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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디지털경제의 진전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비하자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2020년 05월호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대부분의 나라가 국경을 봉쇄하고 개인의 일상적인 이동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경제가 가라앉는 위기상황을 막기 위해 각국은 전례 없는 재정·금융적 처방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방역 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국경을 봉쇄하거나 이동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만만치 않으며 비상경제회의를 중심으로 특단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이동제한이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는 어쩔 수 없지만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확산세가 안정적으로 둔화되면 방역과 경제활동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 ‘지속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생활방역’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1월 하순부터 이동을 전면 금지했던 중국은 이미 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 단계로 이행할 것이며, 미국과 EU도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이 단계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뉴노멀로 자리할 비대면 경제활동···디지털 인프라 활용한 콘텐츠 개발 활성화돼야
하지만 세계 각국이 방역과 일상·경제 생활을 병행하는 생활방역 단계에 들어간다고 해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코로나19의 종식 선언은 어려울 것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동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쇼핑, 원격수업, 원격진료, 재택근무 등 소비와 생산에서 비대면 경제활동의 비중이 높아지는 생활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막대한 인명피해와 함께 실업과 생업중단 등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충격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생활의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방지와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야겠지만, 코로나19가 초래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향후 세계경제 회복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우위를 점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올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디지털경제의 진전이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간 지속으로 코로나19 이후 소비와 생산에서 원격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경제활동이 뉴노멀로 자리할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사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과 생산활동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러한 현상이 한층 활성화될 것이다. 디지털경제의 핵심은 기존의 비즈니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경제의 진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와 솔루션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주력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함께 서비스 R&D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하고, 개발된 R&D 성과의 사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디지털 역량이 낮아 디지털 전환에 대처하기 어려운 중소 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제조, 온라인 판매플랫폼, 디지털 상품전시관, 디지털 무역플랫폼 등 제조와 판매 부문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와 스마트공장 지원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지리적 범위 축소에 대응
코로나19가 초래할 또 다른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의 지리적 범위가 축소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세계를 그물망처럼 연결해온 그간의 글로벌 공급망은 한 지역의 생산중단 또는 봉쇄로 전체 생산활동이 중단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또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등 방역물자의 수출금지로 필수물자의 외국 의존에 대한 위험도 인식하게 됐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생산활동이 가급적 자국에서 이뤄지도록 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지리적 범위가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취약한 산업생태계를 강건하게 보완하는 한편, 스마트공장 지원을 통해 저임금 활용을 목적으로 해외로 간 우리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유도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수출총액 위주의 기존 통상정책에서, 공장을 해외에 두더라도 가치사슬상 제조 단계가 아닌 제품기획이나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브랜드 사용료나 기술료의 형태로 부가가치를 획득하는 부가가치 위주의 통상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지리적 위치가 달라지는 변화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경제는 중국이 생산기지이자 동시에 허브로 자리 잡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아시아 공급망에 편승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첨단 기술전쟁이 고조되고, 또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부딪히면서 이 공급망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 현재의 아시아 공급망은 중장기적으로 인도·아세안의 역내 생산기지 역할이 확대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는 형태로 변화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서는 현행 신남방정책의 지속적 추진으로 대응하되,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부딪히는 지점임을 감안해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천명하고 그것을 견지하면서 협조와 경쟁을 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아가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새롭게 형성될 공급망에서 우리의 입지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바이오헬스는 ICT산업과 함께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잠재력을 가진 산업으로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에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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