품개발·신용평가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보건복지부는 공공기관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통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차세대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방대한 데이터가 개방되면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약·질병진단키트 개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기기·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국가가 직접 빅데이터거래소를 설립하고 빅데이터 시장을 주도해 텐센트, 알리바바 등 2천여개 회원사가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미국은 2,500개 이상의 데이터 중개상이 민간·공공 부문의 데이터를 수집·결합해 판매하고 있고 구글, 페이스북 등 IT 공룡부터 스타트업까지 이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시작이 늦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데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양질의 데이터다.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중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장 높고, 의료 데이터를 전자화해 보존하는 전자의무기록 도입률도 92%로 가장 높다. 또한 국가기관이 데이터를 관리하다 보니 데이터가 정규화돼 있어 ‘데이터 전처리’가 필요없거나 쉽다.
데이터경제는 이제 태동기를 맞이하고 있고, 우리 여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다. 데이터 3법이 그 취지에 맞게 하위 법규로 구체화된다면, 모든 산업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 그 토대 위에서 우리 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혁신적인 서비스, 새로운 먹거리로 발현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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