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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전 국민 고용보험제 구체적 논의와 결정이 필요하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2020년 06월호


바이러스가 취약 노동자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유례없는 코로나19발 사회적 재난이 사회, 기업, 개인의 일상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초단시간, 일일단기, 특수고용, 파견·용역 노동자 및 5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 사업장 노동자가 고용과 실업대책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금까지 6차례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지원을 제외한 직접지원 규모만 약 40조원에 달하며 앞으로 추가 추경을 통해 약 10조원가량의 실업대책 지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는 정부의 신속한 금융지원 및 실업대책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누적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취약 노동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4월 『KLI 고용·노동브리프』에 게재한 ‘코로나19, 사회적 보호 사각지대의 규모와 대안적 정책방향’에 따르면, 고용 취약 노동자 중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는 약 45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노동자 약 459만명, 고용유지지원금 등에서도 배제될 가능성 커
노동시장 내에서 취약한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등으로 먼저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높으며 고용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아 사회적 보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숙박·음식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가 급감했는데,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 93만2천명 중 57.4%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8.5%), 숙박·음식업(15.1%), 교육서비스업(13.8%)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단기 노동자의 상황도 가볍지 않다. 일일단기 노동자란 근무의 지속성이나 규칙성이 없이 그때그때 일이 생기면 하는 형태로, 다수의 사용자가 고용계약 자체를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비공식 노동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을 했어도 소명이 어려워 정부의 실업대책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일일 노동자의 규모는 74만8천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고용보험 가입률은 5.7%에 불과했다.
간접고용 노동도 고용유지가 어려운 대표적인 취약노동으로 꼽힌다. 간접고용의 특성상 사업주 스스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경우가 드물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영세한 사내하청 사업주들은 일이 줄어들 경우 고용유지 대신 폐업과 정리해고를 선택하고 있는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간접비 및 휴업수당의 일부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항공사 지상조업사의 일부 협력업체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파견노동자 역시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파견업체는 자신들이 고용한 인력을 여러 업체에 파견하는데, 특정 업종에서 휴업이 발생하더라도 그 업종에 파견한 인원에 한해서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는 없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파견업의 경우 파견업체가 전체적으로 휴업·휴직을 해야만 지원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 사업주가 파견계약을 중단할 경우 파견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
5인 미만 규모의 영세 사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역시 고용대책의 사각지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체 노동자는 노동법상 해고를 당하더라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인데,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사업체의 일감이 줄어들면 무급휴가 처리가 되거나 권고사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수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8.4%인 378만3천명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잘 알려진 대로 오래전부터 보호방안이 논의돼왔으나 일부 9개 업종에 대해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돼 있을 뿐 고용보호 및 실업대책은 거의 없다.

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유지에 원청업체 책임도 강조돼야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생명을 앗아갔으며 앞으로 경제위기 및 고용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고용대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최근의 정부대책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이 대부분인데, 실업자 지원에 앞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유지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 시스템을 제고해야 한다. 이미 제시된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동시에 제도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하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호출·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해고사례 등을 파악해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파견·하청업체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파견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원청업체의 책임도 강조돼야 한다.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시 파견·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취약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사의 사회적 책임도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 및 공공 부문 노사는 일자리 나누기, 공동기금 조성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비정규직 및 취약 노동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자발적인 대책들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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