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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혁신적 포용경제체제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2020년 05월호


역사는 항상 큰 위기 때 새로운 전환을 가져왔다. 1, 2차 세계대전이 그랬고, 1929년의 세계대공황이 그랬다. 사회보장법이라는 초유의 법이 생겨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행복을 담보하는 복지국가라는 이상향을 끄집어냈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세계화라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인도했다.
이처럼 한 시대의 거대한 물결은 과거의 관습과 제도, 심지어 체제까지 심하게 흔들어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을 가게 한다. 오프라인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인 온라인 창(window)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도도한 물결 속에 누가 먼저 헤쳐나가 언덕 위에 우뚝 서느냐다.

국가의 역할, 노동시장, 인간관계 등이 상당한 변화 겪을 것
코로나19라는 인수공통감염병은 발생한 지 100일도 채 안 돼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이러한 팬데믹 상태는 안타깝게도 조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인구이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놀라울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각 정부와 국제사회는 이에 신속히 대응할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이 개방화·공개화·민주화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게 전 세계의 위안이 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충격은 방역체계나 긴급보호체계 정도를 바꾸며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많은 세계적인 학자들이 벌써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완연히 달라질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거시적인 세계 및 국가의 구조변동이 일어나면 공식적인 사회경제체제뿐만 아니라 가족과 같은 비공식적 체제들도 동시에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된다. 국가의 역할이 크게 변하는 것 이상으로 노동시장과 인간관계와 가족관계가 더욱 깊고 넓게 변화하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공식적·비공식적 인간관계는 상당 기간 우리에게 충격과 불안을 안길지도 모른다.
또한 계속 반복될 감염병 유행 대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되면서 공공 및 민간에서 의료·바이오 산업의 빠른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낡은 규제로 막혀 있던 기술의 상용화와 확산이 빨라질 것이며, 재택근무로 인한 가정의 사무실화와 이를 둘러싼 IT 인프라의 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온라인 교육과 원격의료 도입이 탄력을 받아 이와 연관된 산업이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대규모 IT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적 영역으로 간주된 분야들이 어쩔 수 없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은 마치 가정폭력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사생활로 여겨지던 개인 동선과 건강정보가 전염병 대처과정에서 중요한 공적 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이러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하는지가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4, 5년 전부터 시작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경제 영역의 확장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인가구 증가 등 인구·세대 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면 관계를 꺼리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체험하며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파이낸셜타임즈는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상황에서 생활필수품과 재난물품을 공급하던 과거 적십자사의 역할을 아마존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언급했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도모하는 경제체제로
코로나19의 등장은 이제 세상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니 경제체제도 분명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 변화는 국가의 역할, 공공자원의 중요성이 이윤 추구보다 앞선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럼에도 개발 시대의 낡은 낙수효과 방식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가가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을 해야 국민이 살아날 것이라는 논조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보다는 전 국민의 경제 역량을 우선 모아 조그만 기업부터 살림으로써 견고한 하청구조체제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매우 긴요하다는 점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디지털 세계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성격을 확실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 방문 때 만난 사회민주당 경제위원회 의원의 말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되려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욱 적절하며, 누구든 쉽게 기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역할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체제여야 하는가? 필자는 감히 혁신적 포용경제체제라는 새판짜기를 제안한다.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는 경제체제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심화돼온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변화시켜가는 경제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오죽했으면 보수적인 IMF나 세계은행조차 21세기 들어와서 포용성장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혁신적 포용경제체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소득주도성장의 범주를 확대해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포함한 것으로, 국가발전을 위해 어떤 국민도 배제하지 않고 경제성장의 몫을 고르게 나눠줄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체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도모한다. 즉 포용성장을 통해 포용복지가 성취되며, 포용복지를 통해 포용성장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공생과 기술, 경제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경제–일자리–교육–복지 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해가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19의 시대가 주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연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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