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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질병 발생 가능성 예측하고 여권 없이 출국한다
이상덕 매일경제신문 기자 2020년 03월호


빅데이터산업이 발달한 에스토니아는 국민 130만명 중 20만명이 바이오뱅크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인간의 DNA는 33억개에 달하는 분자인 뉴클레오타이드와 빌딩 블록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빅데이터로 저장하는 방대한 프로젝트다.
에스토니아 병원들은 이를 기반으로 국민 개개인의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맞춤형 진료를 진행한다. 특히 경쟁력은 스마트 ID와 연동해 나타난다. 환자들이 신분증만 제출하면 어떤 의료진이든 유전 질환 유무, 알레르기 유무, 진료 내역 등을 살펴보고 대응할 수 있다. 트누 에스코 에스토니아 바이오뱅크 부소장은 “유방암 발생 가능성 지수가 상위 5%인 여성을 상대로 가족력과 무관하게 촬영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들 여성은 유방암 발견율이 일반 여성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가명정보 활용해 머신러닝으로 유전자 관련 질환 등 진단
데이터 3법 통과로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 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핵심이 가명정보의 활용인데, 그동안엔 개인정보 동의 문제로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 용도로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적절한 안전조치하에 비식별화한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삭제할 경우 ‘남성, 52세, 기혼, 2020년 2월 30일 ?? 진단’ 등과 같은 정보를 활용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을 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앞서 2000년 관련 법을 정비한 직후 국민들의 DNA, 혈장, 백혈구를 빅데이터화해 유전자 관련 질환과 수명 간 상관관계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이를 현장에 접목 중이다. 대표적으로 2015년부터는 진단이 어려운 미진단 희귀질환이 있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유전체(genome) 분석을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는 이들 가운데 30%가 병명 확인 등 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서비스가 안착했다. 가명정보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국내에서도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개발·생산하는 아이메디신은 뇌파를 분석해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 상태) 가능성을 판별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전에는 수십만 원을 주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를 받아야 알 수 있던 것을 2~3만원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가명정보로 입력된 뇌파 데이터 이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목이다.

안면인식, 스마트시티, 핀테크 분야도 주목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핀테크(FinTech) 분야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AI식별추적시스템 구축 실증 및 검증 사업’과 ‘AI식별추적 실증랩 서비스 구축사업’이다. 안면 데이터의 외부 반출 없이 공항 내 지정된 장소에서 AI 기업들이 머신러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그동안 출입국 심사를 받지 않고 환승 구역에서 이탈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외국인이 발생하면서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는데도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 규정으로 데이터 활용이 제약을 받자 지정된 장소에서만 연구를 허용한 것이다.
앞서 IBM은 1억장의 사진을 머신러닝해 10가지 얼굴 분류 기준으로 47가지 특징을 잡아내는 안면인식의 표준인 DiF(Diversity in Faces)를 공개한 바 있다. 데이터 3법 조치로 가명정보 활용이 활발해질 경우 안면 특징 등을 포착한 데이터의 축적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면인식 기술이 고도화되면 여권이나 탑승권이 없더라도 출입국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얼굴인식만으로 출국할 수 있는 생체인증 출국심사 서비스를 2023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스마트시티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선전시 룽강구는 화웨이와 손잡고 스마트시티 대시보드를 구축하기도 했다.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흐름, 쓰레기 흐름, 사건·사고 발생, 신호등·폐쇄회로(CCTV) 현황 등을 한눈에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한편 핀테크업계는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신용평가사에 집중돼 있는 정보들이 스타트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정보법」 도입에 따라 신용정보 통합 조회에 대한 규제가 정비됐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스타트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리스크와 보험요율 등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인 마이데이터(MyData)나 지급지시서비스업인 마이페이먼트(MyPayment) 등 관련 산업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개인의 금융정보가 가입한 금융회사별로 분산돼 관리됐지만, 이번 개정을 계기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종합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서다. 앞서 2016년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 확대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소셜미디어·헬스케어 등 개개인의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는 ‘디지미(digime)’나 청구서, 의료 기록, 은행거래 기록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코지(Cozy)’ 같은 유럽형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마이데이터 시대가 본격화되면 개인의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 개인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영국에 있는 마이덱스(Mydex)는 기업·정부 등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를 각 개인들에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들이 데이터 공유 범위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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