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한 공격적인 대응으로 팬데믹에서 하나의 모범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3월 코로나19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기 시작하자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정 지역을 봉쇄하거나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신속하게 코로나19 환자를 찾아내 격리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빠른 진단키트 승인을 통한 대량 검사, 다양한 형태의 선별진료소 운영, 생활치료센터 도입 등에 있었다.
긴급사용승인제도 통해 통상 80일 걸리는 키트 승인 기간 일주일로 단축
국내에서 선별진료소가 처음 운영된 건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였다. 메르스 유행이 한창이던 2015년 6월 8일 당시 정부는 전국 535개 응급실 중 236곳을 선별진료소로 지정해 운영했다. 메르스를 겪으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체계를 정비한 게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큰 도움이 됐다. 올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확인되자 정부는 일주일 만인 같은 달 27일 전국에 선별진료소 257개를 가동했다. 의료기관에 선별진료소 설치를 지속적으로 독려한 결과 2월 8일 전국에 선별진료소 554개가 들어섰다. 선별진료소를 가동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7월 13일 기준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선별진료소는 총 622곳이다.
올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드라이브스루’나 ‘워크스루’ 같은 혁신적인 선별진료소가 등장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차를 타고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스루는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의 주치의였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2월 23일 경북 칠곡경북대병원에 처음 적용된 뒤 점차 늘어 7월 13일 기준 전체 선별진료소 가운데 50곳이 드라이브스루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3월엔 드라이브스루를 응용한 워크스루도 나왔다. 워크스루는 의심환자가 공중전화 박스 모양의 검사실에 들어가면 의료진이 장갑이 달린 구멍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의심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바람이 부는 개방된 공간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오픈 워크스루’로 진화했다. 인천국제공항은 3월 말부터 오픈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발 빠르게 진단검사 키트를 확보한 것도 주효했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오자 질병관리본부는 신속하게 자체 진단검사법을 개발했다. 이를 국내 진단시약업체에 공개하며 진단키트 생산을 독려했다. 긴급사용승인제도를 통해 통상 약 80일이 걸리는 진단키트 승인 기간을 일주일로 단축시켰다. 그 결과 첫 환자가 나온 지 약 2주 만인 2월 4일 코젠바이오텍의 진단키트가 첫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월 14일 기준 현재까지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진단키트는 총 7종이다.
키트 생산 물량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4월엔 10명의 검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풀링 검사법(취합 검사법)도 도입됐다. 이에 따라 하루 검사 가능량이 1월 말 약 3천건에서 최근 3만5천~4만건 수준으로 늘었다.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가 발생한 6월 2일에는 하루에만 5만3,790건의 진단검사가 이뤄졌다. 7월 14일 0시 기준 국내에서 이뤄진 코로나19 진단검사 누적 건수는 약 142만건이다.
생활치료센터 도입으로 병상 부족 문제 해소
2월 중순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방역 위기상황도 있었다.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이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때 정부는 ‘생활치료센터’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병원이 아닌 외부 시설에서 격리치료가 시급하지 않은 무증상 환자나 경증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취지였다.
3월 2일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총 16개의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시작되면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 수는 점차 줄었고 3월 말부터는 대기 환자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 덕분에 코로나19 중증 환자도 제때 병상에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7월 13일 기준 정부가 운영 중인 생활치료센터는 수도권에 2곳, 중부권에 1곳이다. 이날 기준 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확진자는 총 4,203명. 국내 전체 확진자의 약 31%가 생활치료센터를 거쳐간 것이다. 이 가운데 3,243명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소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주목받으면서 각국으로부터 선별진료소 운영 방식, 신속한 대량 진단검사 등 ‘K방역’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 특히 한국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드라이브스루와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이 드라이브스루를 도입했고 미국, 이스라엘, 인도는 워크스루를 도입했다.
이에 정부는 5월부터 7월까지 9차례에 걸쳐 ‘K방역 웹세미나’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등 12개 정부 부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한국국제협력단 등 6개 유관기관이 협업해 우리나라의 방역 경험을 국제사회와 체계적으로 공유했다. 웹세미나는 방역정책 전반, 출입국 검역, 역학조사, 생활방역, 경제정책, 선거방역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9차례 열린 웹세미나에 120여개국 약 3,400명이 참석했다.
정부는 ‘검사·확진 → 역학·추적 → 격리·치료’로 이어지는 감염병 대응 절차를 ‘K방역모델’로 체계화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번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작업을 통해 많은 국가가 방역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