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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 2020년 05월호




코로나19는 전 세계 경제를 순식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올해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며 1997년 아시아발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상의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2%대로 추락한 한국의 GDP 성장률도 올해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이전에 한국경제가 경험했던 위기들과 그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 및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과거의 위기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의 버블 등 시장 메커니즘의 오작동으로 발생한 반면, 이번 위기는 시장 외적인 요인이 생산과 소비에 이르는 모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주체들의 행동 양식에 변화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며,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방역 과정서 확립된 K브랜드 이미지, 세계시장 진출의 핵심 자산 될 것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현 정부가 그동안 역점을 두고 개선하고자 했던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용직 근로자들의 소득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으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경제는 대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신사업 진출과 더불어 인터넷 벤처기업의 성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질서와 경제활동 변화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고 기업과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번 위기는 다시 한 번 한국경제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경제적인 변화 중에서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직간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른바 언택트(untact, 비대면) 이코노미의 확산이다. 소매유통업과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비대면·온라인 서비스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의 구조 개편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이 쇠퇴하는 반면, 스마트 스토어, 원격진료, 프리랜서와 재택근무(스마트 워크), 사이버 교육, 헬스케어 서비스 등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다.
둘째, 중소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공급망과 유통망의 신축성과 응답성(responsiveness)을 제고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 네트워크 및 인공지능(AI) 분야의 신기술을 채택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연구개발–생산–유통–판매에 이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순차적이고 수직적인 공급사슬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문화된 중소기업들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화와 개방화를 통해 형성된 글로벌 공급체인(GSC; Global Supply Chain)의 신뢰성과 위험도가 재평가되면서 국가 간 분업과 무역체계의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완제품 생산공장의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생산과 수요가 보다 인접한 곳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으며, 원재료·부품 공급 국가를 다변화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도 해외 생산 중 일부를 리쇼어링해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글로벌 공급체인에 새롭게 편입돼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넷째,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립된 K브랜드 이미지는 벤처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출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K브랜드는 한국의 의료용 진단기기나 약품을 만드는 바이오벤처와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식품을 비롯한 소비재 제조업, IT를 비롯한 서비스업 분야에서 벤처기업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촉진할 것이다.

모험자본 확충 등 과감한 지원 필요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장이 이뤄진다면, 그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됐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도 크게 완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효과적인 지원정책을 적시에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을 대상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등장할 산업 분야의 창업과 벤처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창업 단계의 신생 벤처기업과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하는 스케일업 단계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기존에 IT와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 집중된 투자를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크게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험자본의 확충이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서 벤처투자 규모는 2019년 4조2천억원으로 GDP 대비 세계 4위 수준으로 성장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세계시장에서 우리 벤처기업이 혁신을 주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국내외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연간 투자 규모를 6조원 이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둘째, B2B 분야 제조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체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개별공장 단위로 추진해온 스마트 팩토리 보급사업을 공급체인 단위로 연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이종업종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기업의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참여기업들이 공동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업체들의 리쇼어링을 스마트 팩토리와 연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소비재를 생산하는 B2C 기업들을 비롯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융합서비스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 그리고 IT 간 협업을 통해 융합서비스의 연구개발과 시장진입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언택트경제하에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스마트 스토어 등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상점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을 지원함과 동시에, 온라인 유통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의 공정한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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