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위력은 여전하지만 감염률과 확산세는 이제 정점을 지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염병으로서의 코로나19와 달리 경제적 영향 측면에서 코로나19의 여파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건 부문에서 시작된 역병이 세계경제에 주는 충격은 처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이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가 예견된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전 세계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앞다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왔고 이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IMF는 4월 14일 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발표했다. 선진국은 –6.1%, 신흥개도국의 경우에는 –1.0%로 모두 마이너스 성장으로 대폭 하향조정한 결과다. 그나마 IMF 기준 선진국인 한국의 성장률은 –1.2%로 36개 OECD 국가 중 하향조정 폭이 가장 작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상대적으로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에 분명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1970년대 말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위기 대처 위한 정책과 조치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꾸준한 재검토를
IMF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경기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봉쇄(Great Lockdown)다. 파이낸셜타임즈의 마틴 울프(Martin Wolf) 수석경제논설위원은 ‘대폐쇄(Great Shutdown)’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세계경제가 매우 비상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IMF의 전망치에도 오히려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활동 재개 지침을 통해 경제 정상화를 위한 단계별 조치를 발표했지만 너무 빨리 봉쇄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혹시 모를 코로나19의 반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인지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다. 심리학이 주 전공인 두 학자는 주류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이성과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감정과 심리에 초점을 맞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창안해 불확실성하에서 사람들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심리적 편향과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인식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는 행동경제학이 주는 교훈이다. 따라서 지금 나타나는 방역효과에 섣불리 자만하거나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야기된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의 신용경색 등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과 조치들은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된 상황에 대한 평가와 실행되는 정책과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일정부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정책의 과도한 오버슈팅(overshooting)을 줄이려는 노력도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화두로 삼아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디지털 혁신, 그리고 그에 따른 경제활동 방식의 변화가 핵심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더불어 이동제한은 공급망의 광범위한 병목현상과 교란을 일으키고 적시생산 및 적시공급 시스템에 적신호를 켠다. 따라서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의 다핵화를 통해 장기적 효율성과 안전성을 추구하면서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산업과 업무의 스마트화가 필수적이다. 또한 국경 간에 구축된 가치사슬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상생과 신뢰에 기초한 통상정책의 추진과 경제외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신북방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각국 보호무역주의 이어갈 가능성 있어···국제공조체제 더욱 견고히 구축해야
우리가 봉쇄 없는 방역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경제와 통상정책에서도 모범사례를 만들고 이를 국제사회로 확산시켰으면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세계 각국은 국경봉쇄의 여파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중심주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슈퍼301조 발동 등 미국의 통상 압박이 강화된 사례에서 보듯이 강대국들의 비합리적 통상정책이 횡행할 가능성도 크다. 비록 보호무역주의의 파고가 높지만 이를 극복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도 개방과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주요국과 국제공조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고 다가올 위기에 공동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G20을 경제위기 대응 논의를 위한 국제공조의 장으로 활용하고 우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최빈국의 전염병 대응 역량이 특히 부족한 상황에서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한 정책 포용성을 증진하는 것도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원인이 공급망 붕괴와 공포의 확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 디자인 단계에서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원활한 정책소통과 공감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신뢰자본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경제위기든 보건위기든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 전까지는 감염병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경제활동이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규율을 동반한 생활방역을 통해 방역과 경제활동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점 찾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건 및 의료와 경제학을 접목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위해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의 제도정비와 체질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불확실성이 더 커진 미래를 슬기롭게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