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리 방역체계 및 관련 산업의 성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나아가 위기의 틈새로 열린 이번 기회를 ‘K바이오헬스산업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 또한 많다. 정부도 경제침체를 막기 위한 적극 재정정책의 연장선에서 K방역과 K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14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논의된 ‘감염병 대응 산업 육성방안’은 지금까지 발표된 정부정책 중 가장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내용을 두루 포함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일명 ‘3+1 추진전략’으로 요약되는 정책과제 중에는 정부 지원이 실질적으로 실행된다면 단기간 내 성과로 이어질 영역들도 있지만 방역사업을 포함한 바이오헬스산업은 산업연관효과가 복잡해 관련된 제도망이 함께 작동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단·중·장기에 걸친 체계적인 청사진 마련과 접근이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구상이 K방역과 K바이오헬스산업의 경쟁력을 견실하게 키우고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 강조돼야 할 정책과제를 몇 가지 짚어보자.
보건의료 분야 규제 수준 균형성 측면에서 재평가해 완화해야
연관부처가 많은 바이오헬스산업의 속성과 예산배분의 중복을 해소하기 위해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위원회들이 신설되기도 했으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부처 간 난맥상은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K방역의 경우 시급성 때문에 국무총리실이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정례화된 거버넌스 대안을 마련해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단·중·장기 청사진하에서 기획과 예산배분 및 평가를 총괄하는 기구가 긴 호흡으로 정책성과를 견인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실과 같은 다부처 행정을 조정하고 추진하는 행정라인을 연계시키는 협력적 거버넌스 모형을 설계·운영해볼 수 있겠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정부,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분장 조정과 정비도 상반기 경험을 통해 제기된 거버넌스 분야의 숙제이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조정하는 방식도 그간의 운영경험을 토대로 재정비돼야 한다.
규제 혁신 및 완화 과제는 3개 범주로 다시 세분화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기기나 신종 감염병처럼 기존의 규제로 처리할 수 없는 신규 영역들에 대한 것으로 신속하게 근거 규정과 절차를 정비해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전문성 확보는 규제의 타당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규제과제에 대한 두 번째 범주는 규제의 균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성을 지키는 규제의 이유와, 과도한 기준으로 서비스 편익을 차단하는 규제의 폐해 사이에서 균형을 회복시키는 노력이다. 국내 보건의료 분야는 여러 단계의 규제가 중첩돼 있고 규제 수준 또한 현실과 괴리된 경우가 많다. 현재의 규제 수준을 균형성 측면에서 재평가해 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전인증제 등 선진입·후평가 방식으로 전환한 사례들을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규제과제의 세 번째 범주는 규제 절차의 간소화 및 신속성 확보다. 부처 간, 인증조직 간 일관성이 떨어지는 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유사 성격의 승인제도는 통합 운영해 규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항목들은 신속허가제를 확대해 시장진입을 촉진시키되 사후 재평가를 통해 보완하는 절차적 혁신도 모색돼야 한다.
의료기관을 바이오헬스산업의 혁신거점으로 활용을
확진자 동선추적 정보가 코로나19 방역의 성공요건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방역정책에서 정보자원은 중요하다. 아쉬운 점은 확진자의 임상정보나 각종 역학정보가 페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한 임상적 정보로 활용되거나 2차 유행 및 확산 예측의 고급정보로 산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경험한 정보를 토대로 확산 방식과 유형을 예측한다면 효율적인 방역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축적된 정보를 공익적 목적에 한해 산업·학계 등에 개방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방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수요를 산업적 부가가치로 견인하기 위해 데이터 3법의 현실적 활용도를 높이는 절차가 신속하게 정비돼야 할 것이다.
방역을 포함한 모든 바이오헬스의 시작이자 종결은 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을 제외하고 방역과 바이오헬스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의료기관은 코로나19 환자를 찾아내거나 후방진료를 담당하는 중요한 주체인 데 반해, 최근 신뢰관계나 보상 방식에 있어 갈등이 제기되면서 파트너십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을 확충하는 것보다 민간기관에 공적 역할을 부여하고 보상하는 방식이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민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나아가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 확보나 데이터 제공의 원천으로서 의료기관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유인방안이 필요하다.
그간 연구중심병원제도로 병원들의 산업적 관심은 높아진 반면, 실제 산업과 연계된 활동에서 병원이 기대할 수 있는 부가가치나 활동을 견인할 관련 절차는 매우 미비한 실정으로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새로 도입되는 데이터중심병원제도 역시 연구중심병원제도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의 개선 없이는 성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의료현장을 산업혁신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바이오헬스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있어 산·학·연·병이 연계된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대학의 기술이전 사업과 창업이 사업화와 산업화로 연결되는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방역의 경우엔 역학자 및 현장조사인력 등 전문인력 확충이 필수적인 만큼 대학이 해당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 유인과 재정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