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루 부스가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월 고려기연은 부산 남구보건소와 공동 개발한 음압·양압 양방향 워크스루 검사부스를 선보였다. 양방향 워크스루 부스는 실내에서 검사할 때는 음압으로 사용해 피검사자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되다가 집단감염 발생으로 실외 검사가 필요하면 양압으로 전환해 의료진이 부스로 들어가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검사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었고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지 않고 일할 수 있다. 이원태 고려기연 대표를 만나 개발과정과 K방역에 대해 들어봤다.
고려기연은 어떤 회사인가.
1985년에 설립됐고, 글로브박스(glove box)라는 실험용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IMF를 계기로 국산화를 시도했고 1998년 자체 기술로 제작한 제품을 일본에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40개 이상 국가의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 글로브박스를 수출하고 있다. 글로브박스로는 국내에서 70%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도 3위 정도다. 글로브박스 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용 장비와 워크스루 검사부스를 만들고 있다.
워크스루 부스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코로나19가 국내서 막 확산되고 있던 지난 2월, 의료진이 가능하면 방호복을 입지 않고 검사를 빨리 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 생각하게 됐다. 글로브박스는 물질을 넣는 건데 글로브박스 같은 장비에 물질 대신 사람이 들어가서 안전하게 검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발에 나섰다. 우리 연구소에서 그동안 글로브박스를 만들어오며 쌓은 노하우와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개발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워크스루 개발은 부산 남구보건소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기존에 글로브박스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워크스루 장비를 만드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장비를 실제로 쓸 사람들이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해야 했기에 개발 과정에서 부산 남구보건소와 협의했다. 3월 말에 시제품을 만들어 보건소에서 시연했고,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렇게 해서 외부로부터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고, 필터링된 깨끗한 공기가 내부로 유입돼 의료진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는 워크스루 부스를 만들었다.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특허청에서 워크스루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해외 특허에 대한 우선 심사 절차를 밟도록 도와줬다. 이후 국내 보건소·병원 등에 설치되면서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일본, 카자흐스탄, 카타르, 모로코, 러시아, 이탈리아, 페루 등 10개국에 수출했다. 또 이탈리아 적십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탈리아에 몇 대를 기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진단키트 업체 및 IT 업체와 손잡고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에 워크스루 부스, 진단키트, QR코드 등을 포함한 현장 검사 솔루션을 제안한 상태다.
EPL 사무국에 제안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현장에서 빠르게 검사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사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경기장 입장 시 검사결과가 담긴 QR코드를 찍고 바로 통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현장에서 발열 체크 후 발열이 있으면 신속 진단키트로 검사를 받은 다음 20여분 대기하다가 결과가 나오면 QR코드를 받아서 들어가는 방식이다. 제안서를 검토하는 단계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다. 이 방식은 경기장뿐만 아니라 콘서트장, 공항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방역 장비나 진단키트 등 K방역 부문에서 실제로 우리 기업의 기술력은 어떤가.
제품 제조능력은 절대 해외에 밀리지 않는다고 본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화해서 현장에 투입하는 데 강점이 있고, 이를 보건복지부나 특허청 등에서 지원해주고 있어 감사하다.
정부가 K방역 분야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에 바라는 지원은?
중소기업들이 낸 새로운 아이디어가 해외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현장 검사 솔루션을 외국에 제안하고 있는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먼저 시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해외 입국자는 14일의 격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속하게 검사를 마칠 수 있는 우리 프로세스를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도입해서 보여주면 다른 데서도 믿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활용이 안 되는데 해외에 무조건 좋은 아이디어라고 쓰라고 하면 신빙성이 떨어지지 않겠나.
K방역모델 국제표준화 추진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국제표준화가 갖는 의미는?
국제표준화 분야 중 도보 이동형 선별진료소 운영 절차에 우리 방식이 들어가 있다. 음압·양압이 다 되고, 깨끗한 공기가 필터링돼 들어가며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지 않고 10분 안에 한 명을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이 방식이 국제표준이 된다고 워크스루 부스 없이 방호복 입고 검사하는 게 안 되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국제표준화의 의미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 우리 제품이 해외에서도 믿고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본연의 사업은 글로브박스다. 새로운 수요나 기술진보에 따라 거기에 맞는 글로브박스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고도화·전문화된, 용도에 맞는 장비를 꾸준히 개발해나가는 것이 우리 목표다. 워크스루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힘쓰고 있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